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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식 Feb 28. 2022

찢은 조각과 낡은 옷(눅 5:36)

   이제 봄이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것이 옷차림일 것이다. 아마도 봄옷이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것을 보면 우리네 형편도 많이 나아진 것이다. 이전에는 입을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입었던 시절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나 또한 어렸을 적에 찢어진 옷이나 양말을 꿰매 입었던 기억이 있다. 양말 정도는 어린 나도 바느질로 해결했다. 양말을 뒤집어서 휘감기 바느질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찢어지거나 무릎과 엉덩이 부분 등이 닳아서 구멍이 난 바지는 내 능력 이상의 것이었다. 그러한 부분은 다른 헝겊으로 덧대어서 꿰매야 하는데 나중에 실밥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불 바느질하는 실력 정도는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어떤 헝겊을 덧대느냐도 중요했을 것 같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누가복음 5장 36절이 말하는 것과 같이 새 옷에서 찢어낸 새 조각으로 하는 일은 본 적이 없다. 그것은 누가 봐도 어리석은 일이다. 헌 옷을 위해서 새 옷을 버리는 일도 어리석은 일이지만, 새 옷의 헝겊과 헌 옷의 천이 맞지 않아 빨래해도 문제고, 또 구멍을 가린다는 것이 결국 강조하는 꼴이 될 테니 더 문제이다.

   예수님께서 이러한 비유를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당시 예수님을 찾아왔던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가 그처럼 어리석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도 지금 그런 우(遇)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예수님께서 새 옷을 주셨는데, 그것 찢어서 구멍 난 헌 옷 같은 우리 인생에 덧대려고 하니 말이다. 예수님께 나와서는, “예수님! 제가 입은 이 옷이 아직도 멀쩡하거든요. 입을 만도 하고요. 그러니 새 옷 주시지 말고, 헝겊이나 좀 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언젠가 새 옷이 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옷만 밤낮으로 입는 아들을 보며 화를 내는 아내의 모습을 본 적 있다. 아들은 그 옷을 빨래해서 방안에 널면 마르기가 무섭게 입던 옷을 벗어버리고 그 옷만 입었다. 다른 옷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그렇게 예쁜 옷도 아닌데 줄기차게 입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답답했다. 우리 인생에 예수님께서 새 옷을 주시는데 우리는 입던 옷이 좋다고 하니, 그때의 아들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를 보시는 우리 아버지이신 하나님도 참 답답하실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옷은 날씨나 계절 그리고 유행에 따라 바뀐다. 봄이 되면 봄옷을 입어야 한다. 신분이 바뀌면 신분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가 돌아왔을 때 그에게 제일 좋은 옷을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신을 신긴 이유가 이 때문이다. 우리는 거듭나서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언제까지 세상 옷을 입은 채로 있을 것인가? “옷은 중요하지 않아 내가 누구냐가 중요하지” 하며 입었던 옷을 벗으려 하지 않는 우리 모습에 하나님 아버지는 답답해하실 것이다. 우리에게 어울리는 착한 행실이라는 깨끗한 옷을 입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행실을 바꾸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것도 포함하는 것이다. 진리의 옷을 우리 생각에 입혀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속 사람은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이전까지 가졌던 생각에 머물면서 여전히 내가 원하는 것만을 하는 삶을 벗어야 한다. 신학대학원 시절, 가장 답답한 학우는 입학할 때 생각을 그대로 가지고 졸업하는 사람이었다. 같은 이해 속에서 보면, 교회에 나오면서 가장 답답한 성도는 전에 가졌던 생각을 그대로 가진 성도일 것이다. 옷을 벗는 것이 쉬운가? 옷을 입는 것이 쉬운가? 옷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옷을 입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그런데 더 쉬운 일인 옷을 벗는 것에 연연한다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이제 겨울옷을 벗고 봄옷을 입듯이,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을 입자. 옛 신앙을 벗어 버리고 새 신앙을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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