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안수를 받고 몇 년 되지 않아서 일이다. 하루는 모교인 신학대학원에 공부하러 일찍 간 터라 교내 식당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얼마 후에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후배인 신대원생 한 분이 유쾌한 소리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전도사님! 아침 식사하세요!"
이른 아침에 교내 식당에 30대의 젊은 사람이 앉아서 책을 읽고 있으니 당연히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으로 보였을 것이고 늘 서로 잘 알지 못해도 인사를 주고받는 좋은 문화가 있다 보니 당연히 던진 인사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속에서 욱하며 이런 말을 되뇌고 있었다.
'내가 왜 전도사야? 난 엄연히 목사라고!'
목사가 된 사람 치고 쉽게 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목사 안수를 받기 직전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터라 내가 목사라는 사실을 남이 꼭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속으로는 '내가 어떻게 목사가 됐는데 네가 나를 전도사라고 불러?'하고 따지고 있었다. 말로는 하나님의 은혜로 되었다고 하지만 실상은 내 고생과 공로로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목사가 내 의가 되었으니 목사가 오히려 내 구원에 장애가 된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일까? 목사가 되고 그 연수를 자랑하고, 선교사로서 그 연수를 자랑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종종 볼 때마다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노회 주소록에 보면 목사 안수를 받은 연도가 빠른 순서대로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장유유서라는 좋은 전통 때문인지 혹은 임원을 뽑는데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그것 자체가 연수를 자랑으로 여기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모세가 연수를 세는 지혜를 구한 것은 인생이 얼마나 급히 가는지, 인생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를 잊지 않으려는 것이지 내가 살아온 연수로 혹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연수로 자기 의를 삼고 남을 업신여기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뒤돌아보면 이렇다. 선교지에 나온 연수가 길수록, 목사 안수받고 지난 연수가 길수록 주님 앞에 부끄러운 것이 더 많으니 이제는 선교사라 혹은 목사라 불리는 것조차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