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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Mar 17. 2024

학원 숙제를 바라보는 엄마의 애타는 마음

학교, 학원보다 위대한 아이들의 마음

저는 학창 시절에 학원을 다닌 적이 없습니다. 1등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할 때, 저는 학원과 과외 수업을 받는 친구에게 자주 밀렸던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 그 시절을 되짚어보니 학원, 과외 문제라기보다는 그 친구가 공부에 재능이 있었고, 저는 그냥 따라가기에 급급한 학생이었습니다.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당연하게 학습지를 시켰고, 아이들은 하교 후에 국어, 영어, 수학 학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학원 숙제를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특하기보다는 숨이 막힙니다.

'학원에서 저렇게 숙제를 많이 내주면, 언제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아이들 나이가 어린데 왜 저렇게 공부를 많이 시키는 거지?'

'애들이 세뇌를 당했나? 쟤네들 세뇌가 풀리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이상한 거 아닌가?'


저는 결국 아이들을 불러놓고 폭탄선언을 합니다.

"얘들아, 학원에 꼭 다닐 필요 없어. 안 다녀도 돼."

"차라리 우리 제주도 한 달 살이하러 내려가자. 한 달 동안 도서관 투어하면서 책을 읽자."

아이들은 제 말에 '엄마, 또 시작이네. 아휴'

시큰둥하게 반응합니다. 저는 민망해서 딴짓을 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 부모님의 불화로 마음이 힘들었고 공부를 그 도피처로 삼았습니다. 새벽 1시, 2시까지 공부하는 원동력이 '불행'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모든 게 갖춰져 있고, 행복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아이들이 학원숙제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타는 엄마는 아마 이 지구상에 저밖에 없을지 모릅니다.


사실 아이들이 뚜렷한 목적과 목표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노력도 대견한 일입니다.

산에 올라갈 때 모든 사람들이 목표를 갖고 올라가는 건 아니니까요. 어쩌면 큰 목표 없어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그 평범이 더 특별한 재능일지도 모릅니다.

착실한 한 걸음 한 걸음은 절대로 나를 배신하는 법이 없으니까요.


14년째 초보엄마인 저는 오늘도 아이들의 눈치만 살핍니다.

"얘들아, 공부보다 중요한 건 공부를 대하는 너희들의 감정이야"

아기곰 삼 남매는 '엄마 연설이 언제 끝나나' 이런 표정으로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엄마곰의 말을 흘려듣고 있네요.


엄마에게 중요한 건 아이들의 감정입니다. 이미 어른이 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성적은 잊히지만 감정은 영원히 기억된다는 걸 말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 보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10분 일찍 학교로 내딛는 부지런한 발걸음. 학교 끝나고 약속한 시간에 학원으로 내딛는 발걸음.

엄마가 숙제는 내일로 미루고 그냥 자라고 속삭여도 선생님과 약속한 그 힘든 과제 기어이 해내는 작은 자신의 커다란 힘.


학원 수업 사이에 엄마아빠 없이 혼자 국숫집에 들러서 자신을 위한 메뉴를 고르고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에 다음 수업에 들어가는 자기 자신.

공부가 힘들 때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가슴이 답답한 어느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친구들과 미친 듯이 축구를 하는 자기 자신.


이렇게 자신의 생명력이 자기 자신을 이끌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이 일체를 해내는 주인공인 자기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엄마는 우리 집 미니언들이 지금의 종종 발걸음이 자기 자신을 향한 여행임을 잊지 말고, 스스로 정한 약속만큼은 지켜내는, 위대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 아이들을 보면 심장이 벌렁거리는 14년째 초보엄마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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