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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식 Jan 06. 2022

때와 기한

내가 전도서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락이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로 시작하는 3장 1절에서 11절이다. 이 단락처럼 인생을 잘 설명한 문장이 또 있겠는가 싶을 정도다. “때(time)”라는 단어를 30회 사용하여 정리된 인생을 읽노라면 우리 인생 이야기에 들여 쓰기와 단락 구분이 이루어진다.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시간들은 그저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일 뿐이다. 인생을 잘 살고 싶은가? 성경의 정리에 귀를 기울이라.

   30회의 때들 중에 1절과 11절의 2회의 때는 그 사이인 2절에서 10절에 있는 28회의 때들을 앞뒤에서 묶고 있다. 그것이 기한이다. 28회로 정리되는 인생은 결국 2회의 기한(期限)으로 유한(有限)하다. 이것은 11절의 영원과 대조된다. 우리 인생은 유한하고 하나님은 영원하시다. 유한한 인생은 영원과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써 퍼즐이 맞는다. 다르게 말하면, 영원과 연결되지 않는 인생은 헛된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를 믿어 영생을 얻게 되었다는 것은 곧 지금 사는 인생이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2절에서 8절이 인생을 정리하는 방식 또한 얼마나 놀라운가? 인생의 때들을 14개의 짝으로 설명한다. 시작을 “날 때와 죽을 때”(2절)로 해서 끝을 “전쟁할 때와 평화할 때”(8절)로 맺는다. 가장 개인적인 일에서 시작해서 가장 사회적인 일로 끝을 맺는 것이다. 인생은 가장 개인적인 동시에 가장 사회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이 두 꼭짓점을 이은 선 위에 우리 인생 줄거리가 걸쳐 있는 것이다.

   짝이 되는 때들은 서로에 의해 의미를 갖는다. 죽을 때가 없이 날 때를 설명할 수 없으며, 날 때가 없이 죽을 때를 설명할 수 없다. 웃음 없이 울음을 설명할 수 없듯 울음 없이 웃음을 설명할 수 없다(4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렇게 인생을 주셨다. 슬퍼할 때만 주신 것이 아니라 춤출 때도 주셨고(4절) 사랑할 때만이 아니라 미워할 때도 주셨다(8절). 그러니 하나님은 모든 때와 시간의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욥은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 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라고 고백한다. 우리가 좋아하거나 바라는 때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때 모두를 받아들이고 믿는 것이 신앙이다.

   그러나 30회의 때로 정리된 인생은 그저 책장에 꽂힌 책들처럼 관상의 대상이 아니다. 각각의 때들은 역동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우리는 그러한 때들에 수고하며 살아야 한다(9-10절). 여기에 지혜가 있다. 심을 때에 뽑을 때를 기억해야 한다. 심을 때에 수고할 수 있는 힘은 뽑을 때의 기쁨에 대한 소망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랑하는 자를 잃은 슬픔에 울고 있는 자를 어떻게 위로할 수 있는가? 천국에서 다시 만나 웃을 때에 대한 소망 외에는 위로의 길이 없다. 전쟁을 왜 하는가? 평화를 위해서 하지 않는가! 이처럼 전자의 때들은 후자의 때들에 의해서 완성되는 것이다. 그 반대는 어떠한가? 미워할 때 우리는 언제를 기억해야 하는가? 바로 사랑할 때를 기억해야 한다. 잃어버릴 때 우리는 언제를 떠올려야 하는가? 욥처럼 그것을 찾았을 때를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때들을 이해하는 사람은 겸손하다. 그리고 남을 위로할 수 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바울의 권면은 이러한 통찰에서 나온 것이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다”(1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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