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아래에서 나눈 대화

유행을 넘어 지니엄이 '소사이어티'를 선택한 순간

by 쿠요

코로나가 터지고, 본격적으로 디저트가 유행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그것도 심지어 르뱅쿠키가 한창 유행이 되면서 이곳저곳에서 르뱅쿠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먼저 르뱅쿠키를 하고 있었던 우리에게... 클래스 문의도 왔고, 여러 지역에서 택배주문이 들어왔다. 카페라는 공간 자체를 누리는 것보다 테이크아웃의 수요가 훨씬 많아졌고 '지니엄커피로스터리'로 시작했던 가게는 '지니엄쿠키'라는 가게가 되어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커요는 "지니엄쿠키집입니다. 커피도 있어요."라고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각 나라마다 맛과 향도 다 다르지만 색깔은 다 똑같이 보이는 커피.... 와는 다르게, 모양도 맛도 색깔도 직관적으로 매력적이게 다가오는 디저트를 통해 우리는 쉽게 대중들에게 지니엄을 노출시킬 수 있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꾸준히 우리의 이야기를 적어왔던 것들이 함께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손님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8평의 공간 중 10평은 쿠키 생산을 하는 작업실로, 8평은 쿠키와 커피를 판매하고 손님들과 소통하는 바로 이루어져 있던 이 공간 모든 곳에 커요와 쿠요 두 사람의 손길과 눈길이 전부 닿았고 우리 두 사람으로 꽉 채워졌던 이곳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손님들과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졌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끊어졌던 이때, 우리는 오히려 좀 더 긴밀하게 손님과 소통하는 방법들을 찾아내곤 했으니까.


유튜브를 막 시작했던 지은이의 도움으로 우리는 1년 동안 매 달 한 편씩 지니엄의 유튜브를 올릴 수 있었다. 지니엄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건 꽤 홍보효과가 컸고, 동시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손님들과 여러 가지 이벤트들을 진행했다.

https://www.youtube.com/@therest6089



지니엄 그림 그리기.

지니엄의 단점을 적어달라고 했던 것.

단골손님과 음악을 작업하고, 그림이 생기고, 잡지도 만들었던 여러 가지 작은 콜라보 작업.

그렇게 사부작사부작 손님들과 소통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새로운 쿠키를 만드는데.... 손님들이 원하는 게 뭔지 물어보자.'


단순한 생각이었다.

마침 새로운 쿠키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이었으니, 이왕이면 손님들이 원하는 걸 직접 물어보고 그 맛을 구현해 보는 게 어떨까? 지금은 이런 생각들이 어렵지 않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손님 입장에서 원하는 맛을 만든다는 게 바로 떠오르지 않던.. 초보사장 시절이었다.


그렇게 손님들에게 물었는데, 갑자기 '말차'라는 키워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커요와 쿠요는 말차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는 말차를 차로 마시는 건 좋아하지만, 말차로 만든 다양한 음료 및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걸 왜 디저트로 만들어서 먹지...?라는 생각이 가득했었는데 이게 웬걸,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서 키워드가 나올 줄은 사실 생각도 못했다.


'그렇다면.... 이왕 만들 거, 말차 맛 정말 진하게 만들어보자.'


진짜 말차파들을 위해서 만들어 보자.

그 마음으로 손님들 중 말차를 좋아하는 분들의 자문을 구해가며 말차쿠키를 만들었다. 마치 진득한 말차테린느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화이트초콜릿으로 가나슈를 만들고, 유기농 프리미엄 제주말차를 사용해 쌉쌀한 맛을 밸런스 좋게 끌어올린 뒤 마카다미아와 화이트초콜릿으로 촉촉한 쿠키를 만들었다.


그리고 반응은... 말 그대로 말차대란이었다.



말차를 사기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섰다. 매장 안에는 당시에 인원규제로 많이 들어올 수가 없어서 밖에까지 사람들은 줄을 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구나.



그렇게 이때부터 지니엄은 쿠키집으로 거의 자리를 잡았다.

지니엄은 쿠키집.

그런데 가면 철학도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으로의 대우를 받기도 하고, 사장님들도 좋고, 커피도 덤으로 맛있는.



그렇게 지니엄이 손님들에게 인식되어 갈 때쯤... 우리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디저트 카페를 하고 싶었던 건가?



쿠키를 통해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올라갔고, 우리의 가치도 전할 수 있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대로도 괜찮을까 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우리가 처음 지니엄을 했을 때는.. 디저트 가게를 하고 싶었다기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고, 온기를 전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는데.. 쿠키를 하면서 디저트집, 즉 테이크아웃을 하는 공간으로 인식이 되다 보니.. 우리의 가치를 좋아해서 왔던 단골손님들도 앉을자리도 별로 없는 이곳에서 갈 길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코로나가 있어서 사람들이 지금은 테이크아웃으로 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풀리기 시작하면 매장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분명 많아질 텐데... 이대로 괜찮을까?





"나는... 지니엄이 디저트 가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보름달이 커다랗게 떠있던 날, 저녁에 동네를 쿠요와 함께 산책하던 커요가 말했다.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이런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아. 쿠키의 유행은 언젠가 지나갈 거고, 여기서 우리가 그다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많이 흔들릴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보는 뭘 하고 싶어?"

쿠요가 물었다.


"나는 지니엄소사이어티를 하고 싶어. 지니엄이 단지 커피로, 쿠키로 규명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삶으로 사회로 설명되었으면 해. 그런데 그러려면 손님들이 앉을 공간이 있어야 해. 우리가 처음 2017년에 들어올 때 말했던 거 기억해? 5년 뒤에는 결국 이 공간을 확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잖아. 지금은 비록 옆 자리에 다른 분이 들어와 있긴 하지만....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할 거야. 이곳 상권에서 계속 있는 게 맞을지. 즉 이전할 것인지, 확장할 것인지 말이야. 그런데... 옆자리가 나오지 않으면 결국 이전해야겠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이곳 상권에서 우리는 과연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지금은 사람들이 쿠키를 찾아오는 곳이 되었지만, 유행이라는 건 언젠가 지나갈 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것이 유행에 맞춰서 디저트를 판매하는 가게가 아니었으니 결국 우리는 그다음 스텝을 위해 고민해야 했다.



다른 상권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옆에 이미 오랫동안 공간을 잘 쓰고 있는 사무실이 있었으니 확장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전을 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했고, 월세를 조금 더 주더라도 좋은 자리가 있으면 옮길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건물주 분에게 연락이 왔다.



"옆에.... 갑자기 나간다네? 혹시 옆 공간 쓸 생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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