하늘에 있는 엄마와 땅에 있는 딸

어느 운수 좋은 날

by 쿠요

아침에 일어나 쿠키를 구워놓고 나는 바로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는 차에 탔다. 힘들어할 엄마를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어떻게 잠시나마 웃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운전을 하다 보면 어느새 병원에 도착해서 엄마를 본다.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남편이 전해 준 지니엄의 손님 이야기, 그 당시 귀하디 귀한 손님들의 후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지니엄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도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휠체어에 엄마를 옮겨 산책을 다녀왔고, 햇빛을 쬐면서 엄마가 떠나고 난 다음의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한 달. 그 안이 답답했던 건지, 마지막으로 집에 가고 싶었던 건지 엄마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첫날, 엄마는 입맛이 돌아오셨는지 짜장면을 맛있게 드셨다. 그렇게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셨던 일주일이, 우리에겐 너무나 행복했고 소중했다.


그러나 그 일주일 사이에 엄마의 몸은 급속도로 붓기 시작했고, 결국 다시 119를 불러 아산병원의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119가 집까지 찾아와서 엄마를 데리고 갔다. 처음 타본 119는 낯설었고, 사이렌 소리에 자리를 비켜주는 차들에 고마웠다. 좁디좁은 차 안에서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표정은 무슨 생각

인지 무슨 기분인지 알 수가 없었고 엄마의 눈이 촉촉해져 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


엄마 손을 꼭 잡으며, 애써 웃어 보이며 ‘울지 않을 거야, 울지 않을 거야, 울면 안 돼’라고 수없이 차 안에서 다짐했는데 나를 보던 구급대원의 “어르신, 딸이 참 효녀네요.”라는 말 한마디에 울컥해서 괜히 천장을 바라보고 다른 곳을 바라봤다.

'안돼. 이제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울면 안 돼. 강해져야 해.' 수없이 스스로 되뇌면서 아산병원에 겨우 도착했다.


응급실. 참 낯선 곳.

사람은 참 많았고 대기는 하염없었다.

처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대는 와중에 접수를 하는데 괜스레 손이 떨렸고 심장이 두근두

근 거렸다. 강해지고 똑 부러져야 한다는 나의 다짐과는 무색하게 그곳에서의 나는 한없이 어렸고 약했다. 가뜩이나 가녀린 엄마의 팔에 피를 뽑기 위해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것도, 마음이 아파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면서 드디어 엄마의 복수를 빼기 시작했고, 엄마의 뱃속에서 노라고 탁한 액체들이 나와 페트병을 채우기 시작했다. 차라리, 많이 나왔으면 좋으련만. 차라리 엄마의 고통이 복수가 많이 찼기 때문이었으면 좋았겠는데. 엄마의 복수는 겨우 한 병 반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혈액검사에서 나온 칼륨 전해질의수치였다. 엄마의 칼륨 수치는 이미 당장 내일 부정맥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는 수치였다. 그만큼 위험했던 상태고, 그로 인한 고통과 힘듬은 얼마나 이루 말할 수 없었겠는가. 소변관을 만들어야 하는 시술이 필요했지만, 엄마는 시술받길 원하지 않았다.


의사진들에게 엄마의 뜻을 말하러 가는데, 울지 않겠다 다짐을 했는데도 “저희 엄마 시술 안 받고 싶으시데

요.”라고 말하는 그 순간 응급실 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세상에 어느 자식이 부모를 일찍 보내고 싶겠는가. 그러나 그 시술을 하지 않으면 당장 이 일주일 안에 엄마가 하늘나라 갈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거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게 너무나 무섭고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의사진들에게 뜻을 전했고 엄마에게로 다시 와서 나는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이야기했다.

“엄마. 엄마는 하늘나라 빨리 가고 싶어?”

“...”

“하늘나라는 진짜 진짜 좋을 거야. 하나도 안 아프고 너무 행복할 거야. 하나님이 엄마를 빨리 만나고 싶으신가 봐. 엄마는 하늘나라 가서 하나님 만나면 가장 먼저 뭘 물어보고 싶어?”

“엄마가 하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는지 물어볼 거야.”

엄마가 울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너희들을 고아와 같이 내버려 두지 않으시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거야. 그리고 너희들을 위해 계속 기도할 거야.”

“.... 엄마. 나는 나중에 꼭 엄마를 닮은 딸을 낳을 거야.”

“에이, 널 닮은 딸을 낳아야지.”

“그래서 나는 정말 정말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줄 거야.”

“....”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본 다른 의사 선생님이 결국 우리에게 와서 엄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나는 다시 호스피스에 전화해서 엄마의 사정을 말했고 소변줄을 다시는 게 나을지 안 다는 게 나을지 물어봤다. 그러자 물론 소변줄을 계속 달고 있는 것은 불편하고 힘들고 아프기도 하겠지만, 소변줄을 안 달고 있었을 때 생기는 합병증은 엄마를 더 괴롭게 할 것이기 때문에 소변줄을 다시는 게 좀 더 편안하게 돌아가실 거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 그래. 마지막 가는 그 길의 끝까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해 드리자.


소변줄을 다는 시술을 하기로 했다.




