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엄의 시즌 6: 패러다임의 진화
지니엄의 여름은 늘 비수기였다. 여태까지 늘 구움 과자가 대표상품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운 여름 구움 과자를 먹는 수요가 줄었고 걸어오기 힘든 언덕 위라는 특성상 여름 매출은 늘 비수기였다. 그러던 차에 보롬왓을 만났고, 보롬왓의 가치를 담아내는 보롬왓 메밀빙수를 시작하게 되면서 우리는 처음으로 여름의 비수기를 극복하게 되었다. 어중간한 빙수는 하고 싶지 않아서 몇 년을 버텨냈었는데, 처음으로 하고 싶은 빙수를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보롬왓의 메밀빙수를 시작하게 되면서 우리 안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하지 않았던 시도와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롬왓의 메밀빙수를 시작으로 패러다임의 진화구나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시점에, 2년 넘게 함께 했던 지니엄의 페어리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퇴사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바웃유어유스의 어띵쿠키들은 손이 많이 가는 과자다. "쿠키"라는 이름을 들으면 단순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공임이 많이 들어가며 들어가는 재료의 양도 가격이 상당하다. 그런 고품질의 쿠키가게가 로드샵에서 운영될 수 있었던 건 결국 오랜 시간 동안 숙련된 파티시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숙련된 페어리가 나간다고 했을 때 비로소 마주하게 되었던 현실은, 인력이 빠졌을 때 다른 인력으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구조적인 문제였다.
"남지 않는 구조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때마침 읽고 있던 책에서 이 문장을 마주하고 한참을 곱씹었다.
결정을 내려야 했다.
다른 사람을 뽑아서 다시금 훈련을 시킬 만큼 이 제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이 시점에서 과거의 구조들을 한 번 정리하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2025년 7월, 큰 결심을 내렸다.
지난 7년 동안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었던 과자점을 이제 정리하기로.
정리를 결심하자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어떤 구조가 잘못이었는지, 기존에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무엇인지, 어떤 구조로 앞으로 세팅을 해야 하는지, 남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동안 우리 안에 고정핀처럼 박혀있던 생각들을 하나하나 빼내서 수정하기 시작했다.
'보롬왓의 메밀빙수를 하면서 패러다임의 진화라고... 시즌 6이라고 했었는데..... 어바웃유어유스 과자점을 정리하게 될 줄이야... 진짜로 시즌 6가 큰 변화가 되어버렸네.'
그리고 그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보롬왓의 메밀빙수를 기점으로 더 좋은 가치를 부여해 정당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소개하자.
경기도 동네이기 때문에 안될 거라던 게이샤 커피를 성공적으로 선보였고,
이전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면 이제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던 지니엄이 유기농치아바타와 직접 만든 잠봉을 넣은 샌드위치를 시작했다.
주 5일만 영업하던 지니엄이 손님들에게 더 열려있고자 주 6일로 변경되었다.
더 다양하고, 더 다채롭게,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가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그래서 이 과정을 "패러다임의 진화"로 보고 있다.
마치 날지 못하던 새가 날게 되는 것을 진화라고 이야기하듯.
여전히 우리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 지니엄이 하지 않았고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하게 되는 것. 그래서 개발이 아니라 진화라는 표현으로 이 시기를 부르고 있다.
2017년. 외롭던 지니엄에
2018년. 어띵쿠키라 불리는 작은 쿠키가 등장했다.
이 쿠키는 어려웠던 시절 지니엄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만들어 주었고 덕분에 지금의 지니엄이 계속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2023년. 컨셉이 선명해야 한다 판단해서 과자점을 분리시켰다.
2025년. 그동안 우리를 성장시켜 줬던 어띵쿠키에겐 너무 큰 고마움을 느끼며 과자점을 종료한다.
이제 여태까지 배웠던 것들을 토대로 새로운 시작을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