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세 개 있는 것 같아요?

by 최정식

어느 날 큰 아이인 해언이가 말한다.


"아빠, 내 머리에는 뇌가 세 개 있는 것 같아요. 힌디 하는 뇌, 영어 하는 뇌, 한국어 하는 뇌요. 델리 있을 때는 힌디 하는 뇌가 컸는데 지금은 영어 하는 뇌가 커지는 것 같아요. 한국어 하는 뇌는 작아지고요."


보통 선교사 자녀들이 모국어를 포함해서 두세 개 언어를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큰 특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는 영어에 말이나 귀가 트이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기 때문에 그러지 않나 싶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이다.

해언이가 또래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대견한 마음이 들다가도 이전에 읽을 수 있던 한글책을 못 읽는 모습에 답답하기도 하다. 엄마 아빠는 고등학교 때나 배웠을 법한 영어 단어를 읽는 모습에 대단해 보이다가도 영어 문장을 이해는 하지만 한국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에 아이를 다그치기까지 한다. 한 선교사의 아이는 한국으로 대학교를 보내려고 하는데 한국어 실력과 면접 때문에 고배를 맛보고 있다고 한다. MK(Missionary Kids)라고 불리는 선교사 자녀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시선 중에 하나 또한 영어를 잘할 거라며 선망하는 것이다.

물론, 선교사 부모와 자녀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두세 개 언어를 모두 잘하는 경우들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만 생활하는 자녀들보다는 환경적인 면에서 MK들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두 세 배의 노력을 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어린 해언이의 학교 영어 공부를 도와주다가 답답함에 폭발할 뻔한 적이 자주 있었다. 돌아보면 한 언어만 잘해도 잘하는 거라고 격려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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