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설악산 편한 산책길

설악산 트래킹 주전골 코스

by 맘디터

남편과 아침 5시 20분에 시동을 켭니다. 이미 북부간선도로는 서행을 하고, 6시 전에 진입한 춘천양양고속도로에도 차가 많네요.

이른 아침 6시 전의 남양주 톨게이트

설악산 오색약수터를 향해 부지런히 달립니다. 제가 운전을 하고 남편은 쪽잠이라도 자라고 자장가를 틀어주었건만, 도통 잠이 안오는지 계속 조잘조잘 이야기를 합니다.

양양을 지나 설악산 주차장에 도착하고, 마실 물을 남편 배낭에 챙겨서 트래킹을 시작합니다.

설악산 주전골 코스 입구

편한 산책로

설악산 오색약수터에서 용소폭포까지 이어지는 주전골 코스는 데크로드와 출렁다리, 다양한 폭포들이 줄지어 있는 편한 산책로입니다.

저와 남편은 2007년, 네팔 안나푸르나 트래킹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제가 포카라에서 빈둥빈둥 놀다가 왜 ABC트래킹을 즉흥적으로 결심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 여행을 계기로 산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안나푸르나를 다녀온 후에 한 계절이 지나고 지리산을 갔는데, 어떤 감흥이 있을까 걱정했던것과 다르게 지리산 숨소리가 제게는 너무나도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산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건 맑은 날의 청량한 폭포입니다. 날이 가물면 물이 마르고, 한여름 장대비가 내리는 날에는 입산이 통제되기 때문에 맑은 물을 가득 짊어진 산을 만난다는 건 정말 경이로운 일입니다.

오늘의 설악산이 그랬습니다. 그저께까지 내린 큰 비가 폭포를 이루며 맑은 하늘 아래서 산을 목욕시키는 것처럼 산의 곳곳에서 흘러 내립니다.

남편과 저는 산에 갈 때 자연스럽게 떨어져서 올라갑니다. 속도도 다르고, 산을 즐기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빠르게 올라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한참동안 쉬고, 저는 자주 쉬면서 천천히 거의 모든 풍광을 감탄하며 올라갑니다. 부부는 속도가 서로 달라도 어느 순간에는 상대방을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가끔 짐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남의 집 귀한 아들! 요즘 행복하신가?" 마음 속으로 물어보곤 합니다.

산에 갈때마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있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안뜨거우니까 좋아"

"맑고 환해서 좋아"

"비가 오니까 덥지 않아서 좋아"

비가 와도, 뜨거워도, 흐려도 묵묵히 살아내는 풀잎처럼 산을 오르면 감사한 일들 뿐입니다. 산을 오르며 곰곰히 생각해보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산에 오르면 인생의 모든 것을 수단으로 삼는 나를 돌아보면서, 오늘을 살아내는 나의 무한한 생명력에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산을 이루며 꿋꿋이 살아가는 작은 풀잎, 나무, 바위, 돌맹이, 이끼, 냇물, 폭포, 죽은 나무들을 보면서 어찌 살아있는 나 자신을 함부로 여길 수 있겠습니까.


설악산 주전골 산책로는 누구나 쉽게 다닐 수 있는 편한 길을 걸으며, 지리산 연하천-벽소령 난코스의 아름다움과 산의 웅장한 능선까지 손 끝에서 느낄 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맘디터가 산을 어렵게 느끼는 모든 분들에게 왕복 2시간의 짧은 트래킹, 설악산 주전골 코스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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