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식 Jan 12. 2022

내 손으로 빈부격차 해결하기

2021년 현재 한국 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갈등과 대립이다.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젠더갈등, 신분 갈등, 빈부갈등. 그런데 이러한 갈등이 점점 더 심해져서 갈등의 차원을 넘어 대립의 단계에 이르렀으니 더 심각한 문제다. 어느 사회든 다양한 갈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그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대립의 구조가 고착화되어 회복불능의 상태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도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풀려고 노력하기보다 그것을 이용하여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들이 있으니 한탄할 노릇이다.


신명기 14, 15장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한 나라로 세워질 때 혹은 그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사회 장치를 설명한다. 첫 번째가 십일조다. 십일조는 매년 토지소산의 십일조를 내는 것으로 오늘날로 따지면 토지세(소유세)와 소득세를 묶은 것이다. 그리고 삼 년에 한 번, 추가로 내는 십일조가 있는데 이것은 고아, 과부, 나그네들을 돌보기 위해 내는 복지세다. 이에 따라 십일조의 용도는 당시 공무원과 같은 레위인의 봉급과 공동체의 행사비용이 주된 것이었고 복지세로 거둔 십일조로는 말 그대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 썼다. 앞선 용도야 어느 사회든 있는 것인데 후자는 아주 특별한 제도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돕는데 3년에 한 번씩 걷어 들이는 세금의 반을 쓰는 것이다. 이것을 일 년으로 계산하면 복지비용의 규모가 전체 예산의 25%가 된다. 2021년 우리나라 보건, 복지 고용 분야 예산이 전체 예산의 10%가 조금 못되니 세금의 1/4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라는 3500년 전 이스라엘의 제도는 가히 혁명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제도만으로 신분 갈등과 빈부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가난을 말한다. 현대 사회학자들도 가난을 시한폭탄처럼 생각한다. 가난의 문제는 가난한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자 나라들도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부 붕괴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제도처럼 정부가 예산의 25%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면 어느 정도 가난의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안전장치일 뿐 시민 개개인의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성경은 가난의 핵심이 빚이라고 말한다. 빚이 없다면 가난하지 않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빚이 사람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빚을 없앨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이 십일조에 이어서 나오는 두 번째 제도인 면제년이다. 


면제년은 7년 끝에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빚진 사람의 모든 빚을 면제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하나는 개인의 능력의 차이에 따라 부의 축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부족한 사람은 충분한 사람에게 돈을 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꿔주는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 아끼지 않고 꿔줘야 하지만 그것은 무리해서 도우라는 뜻은 아니다. 돈을 꿔주데 몇 년 후까지 못 갚으면 받지 않을 생각을 하고 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이 제도는 돈을 꾼 사람이 안 갚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꾼 사람은 반드시 갚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 차에 따라 수입에 차이가 있고 그것이 쌓이면 빈부격차를 만든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가진 한계이자 위험이다. 그러나 성경은 능력과 부에는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내가 가진 생명과 능력은 당초에 내가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이다. 그러니 그 능력으로 만든 부를 가지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신약교회에 일어났다. 삭개오는 자기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고, 바나바는 자신이 가진 밭과 집을 팔아 교회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그러자 교회에는 가난한 자가 없었다.


사회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사회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보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지출을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 하지만 개개인들이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바로 자신의 부를 나누는 것이다. 개개인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형편껏 돕고, 빚을 진 사람들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면제해주면 우리가 가진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움켜쥔 손을 펴야 한다.

이전 19화 내 달란트는 몇 개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