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벌레 엄마의 쓰담쓰담
둘째 아이가 작년부터 부정적인 말들이 많아지고, 눈빛이 사나워졌다고 느꼈지만 13세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말 기상천외합니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식탁에 앉아서 등교하기 전까지 <나는 반딧불> 노래를 구슬프게 뽑아냅니다. 그것도 앞에 가사만 반복해서 수없이 불러 댑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나는 내가 벌레라는 것을"
이다음 구절에 펼쳐지는 "그래도 괜찮아, 나는 눈부시니까"라는 희망적인 가사는 쏙 빼고, 앞부분 슬픈 가사만 반복하는 겁니다.
저는 혼자 마음속으로 '나는 개똥벌레~ 노래는 몰라서 그나마 다행이네.'라고 스스로 위로했건만, 어느 날 드디어 신형원 님의 <개똥벌레> 노래까지 구슬프게 부릅니다.
"나는 개똥벌레~" 다음 가사도 없이 이 부분만 반복합니다.
'도대체 저 노래는 어떻게 알았을까' 드디어 저는 아이의 구슬픈 노래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친구 문제가 있는지, 공부가 힘든지 물어보지만 아이는 "아니, 별 거 없는데~"라고 가볍게 대답합니다.
오늘 드디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아이가 소파에 앉아서 눈물이 터진 겁니다. 저는 "여름에는 더우니 머리를 묶고 다녀."라고 말한 게 기분이 나빴나 싶어서, 오늘 미용실을 예약해 주겠다고 달래 주었습니다.
아이는 "엄마는 나를 겨우 머리 스타일 때문에 우는 어린 애로 본거야?"라며 더 화를 냅니다.
알고 보니 자신이 다니는 수학 학원에 자기보다 잘하는 애들이 너무 많다고, 선행학습을 한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자기가 못난 것 같다고 합니다. 소설을 쓰고, 자유자재로 만화를 그리는 네가, 고등학교 수학까지 진도를 나간 그 친구들에게 기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다 잘하고 싶은 봄이의 진심도 알기에 가만히 들어주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데 몇 년 전에 인공위성 개발자와 인터뷰를 했던 내용이 기억납니다.
위성을 발사하고 나면 위성은 자신에게 입력된 고도와 궤도를 찾을 때까지 지구를 여러 번 돌고 돈다고 합니다. 한 번에 딱 안정궤도에 진입하는 위성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또한 모든 위성은 결코 궤도가 겹치지 않으며, 반드시 자기 고유의 궤도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우리 봄이가 지금 자신의 고도를 높이며 동시에 궤도를 찾기 위해 빙글빙글 도는 중요한 시간인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얼마나 멀미가 나고, 횡설수설하고, 이 시간이 당황스러울까 싶습니다.
다만 자신과 타인은 서로 고도와 궤도가 절대로 겹치지 않는 인공위성과 같아서 너를 타인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엄마인 저도 미완성에 불안정 상태이다 보니, 아이가 부르는 구슬픈 개똥벌레 노래가 가슴에 비수로 팍 꽂힙니다. 아무래도 엄마인 제가 진짜 개똥벌레인가 봅니다ㅎㅎ
개똥벌레 엄마 눈에 가장 빛나는 별이 매일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나는 벌레였어요"라고 말하면 순간 욱 하고, 아이에게 서운한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사춘기 아이가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정을 저 노래 한 곡이 위로해 주어서 다행입니다.
저도 제 마음을 표현하는 노래를 부지런히 찾아봐야겠어요. 엄마도 매일 미래가 두렵고, 아직도 엄마 인생의 답을 찾지 못해 온몸과 마음을 다해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걸 노래로 구슬프게 한 곡 뽑아야겠습니다ㅎㅎㅎ
13세 봄이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요~~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