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4] '어바웃유어유스' 의 시작

위기는 기회다.

by 쿠요

포기하지 말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


2022년 확장 리뉴얼 공사를 한 후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 생각했던 기대감과는 다르게 우리는 여전히 위치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쿠키가 반짝 유행했던 코로나 시기를 통해 외딴곳에 홀로 존재하는 지니엄의 존재를 어느 정도 알리긴 했지만 우리의 정체성은 쿠키집이 아니었기에 유행의 흐름을 타기 어려웠고 매출적인 한계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걸 어떻게든 극복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새로운 메뉴들을 냈고, 본격적인 공부를 했고, 다이닝도 해보고, 모임도 해보면서 우리를 알려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난히 힘들었던 2023년 여름. 거의 매일을 울며 버텼다. 계속 무언가는 하고 있었지만 끝없이 느껴지는 좌절감을 밤마다 삼켰다.


그리고 2023년 8월.

어느 때처럼 쿠요가 서울에서 베이킹 수업을 듣고 저녁 늦게 돌아오는 날 지하철 역에서 커요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따라 매장 매출이 가장 저조하게 나왔던 날이었다. 이미 전화로 매장 상황과 매출을 들었던 터라 우리는 서로 만났을 때 지친 표정으로 씁쓸한 미소를 서로에게 지었다.


"여보. 있잖아. 매출이 안 나온다고, 지금 이 마음이 절대로 애들에게 매출을 쪼는 형태로 가지 않게 할 거야."

쿠요가 반쯤 울면서 말했다.

"그래. 그러자. 우리 그렇게 되지 말자."

커요가 토닥거리며 말했다.


그날 굳게 다짐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서서히 지니엄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던 것. 그게 문제였다.


커피도 잘하고 싶고

쿠키도 잘하고 싶고

친절하고 싶기도 하고

공간도 좋았으면 좋겠고

가치를 논하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 모든 게 이전에 작은 규모였을 때는 가능했다.

부부가 홀에 있기만 해도 매장 구석구석까지 모든 게 전달될 만큼 작은 공간이었으니 손님들은 그곳에서 다양한 감정과 경험들을 느끼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니 아니었다.

우리 부부의 손길로는 닿지 않는 곳이 생겼고,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이 있다 보니 정작 대체 뭘 하고 싶은 곳인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손님들이 네이버 리뷰나 후기를 쓰는 것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느껴졌던 위화감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분명 좋은 말들이 적혀 있었는데, 공간이 넓어지니 더 이상 지니엄은 쿠키를 위해 오는 곳이 아니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니 손님들이 이곳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지니엄은... 커피집인가? 쿠키집인가?


아. 혼란스럽구나.


그 판단이 서자 두 가지를 수정했다.


첫 번째로, 구성원의 포지션 변화였다.

이전까지는 커요와 쿠요의 지니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구성원 모두의 지니엄이어야 한다. 넓어진 공간이었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함께 잘 녹여낼 수 있는 구성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교육을 진행했다. 지니엄의 비전, 철학, 가치를 세웠고 그걸 공유했다. 우리가 드러나기보다 구성원들이 더 드러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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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분리였다.

우리의 철학에 동의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생겨서 함께 지니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커피와 쿠키를 분리해야 했다. 지니엄을 대중에게 인식시켜 줬던 건 단연코 쿠키였지만, 지니엄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었기에 지니엄에서 쿠키가 빠진 자리가 어떻게 될지 두려우면서도 반드시 분리시켜야겠다고 판단했다. 지니엄은 커피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으로. 그리고 지니엄의 쿠키가 분리되어 과자점으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다시 컨셉을 잡기 시작했다.




판단했고,

두려웠지만 추진했다.


그렇게 2023년 10월. 우리는 한 공간을 계약했다. 과자에만 집중할 수 있는 테이크아웃샵을 위해서.


이름은.........

우리의 청춘의 한 자락을 담아 애쓰며 만들어 내고 있다는 뜻을 담아,

어바웃유어유스 라고 이름 붙였다.



2024년 1월 30일. 지니엄에서 쿠키가 분리되어 두 개의 매장이 생겼다.

커피와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은

지니엄커피하우스.

구움 과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어바웃유어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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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8일. 커요가 인스타에 올린 글.


안녕하세요, 커요입니다.

'쉼'을 찾아 달려온 지니엄은

어느덧 7년 차가 됐습니다.

