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자녀들이 배우는 언어 선택이 다를 수 있겠지만 영미권을 제외한 지역이라면 대부분 영어와 현지어 그리고 모국어인 한국어를 가르치게 된다. 여기에 자녀들의 연령대까지 고려하면 대부분 영어가 현지어보다 우선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녀들의 장래 계획이나 부모들의 교육철학에 따라 습득 언어의 우선순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 가정의 예를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2011년 인도에 처음 왔을 때, 각각 만으로 7세, 5세, 2세였다. 만 2세가 되지 않았던 막내는 이제 막 한국어를 말할 때였으니 이중 언어를 습득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했다. 5세였던 둘째도 영어의 알파벳부터 배우는 유치원에 보냈으니 인도 친구들을 따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반면에 큰 아이는 인도 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좀 늦게 등교하게 된 상태라 걱정이 적지 않았다. 큰 아이의 어려움은 단순히 영어만이 아니었다. 학교의 모든 교과 과정은 영어로 진행됐지만 친구들은 모두 힌디를 썼으니 동시에 영어와 힌디를 공부해야 했다. 여기에 부모의 욕심이랄까 그나마 한글을 조금 떼고 왔는데 그마저 잊어버릴까 걱정이 됐다. 친구들과 힌디로 의사소통을 전혀 할 수 없으니 또래 집단에게 매일같이 놀림을 받았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울먹인 날들도 많았다. 게다가 영어로 진행되는 학교 공부는 더더욱 따라가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부부는 영어, 힌디, 한국어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해야만 했다. 우리는 힌디에 가장 먼저 우선순위를 두었다. 반면에 토요일에 열리는 한글학교에 보내는 것은 포기했다. 한글은 비자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야 할 때에 집중해서 가르치기로 했다. 힌디에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해서 힌디를 집중해서 가르친 것은 아니다. 잠시 동안 힌디 과외를 시켰지만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힌디 선생님이 힌디를 과목 가르치듯이 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아이들이 하루에 한 편 보는 애니메이션을 영어에서 힌디로 바꿨다. 힌디로 더빙된 것이나 힌디로 제작된 저렴한 VCD(약 2천 원 정도)를 구입해서 지속적으로 보게 했다. 대략 한 달에 두 세편을 샀는데, 그 두 세편을 한 달 내내 보니 반복 학습의 효과가 있었다. 가끔씩은 극장에서 부모인 우리 부부도 힌디 공부를 할 겸, 아이들과 함께 힌디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신경 써서 동네에서도 힌디를 쓰는 아이들과 노는 것을 많이 격려해 주었다. 물론 그러는 사이에 아이가 가장 먼저 습득한 것은 힌디 욕이지만, 그것이 욕이냐 아니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또래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냐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는 사이 석 달 정도가 지나자 큰 아이의 힌디는 학교 선생님들도 놀랄 만큼 발전했다. 이전에는 늘 놀림만 받았는데 이제는 또래 여자애들한테 '뚱뚱하다'느니 '바보'라느니 말하면서 놀려대서 아이들이 나한테 큰 아이를 고자질하곤 했다. 이후 우띠에 있는 학교로 옮기면서는 학교 정책에 따라서 영어만 쓰도록 되었기 때문에 영어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었다. 그리고 금방 습득한 힌디는 영어만 쓰는 사이에 곧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는 아이들이 어떤 언어를 습득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언어의 유용성이나 대학 입학과 관련된 중요성보다는 현재 또래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