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무대에 세우는 시간

가슴을 쓸어내린 시간

by 맘디터

최근에 중2 첫째 아이가 태권도 4품 심사를 받았습니다.

6세 때 유치원에서 덩치 큰 친구에게 얼굴을 맞고 와서, 바로 그날 엄마 손에 질질 이끌려 태권도를 시작한 아이.

첫 애는 워낙 몸집이 작아서 태권도와 상관없이 아이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였고, 4학년 때부터 친한 친구들이 생기면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중학생 아이가 4품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이동하여 수업을 다 마치고, 저녁 8시 30분이 넘어서 태권도장으로 가 10시까지 운동을 하고 귀가하여, 10시부터 학교 숙제를 해야 하는 고된 시간들.


사실 시험 기간에도 꼭 운동을 하고 오라는 엄마에게 큰 아이는 짜증도 나고 반항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년째 학교 상담을 할 때마다 담임 선생님들은 큰 아이의 바른 태도와 배려심, 규칙을 잘 지키는 태도를 칭찬하시며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해서 스스로 단련을 하니까 그런가 봐요 어머니"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4품 심사 날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는 잘 해낼 자신이 없다며 오지 말라고 극구 당부하였지만, 저와 남편은 아이 몰래 잠실 학생체육관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발견하고도 고개만 숙이고 그냥 무덤덤합니다. 자신 없는 아이의 모습에 속상했지만, '떨어지면 다시 보면 돼, 괜찮아, 아가야' 엄마는 속으로 말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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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품 심사를 보는 첫째는 정말 우리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진지하고 숙연합니다. 엄마 눈에 아이가 동작 하나하나에 쏟아붓는 신중함과 집중력이 너무 잘 보입니다. 합격, 불합격을 떠나서 9년의 과정을 해 낸 아이에게 칭찬을 퍼붓고 귀가하는 길. 아이는 4월 중간고사 시험기간에는 태권도를 쉬고 싶다고 하고, 저는 그러라고 했습니다. 며칠 후에 아이는 4품 심사 합격을 확인하고 만세를 부릅니다.


다음 주에 4월 중간고사가 시작됩니다. 아이는 저에게 "엄마, 공부하다가 중간에 태권도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오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운이 나요. 시험 기간에도 운동할래요." 저는 당연히 그러라고 했습니다ㅎㅎ

'엄마는 우리 아들이 그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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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6학년 둘째 아이의 피아노 콩쿠르 대회가 열렸습니다.

연초부터 모차르트 협주곡을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에 콩쿠르 대회가 좋은 경험이 되리라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허락하였고, 저는 아이의 무수한 연습시간과 콩쿠르 대회가 즐거운 추억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둘째의 쾌활한 모습을 보며, 엄마인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콩쿠르장에 입장하였고,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학년 순서가 지나고 3학년 차례가 되었는데, 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집니다. 10세 아이들부터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곡을 전부 해석하고 손이 악보를 이끌어 가는 경지에서 연주를 하였습니다.

저 또한 피아노를 오래 배웠기 때문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과 평범한 연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봄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초등부 맨 마지막 순서로 연주를 한 봄이는 중간중간에 실수를 하고 연주에서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무대에 선 아이를 바라보며 제 마음은 너무 안타까웠지만, 아이는 마지막 음표까지 연주를 마치고 심사위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내려와야 합니다.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도 그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아이가 연주하는 그 짧은 3분이 엄마인 제게는 3시간처럼 느껴집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 나 전부 실수했어"라고 아이가 말합니다.

"봄아, 엄마가 보니까 걔네들은 피아노 연주 재능이 특별한 아이들 같아. 그런 아이들과 봄이가 같은 대회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기분이 좋아."

사실 속으로는 저 무대 위에서 우리 봄이가 얼마나 놀랐을까, 엄마는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저와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수없이 하게 될 겁니다. 중고등학교 성적표, 대학 입시, 취업, 결혼, 아이들이 부모가 되는 순간 등 그 수많은 냉정한 심사와 관문 앞에 서 있을 아이들을 말없이 지켜봐야 엄마라는 자리가 저는 너무 어렵습니다.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태연히 말하면서 속으로는 제 자신에게 '너 정말 괜찮아?'라고 물어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제 콩쿠르대회를 통해 저와 봄이가 1센티 자란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고, 우리는 또다시 터벅터벅 일어서서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엄마가 걸어온 모든 길이 꽃 길이 아닌 것처럼 아이의 앞날도 그럴 테지요. 그래도 푸른 하늘과 햇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 봄이가 힘들 때 이 세상에는 차별과 차이 없이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들도 많다는 걸 기억하고, 저 파란 하늘과 햇살,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다시 출발하면 됩니다.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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