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어떻게, 그리고 언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지니엄 시즌 6의 시작이 우연히 시작되다.

by 쿠요

커피와 소통하는 파인 한 느낌의 지니엄커피하우스와 구움 과자 전문점 어바웃유어유스로 가게가 분리되고, 어바웃유어유스의 확고한 제품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3번의 큰 팝업들을 무사히 마쳤다. 마지막 광교 갤러리아의 팝업을 다 마치고 그날 주말, 쿠요와 커요는 제주도를 갔다.




인연은 어떻게, 그리고 언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2022년 지니엄의 시즌 4가 되면서 공간이 넓어진 만큼 손님들이 오실테고, 커피를 서비스하는데 당시 1그룹 머신으로는 부족하겠다 생각되어 슬레이어스팀 2그룹 반자동 머신을 들여오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다 보니 옛날부터 함께 했던 1그룹 머신은 점점 사용하지 않은 채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범상치 않은 검은색 작업복을 입은 한 무리가 들어왔다.


그중 한 분이 커피를 굉장히 진지하게 맛을 보셨고, 밖으로 나가셨다가 다시 돌아와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해서 가셨다. 현대 옻칠 예술을 대표하는 허명욱 작가 선생님의 팀이 처음 지니엄에 방문했던 날이었다.


훗날, 이때를 회고하시기를 이렇게 말씀해 주시곤 한다.

"산미 있는 커피를 정말 싫어했다. 그런데 지니엄의 커피는 산미가 맛있어서 너무 놀랐다."


그 뒤로 쭉 이어졌던 작가선생님과의 인연은 지난 몇 년 지니엄의 추억을 담아두었던 슬레이어 머신 1그룹을 양도하는 것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애정하던 머신이었기 때문에 선뜻 중고로 내놓지 못했었는데, 때마침 시간이 들어간 물건을 진정성 있게 바라봐주시는 작가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머신을 양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일이 생길 때면 찾아가 머신을 봐드리고 꽤 깊은 인연을 쌓아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보롬왓에 작업실이 생긴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보롬왓이 어느 곳인지 잘 몰랐던 우리는 선생님께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에 축하를 하며 작업실이 완공되면 꼭 놀러 가겠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보롬왓에 선생님의 작업실이 완공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 일정을 조율하기를 몇 달.

2025년 4월 27일. 광교 팝업을 마치고 우리는 바로 제주도로 갔다.


광교 팝업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정리도 잘 못하고 출발 전 날 짐조차 잘 싸지 못할 만큼 정신없이 새벽에 출발을 했다. 심지어 아침에 가는 공항버스가 없어서 운전을 해서 출발을 했다. 커요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을 해야 했고 비행기에 탑승하면 좀 쉴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비행기에 탔지만..... 극도로 예민해진 몸 상태에서 시트의 불편함이 커요의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들기 시작했고 동시에 앞 옆 좌석 곳곳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비행 내내 커요는 괴로워했다. 일주일 계속 팝업으로 달리고, 잠도 거의 못 자고, 비행기에서조차 쉴 수 없던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 모든 감정이 상해버린 채 보롬왓에 도착했다.


작가선생님께서는 오후에 미팅이 있다고 하셨기 때문에 그전에 보롬왓에서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확인하고 있다 보면 선생님을 뵐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축 처진 마음을 달래며 우리는 보롬왓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확인하고 싶었던 주제는 바로... 초콜릿이었다.

빈투바 (Bean To Bar) 초콜릿.

업종 특성상 초콜릿을 워낙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커요의 초콜릿에 대한 기대치는 워낙 높다 보니 늘 멋진 초콜릿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비탈각 마카다미아를 받고, 왜 비탈각으로 제공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적힌 팻말을 보며 우선은 흥미롭게 들어갔다.


