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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Mar 05. 2024

첫째 중학교 입학식날, 초보엄마 시트콤

아이도 엄마도 모든 게 처음인 첫째 아이의 시간들

3월 4일 오후 2시. 첫째 아이의 중학교 입학식.

동생들이 등교하고 혼자 집에 남아서, 입학식으로 출발하기 전 교복을 처음 입어보는 아이.

그런데 옷이 비뚤어져 보여서 제가 중얼거립니다.

"뭔가 이상하네"

흰 셔츠의 단추를 잘못 끼워서 좌우가 안 맞았다! 아이는 바로 단추를 풀어서 올바로 끼웁니다.


그다음 관문, 넥타이. 그냥 목에 거는 건 줄 알았는데 길이를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아이에게 옷이 크다 보니까 넥타이도 셔츠 깃 밖으로 자꾸 삐져나옵니다.

"이게 뭐지? 이렇게 깃 밖으로 줄이 나오는 건가?"

"엄마, 나도 모르는데"

"엄마도 교복을 입어본지가 너무 오래돼서 잘 모르겠는데"

엄마와 첫째는 동시에 한숨을 쉽니다.

가드다란 목줄을 셔츠깃 사이에 예쁘게 끼워놓는 건 결국 포기합니다.


아이가 교복 바지를 입는데, 자꾸 불편하다고 합니다. 도대체 뭘까? 남편이 벨트를 채워주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ㅇㅇ 야, 바지 허리가 큰 거 같아?"

"잘 모르겠는데"

"이런 바지를 입어본 적이 없어서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결국 교복 앞에서 엄마와 아들의 "모르겠는데" 배틀이 벌어집니다.


근처 다이소로 달려가서 벨트를 사 오고 바지에 끼워봅니다.

"어때, 좀 편해?"

"엄마, 정말 편해!"

"바지 허리가 안 큰데, 왜 벨트를 하니까 편한 거지?"

"엄마, 나도 모르지"

"나도 모르겠네"


학교로 출발하기 전, 화장실에 들어간 첫째 아이의 벨트가 뱀처럼 문 앞에 외롭게 걸려 있습니다.

"ㅇㅇ야, 너 왜 벨트 풀었어?"

"소변볼 때는 풀어야 되는 거 아냐"

"아닐 걸, 벨트만 해제하고, 바지 지퍼를 내리면 될 걸"

"아, 그렇구나"


아이가 벨트를 다시 바지에 끼우는데, 벨트 중앙이 허리 옆쪽에 가 있습니다.

"ㅇㅇ야, 벨트 중앙은 바지 중앙에 와야 편하지"

"왜?"

"남자 정장바지를 안 입어봐서 모르겠네"


첫째 곰의 모든 나날이 처음인 엄마와 아이는 이런 좌충우돌 끝에 무사히 학교로 출발합니다.

12시 50분에 하교하는 막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정장코트를 걸친 후에 입학실에 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저학년 막내 학급이 무슨 일인지 정해진 시간보다 30분 이상 지연되어 하교를 했고, 저는 집에 못 들른 채 운동복 차림으로, 남편이 애벌레 옷이라고 놀리는 누에고치 패딩조끼를 걸치고, 막내 손을 잡고, 아이 책가방과 보조가방까지 어깨에 메고 첫째 입학식에 도착하였습니다.


입학식날, 아이가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감동을 느끼는 드라마 같은 순간을 상상했는데, 우리는 "모르겠는데" 배틀을 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서툴렀습니다. 다행히 아이와 저는 서로의 무지를 공격하지 않고, "이 세상에는 쉬운 게 없구나ㅎㅎㅎ" 웃으며 넘겼습니다.


삼 남매를 키우지만, 첫째 아이의 모든 것은 제가 엄마로서 처음 경험하는 순간들 뿐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더 편한지, 아니면 많이 불편한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둘째와 셋째에게는 항상 답을 가르치려고 하는 엄마가 편한지, 아니면 답답한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엄마로서 살아간다는 건, 내 인생의 매일 첫째 날을 보내는 동시에 아이들 인생의 매일 새로운 나날들을 시속 500킬로로 맞이하는 숨 가쁜 시간입니다.


매일매일 지구와 거의 같은 속도로 회전하는 나를 바라보며, 태양과 달과 별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합니다.

웃으며 바라볼까? 짠하게 바라볼까? 한심하게 바라볼까?

가끔 태양과 달과 별이, 이름 없는 저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도 별의 고운 한 조각이니까요~


-맘디터의 육아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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