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선교사, 인도에서는 목사?"
델리 근교에 살 때, 한 "전문인 선교사"가 내게 던진 말이다. "목사 선교사"들의 이중성을 비꼬는 표현인데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라 들으며 씁쓸했다. 한국에서는 선교사를 더 귀하게 보는 경향이 있으니 선교사라 불리기를 좋아하고 선교지에서는 목사라는 타이틀에 더 권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보니 목사라 불리기를 좋아한단다. 실제로 다른 나라의 선교사 사회에서는 "목사 선교사"와 "전문인 선교사"들 사이에 별 차이가 없지만 유독 한국 선교사 사회에서는 차별이 심한 것 같다. 이 때문에 그 전문인 선교사도 나에게 그런 쓴소리를 던진 것이다. 이러한 차별로 인해 애초에 전문인 혹은 평신도 선교사로 선교지에 왔다가 신학을 역부로 해서 결국 목사가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선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선교에 대한 정의가 좀 더 폭넓은 서구 선교 단체 입장에서는 전문인 선교사로 선교지에서 구제와 지역개발에 힘쓰는 것도 선교이니 꼭 교회를 세워야만 선교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서 당연히 전문인 선교사들도 동등하게 양성하고 지원한다. 내가 만난 서양 선교사들 가운데는 오히려 전문인 선교사가 더 많았다. 이에 비해 구제와 지역개발만으로는 선교가 아니며 반드시 교회가 세워져야 한다고 선교를 정의하는 입장에서는 전문인 선교사는 뭔가 미완의 사역을 한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나는 선교에는 반드시 복음이 선포되고 교회가 세워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전문인 선교사의 사역이 미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교회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고 예배당을 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는 예배당보다도, 모인 사람들보다도 더 크다.
세워지는 교회만이 아니라 세워진 이후에 교회까지 생각한다면 전문인 선교사는 교회를 교회답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선교사이다. 선교를 교회를 세우는 데까지만 생각하면 목사 선교사의 교회 개척 사역이 선교의 완성처럼 여겨지지만, 교회가 세워진 이후의 교회를 생각하면 오히려 전문인 선교사가 미완의 교회 개척을 완성으로 이끄는 사역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목사 선교사가 세운 교회는 복음 사역만을 하는 경향이 강한데 비해, 전문인 선교사와 함께 개척된 교회는 태동 시부터 구제와 지역개발과 같은 사회 변혁에도 힘쓰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