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상상을 현실로 옮기다.

우리의 속도대로 그릇을 키워갔다.

by 쿠요

"옆 호실이 계약이 만기가 돼서 자리를 뺀다는데.. 혹시 들어올 생각 있어요?"


건물주 분에게서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식에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이렇게 때가 온다고?'


불과 5년 전, 우리는 처음 이 건물에 들어올 때 50평 남짓 커다란 빈 공간을 보며..

'지금은 이 공간을 다 쓸 여력이 없어서 반을 나눠서 작게 들어가지만... 5년쯤 뒤에는 그 벽을 허물고 이 공간을 다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나눴었다.


하나, 둘, 셋.. 그렇게 우리가 실제로 이곳에 들어왔던 햇수를 세보고 깜짝 놀랐다.


2017년에 이 공간을 계약했는데, 2022년에 확장공사를 하게 되었으니 정말 딱 5년이었다.



내 그릇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면 욕심이고

내 그릇을 키우려고 하면 열정이다.


껍질을 만들어 딱 그만큼 살을 채우고, 다시 껍질을 벗은 뒤 조금 더 큰 껍질을 만들어 오래오래 성장해 나가는 바닷가재처럼. 우리는 딱 우리의 속도대로, 느리지만 조금씩 우리의 그릇을 키워가고 있었다. 탈 나지 않게. 지치지 않게.


한창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했던 때를 지나 2022년부터는 위드코로나가 시작되고 있었다. 집 안에만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왔고 카페에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좋게 딱 그 시기쯤 우리는 과감하게 확장공사를 결정했다.


자금은?

은행의 돈으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대출을 받았다. 이전까지 작은 로스터기로 로스팅하는데 시간을 많이 써야 했던 부분을 개선하고자 과감하게 큰 로스터기를 리스로 들여왔다. 때마침 운명의 장난처럼......(!) 우리가 눈여겨보던 디드릭 로스터기에서 무이자 리스 행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바로 계약을 했고, 이때부터 디드릭 로스터기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인테리어는 발품이었다. 다만 다행히도 이전 3번의 조금씩 리뉴얼 공사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어느 정도 인테리어 팀이(?) 생긴 상태였다. 목수, 페인트, 간판, 설비, 전기 등 우리가 좋아하는 분들을 각각 섭외했고 공사가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지니엄의 인테리어 컨셉과 동선을 전부 직접 설계했다. 이 모든 것들 전부 이전 공사를 토대로 후회했던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 그때 이렇게 할걸.'


했던 부분들을 전부 고려해서 최대한의 동선, 효율, 수납, 손님맞이, 기물배치를 짰다.


'이거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날을 잡고 제주도에 가서 다른 카페들의 컨셉들을 찾아보며 집중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어느 정도 만족한다.... 생각하고 돌아와 본격적인 공사가 들어가기 바로 며칠 전, 이전까지 구상했던 설계도를 다 갈아엎은 후 밤새가며 다시 설계도를 짰다.


작은 공간을 설계하는 게 아닌, 외관부터 시작해서 천장 내부, 커피 작업대, 바 모두 다뤄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굉장히 컸다. 큰돈이 들어갔던 만큼 우리가 잘못된 선택으로 이 큰 공간을 다 망치면 안 된다는 부담감에 색깔 하나하나 조명 위치 모든 것을 예민하게 바라봤다.


그렇게 2022년 2월 말.

기존에 있던 모든 기물들을 전부 철거하고, 본격적인 인테리어에 들어갔다.

KakaoTalk_20251013_002223356.jpg 영업종료 마지막 날. 이 날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였던 우리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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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공간을 채워야 하는지 너무나 막막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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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호실의 창문들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창문을 떼버리고 통유리로 바꾼 뒤 몰딩을 만들었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바로 시선이 들어올 수 있는 짧은 거리를 위한 주문대와 디저트 진열 (지금은 브루잉 존으로 바뀌었지만).

문을 향해 걸어오는 길에 열리는 오픈형 창문과 에스프레소 머신들.

최대한 배수를 짧게 잡기 위해 배치한 창 밖을 바라보는 설거지존.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바자리.

로스터기가 손님들에게 보일 수 있도록 배치한 뒤 가장 짧게 배치시설을 갖췄고.

나머지 홀 부분은 우리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도록 자리마다 특색을 살려서 배치했다.

이전에 배수관이 노출되어 있어 들렸던 소리를 막기 위해 천장을 막았고,

낮은 천고의 단점인 답답함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분은 노출시켰다.

톤이 낮은 페인트를 썼고,

이때 버건디 색깔을 간판으로 잡았다.



XMX04054.JPG_compressed.JPEG 멋진 목수님들
XMX04222.JPG_compressed.JPEG 멋진 페인트 사장님
XMX04283.JPG_compressed.JPEG 멋진 간판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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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그러나 한 달 정도 걸릴 거라 예상했던 인테리어공사는 생각지도 못한 복병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제 막 공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와 함께 공사를 하기로 했던 분들이 한 분씩 차례로 코로나에 걸리면서 공사 일정이 딜레이 되었다. 한 분이 아프면 다른 한 분이, 그러고 나면 또 다른 팀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꼼짝없이 공사기간이 미뤄졌고, 공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우리의 잔고도 떨어지고... 버틸 수 있는 힘이 떨어지면서.... 냉장고를 파먹다 못해 먹을 수 있는 게 없어지는 시기까지 왔다.


거의 2달을.

수입 없는 소비로만 보내야 했던 이때.

모든 공사가 다 계획한 데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 평소보다 1.5배 정도 여유롭게 일정을 잡았는데 그마저도 결국 딜레이가 되는 걸 보면서.... 어떻게든 4월 말에는 오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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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본다는 것.

모든 과정을 내 눈에 담아내는 걸 놓치고 싶지 않아서 계속 공사 현장에서 우리는 교대로 계속 머물렀고 덕분에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소통하며 더 좋은 선택들을 해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 우리가 생각했던 그림과는 꽤 달라졌지만, 더 좋은 선택들을 해나갈 수 있는 분 들 이어서 함께 일하는 재미도 있었다.


대규모의 2달 공사.


잘못될 수 있다는 책임감의 무게를 떠안으며 우리는 하나하나 선택을 했고, 그렇게 지금의 지니엄의 공간이 탄생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오픈을 하기 전.


커요가 말했다.


"프리오픈을 하자. 우리 손님들을 초대해서, 함께 먼저 이 공간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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