장사할 곳이 아닌 곳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숱한 눈물과 버팀의 애씀이 가득했던

지난날들이었죠.


리브랜딩을 통해 저희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과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요.


"ABOUT YOUR YOUTH (어바웃유어유스)"


'가게 이름을 이렇게 짓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은 영업신고를 마친 지금도 여전한 고민입니다.

이렇게 최후의 최후까지도 고민하면서

이 상호명을 고수한 이유는 제 마음이

이미 기울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2018년도 일본에 비즈니스 트립을 다녀왔을 때의 일입니다.

도쿄 시부야 메인 스트리트 중간 한 귀퉁이에 있던 손바닥만 한 카페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름은... 어바웃라이프커피브루어스


이 가게의 상호명을 알게 된 저의 첫인상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고작 10평조차 되지 않는 카페 이름이

”About Life “라니. 그 바쁘고 정신없는

거리 중간 한 귀퉁이에서 ’삶‘을 ’인생’을

논하는 가게가 가당찮다며 제 머리는

그곳을 웃긴 곳으로 치부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제 마음에서는 감동이

차오르는 중이었나 봅니다. 이곳을 여행

필수 방문지로 뽑아놓았으니까요.


그곳을 사진으로 보면서 느낀 제 감정은

위로와 위안이었습니다. 심지어 아직

가보기도 전인데 그 존재가 제게 그렇게

다가온 것입니다. 그리고 직접 방문을

해보니 그 감동은 더 크고 선명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 가게의 이름과 위치가

마치 하루하루를 그저 애쓰며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인 것만 같았거든요.


쉼과 위안을 나누고 싶던 제 바람은

그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새 가게를 위해

들뜬 마음으로 가게명을 고민했죠.

‘얼마나 멋진 이름을 지을 수 있을까?!’

어렵지 않고 직관적이며 입에 착

달라붙는 이름이 갖고 싶었습니다.


‘지니엄’이라는 이름이 어려운 이름이며,

그 어려움이 가게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했는지를 알기 때문이죠.


그러나 아뿔싸. 벌써 수년 전의 경험인

그 손바닥만 한 가게의 존재감과 감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습니다.


”이름에서부터 위로를 주는 가게“는

정말이지 처음이었고, 그 경험이 주는

울림은 제게 너무 지대했나 봅니다.

결국 저는 About을 집어 들었고,

차마 life를 갖다 붙이는, 제게는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없어서 고민을 했습니다.

‘나도 존재 자체가 울림을

주는 가게명을 만들고 싶다.’


그러나 Life여서는 안 될 것.

그렇게 고민 끝에 ”Youth “가 나왔습니다.


왜 YOUTH였을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YOUTH에 관한

인상이 그랬나 봅니다.


‘젊음’. 이는 활력과 강인함을 상징하죠.

‘청춘’. 열정과 낭만 그리고 도전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젊음’은 아직 여러 모로 서툴다는 뜻이며,

메마르고 혹독한 겨울이 있기 때문에 ‘청춘’은 빛날 수밖에요.


젊고, 역동적이며, 활기찬 시절의 우리는

필연적으로 아프고 흔들리고 방황할 수밖에

없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들입니다.



그 시절을 살아야 할,

그 시절을 살고 있는,

그 시절을 살아냈던

우리 모두는 모두 다 “YOUTH”입니다.


그래서 쉼으로부터 시작한 지니엄은

새로운 공간에서 보다 선명하게 제가

생각하는 ‘젊음’을 베이킹하려고 합니다.


| 저희는 당신의 쉼을 굽습니다.

저희는 당신의 젊은 날의 어딘가를 굽습니다.

저희는 저희의 청춘의 한 자락을 굽습니다.

저희는 ‘우리‘의 눈물겨운, 그러나 아름다운

시절을 굽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함께 인생이라는 무궁무진한

여정을 위한 삶의 한 조각을 굽고 있습니다.


We Bake For Your Rest.

We Bake About Your Youth.

We Bake About My Youth.

We Bake About Our Youth.

Yes, We Bake About Life For Life.


하지만, 이 거창한 정신은 누군가에게 고작 커피

내리는 카페 알바, 쿠키 굽는 알바의 모습으로

치부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치부할 테면 하라죠.

우리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때때로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며, 종종 견디기

괴로운 일상의 굴레에서 짐을 조금

덜어드리는 ’평범한 ‘ 모습의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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