마카다미아.jpg 마카다미아로 조금 흥미로워진 커요



초콜릿 생산의 전 공정이 보이는 오픈형 초콜릿 제작 작업실을 구경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 들렀다. 다만, 그곳에는 우리가 원하는 커버춰 초콜릿은 없었다. 판매직원분들에게도 따로 물어보았지만 판매하지 않는다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지쳐있던 마음에 마카다미아로 잠시 기분이 올라왔다가 다시 초콜릿을 구할 수 없음에 흥미가 식은 커요는 빨리 선생님을 뵙고 숙소로 돌아가서 쉬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결국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미팅은 길어졌고, 2~3시간 넘도록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자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기어이 바쁘신 듯하여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나 보롬왓을 나왔다.


"그래, 맛있는 거 먹고 그냥 내일 집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막 차를 타서 5분이 안 되었을 무렵, 전화가 울렸다.


"아니, 미팅이 지금 끝났어요!"

"아 그러셨군요. 안 그래도 그러실 것 같았어요. 바쁘신 듯해서 먼저 나왔어요 선생님."

"지금 어딘데? 아직 표선인가?"

"아직... 표선면이에요."


"아이, 그럼 돌아와."


그 말 한마디에 지쳐있고 속상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우리는 바로 차를 돌려서 다시 보롬왓으로 돌아갔다.


커요는 선생님을 뵙자 반가운 마음에 언제 지쳤냐는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제주도행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이유였던 작업실 방문을 하고 나니 마음이 안정이 된 상태가 되었다. 일주일 바빴던 이야기부터 오전 비행기를 탔던 감정 상태에 대해 다 나누고, 언제 그랬냐는 듯 커요는 신나서 보롬왓을 둘러본 소감을 이야기했다.

드디어 선생님의 작업실에 왔다.

"보롬왓에서 시식으로 먹었던 메밀초콜릿이 너무 맛있었어요. 빈투바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함과 진짜 초콜릿의 맛이 너무 잘 느껴졌거든요. 마카다미아와 초콜릿 모두 저희가 많이 쓰는 재료다 보니 관심이 많이 갔어요."


저희 이야기를 재밌게 들으시던 선생님께서는

"가치가 안 맞으면 보롬왓 대표님은 자신의 카카오를 주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의외였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지니엄이 마카다미아와 초콜릿을 그렇게 필요하고 좋아하는지 나는 잘 몰랐어요."


그러다 갑자기

"그렇다면... 대표까지는 아니어도 보롬왓 상무님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어떨 것 같아요?"

라고 물어보셨다.


"네...?"


그냥.... 초콜릿 하나만 사가서 테스트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미팅이라니... 만나게 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지.... 우리가 보롬왓의 초콜릿을 쓸 만큼의 규모와 자본이 되나....?라는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지만... 바로 대답했다.


"네 만나보고 싶어요!!"


그러자 기별을 넣어 둘 테니 내일 돌아가기 전에 들러서 만나보라고 하셨고, 살짝 들떠있는 상태로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마카다미아 안내판에 적힌 문구를 읽은 커요의 소감을 신나게 말씀드리는 대목에서 갑자기 선생님께서 제안을 하셨다.


"이럴게 아니라, 지금 대표님을 만나러 가자."


.... 네...?


그렇게 얼떨결에..... 갑자기 일어나서 때마침 비가 내리는 풀길을 따라 보롬왓 대표님을 만나 뵈러 갔고.... 보롬왓 대표님도 우리 만큼이나 당황스러워 보이는 모습으로 우리는 만나 대화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진정성 있는 가치를 풀어내는 경영자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던 차에 나누면 나눌수록 앞서간 선배를 만나는 느낌이었고, 1시간 반 정도를 대화를 하다가 결국 다음날 보롬왓의 초콜릿과 초콜릿메뉴들을 경험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신선하고, 진하고, 다양한 맛들이 입안에서 녹진하게 감싸고도는 보롬왓 초콜릿 라테를 먹으며 지니엄의 고민들과 방향성에 대해 나눴고, 6월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우리는 다시 지니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6월. 우리의 제주도 이야기를 들었던 페어리들과 우리는 다 같이 제주도로 왔고, 이때부터 보롬왓과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니엄 시즌 6의 첫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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