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처럼 단순하게,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
나는 건강한 집밥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다. 책을 찾아 읽고 새로운 식단을 시도하며 몸의 변화를 살폈다. 덕분에 한포진과 습진으로 고생하던 시기도 말끔히 지나갔고, 출산 후 쉽게 빠지지 않던 살도 줄어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모든 것이 좋아지자 ‘이제는 완벽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했으니까. 그런데도 결국 건강은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완벽하다고 안심하던 순간, 예고 없이 피부 증상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보통 이런 증상이 있으면 피부과에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치료를 받곤 한다. 알약 한 알로 일시적으로는 편안해진다. 하지만 나는 그 뿌리를 해결하고 싶었다. 단순히 증상을 덮는 약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싶었고, 그래서 처방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먹지 않았다. 대신 공부를 이어가다 기능의학과를 알게 되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곳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며 전문 검사를 받았다. 확인된 건 내가 흔히 말하는 ‘알레르기 체질’, 조금 더 정확히는 ‘히스타민 과민반응’이라는 사실이었다. 두드러기 같은 피부 반응뿐 아니라 재채기나 소화불편처럼 호흡기와 소화기에서도 증상이 나타났다. 몸이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검사 결과 수치는 일반인보다 높게 나왔고, 원한다면 도움이 되는 고가의 주사치료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음식과는 큰 관련이 없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지 않으니 굳이 그 치료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게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음식은 워낙 잘 관리하고 있으니,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는 개념으로 영양제만 처방해주시고 두 달 뒤에 다시 진료 약속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 이 증상이 생각만큼 큰 질병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선생님이 객관적인 수치를 정리해주니, 내가 이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원인을 몰라 답답하긴 했지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라는 점이 안도감을 주었다. 식습관은 이미 충분히 지켜왔으니, 지금 필요한 건 더 엄격한 관리가 아니라 너그러운 마음과 완벽을 내려놓는 태도였다. 내 주변에도 비염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이 증상과 함께 지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받아들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병원 진료 후 찾아온 점심시간. 먼 길 오가느라 피곤하니 대충 사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만 편하고 그 뒤의 만족감은 없다는 걸 알아서, 나를 위해 간단히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 빵에 닭고기를 넣을지 참치를 넣을지 상상하는 그 시간이 즐겁다. 혼자 먹는 점심이었지만, 나를 위해 차려주는 그 순간이 좋아서 나는 오늘도 집밥을 선택한다.
샌드위치를 만들다 보면 이것저것 다 넣고 싶어진다. 하지만 재료를 욕심껏 잔뜩 넣고 빵을 덮으면 금세 풀어져 오픈 샌드위치가 되곤 한다. 막상 먹으려면 재료가 흘러내려 손도 지저분해지고, 먹는 즐거움도 반감된다. 오히려 마음을 진정시키고 단순하게 담아내면 손에 들기도 편하고 맛도 훨씬 만족스럽다.
결국 건강도 집밥처럼 단순하게 바라봐야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돌보는 마음이다. 지금의 나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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