시술을 마치고 바로 호스피스로 다시 이송되었다.



"효야. 엄마랑 눕자."

상태가 왔다 갔다 했던 어느 날.

통증 때문에 진통제의 강도가 점점 세졌고, 자는 날이 많아지던 어느 날.

엄마의 다정한 말에 눈물을 참고 옆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다.


"가게는 어때?"

"사람들이.. 쿠키를 좋아해 줘. 잘 나가고 있어!"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이야기를 했다.


"다행이다. 엄마, 가게에서 쿠키 만드는 거 너무 재미있어. 카페 하는 것도 즐거워."

안심한 듯, 엄마는 웃었다. 금방 졸음이 쏟아지는지 눈에 졸음이 가득해졌다.


"엄마, 한숨 자고 이따가 일어나면 또 같이 놀자."



그리고 점점 더 엄마의 상태는 악화되었다.


우리에게는 촉이 하나 있어.
너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알고
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네가 알 수 있는.
그러니까, 내 딸아. 너무 슬퍼하지 마. 너무 많이 울지도마.
나는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 테니까.
내가 그리울 때는 하늘을 한 번 봐.
하늘 끝 어딘가에서 나는 너를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어.

- 엄마가 딸에게
나는 계속 그리워.
나를 보며 웃어주던 환한 웃음이.
나를 보며 두 팔 벌려 안아주던 그 토닥임이.
잘 먹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늘 나를 향한 시선의 끝엔 따뜻함이 가득했었는데.

그래서 이 땅에 남은 나는 하늘을 볼 거야.
하늘 끝 어딘가에서 나를 보는 사랑을 느껴볼 거야.
나의 웃음을 좋아했던 엄마를 위해 난 계속 웃을 거야.
나의 모든 것을 사랑했던 엄마를 위해 난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 줄 거야.

고마워.
고마웠어요.
사랑해요.
사랑했어요.

- 딸이 엄마에게

다시 호스피스에 재입원한 지 한 달 즈음 지났을까.


2019년 4월 30일. 지니엄의 오픈 1주년이 찾아왔다.

많지는 않았지만, 진심으로 우리의 1주년을 축하해 주는 손님들이 찾아왔다. 꽃다발을 주었고, 선물을 주었다. 이 날은 엄마의 간병을 잠시 오빠에게 맡겨놓고 가게에 나와서 손님들과 시간을 보냈다. 기쁘고 감사했다. 이 와중에 그래도 꿋꿋이 지니엄을 돌보았던 남편에게 고마웠고, 손님들과 유대를 만들어 왔던 지니엄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곳은 나의 마음이 잠시 쉬어가는 자리이기도 했다.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남편과 집에 들어가 푹 자고 내일 다시 병원에 가야겠다 생각한 그날 새벽. 너무 기분이 좋은 하루였던 탓일까.


작은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효야. 지금 병원으로 오렴."


모든 가족이 모였다.

우리 모든 가족이 모인 것을 시선으로 확인했던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준,

제일 친한 친구이자

의지 했던 동료이자

인생의 멘토였던 나의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은 채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그리움의 감정은 내 심장을 도려낸 듯 아팠고

구멍나버린 상처 위로 밀려드는

좀 더 잘하지 못한 못난 딸의 후회가 너무도 시렸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갔다.

머리로는 이렇게 살아가면 누구보다 엄마가 슬퍼할 거라는 걸 알았지만...


나는,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 품에 안겨 칭얼거리고 싶은 그저 어린 딸이고 싶었다.


아픔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고

그 누구도 이 아픔을 덜어줄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계속 울었다.

쏟아지는 아픔을 막으려 애써도 나는 이미 구멍이 나버린 사람이었다.




도저히 이렇게 못살겠다 싶었던 어느 날,

자기 전 아픔에 몸부림치며 기도했다.


'하나님. 진짜로 계신다면, 저 꿈에서 엄마를 보게 해 주세요.'



그리고 그 날밤.

엄마가 꿈에 나왔다.

아주 예쁘게.

아주 환한 웃음과 함께.



엄마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 엄마를 보자마자 나는 꿈에서 물었다.


"엄마. 하나님이 게셔? 그래서 만났어?"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당연하지!"


"엄마... 이제 안 아파? 행복해?"


"응. 엄마... 너무 행복해. 효선아.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자."



그럼 됐어.

정말로 선명했던 꿈이었다.

꿈에서 울면서 깼던 나는 눈물을 닦으며 다짐했다.

살아가겠다고.



그리우면 하늘을 보겠다.

언제 어디서나 하늘은 있을 테니, 울고 싶을 때 울며 하늘을 보겠다.

그리움을 외면하지 않고

나의 이제 고장 난 한 부분으로 그저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또 두 발 딛고 살아가겠다.

그게 땅에 남은 딸이 하늘에 있는 엄마를 사랑하는 방법일 거다.




그리고, 나는 지니엄에서 본격적으로 남편과 함께 일하기로 했다.






KakaoTalk_20250908_003240223.jpg 우리 웃는 모습을 많이 남기자. 그 웃음 뒤에 눈물이 가득하더라도 우리 서로를 향해 웃자. 사랑하니까. 그 기억을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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