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공간. 이제는 정말... 괜찮은 카페가 되었다. 인간미 폴폴 풍기던 그 소박한 공간은 온데간데없고, 전체적으로 우드톤으로 완성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 꽤나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 탄생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오픈 전, 우리는 '프리오픈'을 결심했다. 유명한 인플루언서를 부르는 그런 프리오픈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시간을 공유해 온, 우리를 기다려준 손님들과 함께 먼저 이 공간을 열고 싶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아직은 낯선 이 공간을, 우리 구성원들과 손님들이 함께 즐겼다. 인테리어 과정까지 다 함께 나눴던 그 시간들이 참 특별했다.
그리고 2022년 4월 30일. 지니엄 시즌 4를 정식 오픈했다.
앉을 공간도 없던 동네 카페가, 통일성 있는 우리만의 색깔을 입고 큰 공간으로 넓혀진 순간.
벅차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새 공간에서의 시작은 행복했다.
탁 트인 시야와 어느 정도 갖춰진 시설들. 물론 매장 곳곳 아직 채워야 할 곳은 많았지만, 그 부족함을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주력상품이던 쿠키를 한가득 쌓아 팔았고, 패키지도 새로 만들었다. 홀이 생기면서 커요만으로는 부족해, 처음으로 바리스타 페어리도 뽑았다. 커요와 쿠요 둘 뿐이던 공간에 하나둘 페어리들이 생겨나고, 먹고 갈 수 있는 공간도 생기고, 인테리어도 꽤 괜찮게 나왔으니...
'아, 이제 괜찮겠구나. 이제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을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딱 3개월만.
처음 3개월은 정말 바빴다. 새롭게 바뀐 매장을 축하하러 오는 분들로 넘쳐났다. 말 그대로 '오픈발'이 제대로 있었다. 쿠키를 계속 만들었고, 계속 나갔다. 그런데 정확히 3개월 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니엄의 비수기는 늘 한여름과 한겨울이었다. 언덕 꼭대기라는 위치적 특성상 여름이 너무 더워지면 손님들이 찾아오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주력 디저트인 구움 과자는 여름에 수요가 확 떨어지는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늘 비수기엔 신메뉴를 테스트하며 버텼고, 성수기에 그걸 풀어내며 다시 매출을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비수기는 지나간다. 결국 다시 회복할 거야.'
그렇게 다짐하며 계속 도전했다. 당면한 문제에 좌절하는 게 아니라, 계속 새로운 답을 찾아냈다. 비수기의 여름을 지나 조금 풀리는 가을을 보냈고, 다시 비수기의 겨울을 맞았다.
공사가 끝나고 매장이 넓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물론 해결된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문제들도 생겼다. 2022년과 2023년은, 넓어진 공간의 빈 부분을 계속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그릇이 커지면 그만큼 빈 공간이 생기고, 다시 그걸 채우기 위해 애써야 했던 치열한 시간. 전에는 대표인 우리들만 감당하면 됐던 문제들이, 규모가 커지면서 구성원들이 생겼고,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 이렇게나 큰 것인지 그전엔 미처 몰랐다. 산을 한 번 오르고 나니 더 큰 산이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부딪혔다.
완벽하지 못해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자.
완벽하지 못해도,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자.
첫 번째 시도. 디저트 신메뉴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2022년엔 정말 많은 구움 과자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계절별 신메뉴가 이 시기에 출시됐을 만큼, 거의 매달 신메뉴를 냈고 그와 함께 베이킹 실력도 급성장했다.
쿠키, 피낭시에, 플랑.
처음엔 단순했던 쿠키가 점점 정교해지고 맛의 레이어가 쌓였다. 사계절로 바뀌던 쿠키 라인업이 이때부터 월별로 바뀌기 시작했다. 로즈, 애플, 단호박, 블루베리... 다양한 재료로 마음껏 실험했던 기간이었다.
두 번째 시도. 지니엄에서 다이닝을 했다.
친하게 지내던 셰프, 티 소믈리에와 함께 티 페어링 세미다이닝을 진행했다. 4가지 코스로 구성된 이 다이닝은, 지니엄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싶다는 커요의 바람이 일시적으로 실현된 순간이자, 결국 더 큰 꿈을 꾸게 만든 순간이었다.
비수기였던 6, 7, 8월. 여름 컨셉에 맞춰 다양한 식재료로 손님들에게 다이닝을 선보였다.
남는 건 없었다. 아니, 남은 게 하나 있긴 했다. 다이닝이 끝난 후 우리끼리 남아서 함께 보낸 그 즐거운 시간.
그래도 다양한 맛에 도전하고 시도해 봤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큰 경험이 됐다. 지금 지니엄이 커피하우스로 바뀌어 파인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도, 이때의 경험이 좋은 초석이 되었으리라.
세 번째 시도. 쿠요의 본격적인 베이킹 공부
신메뉴를 계속 만들다 보니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혔다.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제는 공부해야 하는 때다.'
구움 과자를 만든 지 5년 만의 결심이었다. 이전까지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계속 미뤘었다. 그러다 벽의 끝까지 닿은 걸 느끼고, 무리해서라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메인 생산자였던 쿠요 없이도 쿠키 생산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구성원들에게 뒤를 맡겼다. 몇 개월 동안 공부하는 동안, 지니엄의 그릇이 커짐과 함께 쿠요가 만들어낼 수 있는 디저트의 영역도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결국... 지니엄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낸 이야기이기도 하다.
매장의 인테리어와 규모가 커진 만큼, 지니엄은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대표인 커요와 쿠요 모두 지니엄의 규모에 맞춰 개인적인 실력을 계속 키워갔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을 꾸준히 선택하고 공부했다. 그 과정을 충분히 즐겼다. 즐겼다고 해서 힘들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힘든 가운데서도 낙심하지 않았다. 좌절하지 않았다. 매장 운영의 심리적 부담감에 눈물 비친 적도 많았지만, 우리는 서로를 토닥이며 넓어진 그릇의 빈 공간을 계속 채워갔다.
그렇게 1년을 넘기고 어느 순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