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용돈

by 최정식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기 시작한 것은 우리 재정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뀐 직후부터다. 대학을 마치고 신대원에 들어가고 다시 전도사 생활을 하기까지 내 수중에 돈이 있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다 커서 직장 생활하는 나이인 막내아들이지만 학비며 생활비를 보태지 못하시는 것을 늘 미안해하셨다.

2003년에 결혼할 때 우리 가정의 수입은 월 50만 원이었고 이듬해부터 2006년까지는 월 100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2007년에는 180만원 정도가 되었고 결혼할 때 마이너스 200만 원으로 시작한 살림이 그 해 연말에 플러스 재정으로 바뀌었다. 플러스 재정으로 바뀌자마자 우리 부부가 결정한 것은 어머니께 매달 10만 원씩 용돈을 보내는 것이었다. 양가에 다 보내자고 제안했지만 장인어른이 아직 경제 활동을 하시기 때문에 우선은 본가 어머니께만 드리기도 했다.

어머니께 보내는 돈은 매월 정기적으로 10만원이다. 그리고 생신이 있는 달에는 20~30만원을 보낸다. 명절에는 다시 명절 준비하는 비용 10만원에 어머니 명절 보너스 10만원을 보낸다. 여름휴가 차 시골에 갈 때면, 2~3일 보내고 숙박비 명목으로 다시 10만원을 드린다. 어머니께서 김치나 고춧가루를 싸주시면 수고하셨다고 10만원을 드린다. 어머니께서 밤을 까는 일을 하실 때, 좋은 밤들을 챙겼다가 우리에게 보내주시면 밤 값으로 10만원을 드리곤 했다. 여기에 매달 정기적으로 나가는 핸드폰 요금을 포함해도 1년에 어머니께 드리는 돈은 겨우 200만원 남짓이다.

이 돈이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가 쓰는 자녀 교육비나 외식비에 비교하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이 얼마나 얄팍하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얕은지 모른다. 가끔씩 어머니의 핸드폰 요금 명세서 볼 때, 2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올라가면 무슨 전화를 이렇게 많이 쓰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전에 어머니 집 전기 요금을 내 카드로 자동이체를 시켰다가 요금이 3-4만 원이 돼서 결국 이체 정지를 시켰다. 게다가 내 수입은 늘었는데 어머니 용돈은 지난 6년간 동결돼 있다.

벌써 어머니의 연세가 75세가 되셨다. 어머니가 앞으로 10년 더 사신다고 해도 아니 20년을 더 사신다고 해도. 지금대로 계산하면 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돈은 앞으로 2000만원 최대 4000만원이 고작이다. 이전에 저소득층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며 정부로부터 2000만 원을 대출받았는데 연 2%에 15년 만기 상환이었다. 그때 나는 2000만 원을 거저 쓰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10년에 2000만원 어머니께 드리는 것은 표도 안 나는 것이다. 내 초조함은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어머니께서 언제 별세하실지 어떻게 아는가? 나는 내 오랜 친구가 어머니를 천국에 보내드리며 내게 했던 말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 친구는 내게 말했다. 지금까지 공부만 하다가 어머니께 옷 한 벌 사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도 후회스럽다고.


--- 이 글은 2013년에 인도에 있을 때 쓴 글이다. 내 어머니는 2017년 향년 79세의 나이로 소천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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