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여기 May 14. 2024

청소기 돌리다가 갑자기 울었다.

그때 나에게 왜 그랬어요.

2022년 12월

어느 날의 일기장 속에서








가족들 모두 출근하고 홀로 남은 오전 시간

나는 햇살이 내리쬐는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었다. 평온함이 내려앉고 내 마음도 고요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으로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당황스러웠다.

그 장면은 내가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장면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꼭꼭 누르고 살았던지, 평소에는 그 사건을 잊고 지냈다.

하지만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때의 내 모습, 주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주변 풍경과 말까지





내 마음이 이렇게나 평온한데... 왜 갑자기 그 일이 떠올랐을까?

당황스러움 뒤로 분노가 일어났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나?"

"그때 나에게 왜 그랬어요?"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지?"

"나는 그때 정말 죽었어야 했나?"





여기까지 생각이 흐르자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청소기를 들고 있던 팔을 더 열심히 움직였다.

드르륵드르륵

청소기 소리에 내 울음소리를 감춰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 이 집에는 아무도 없고,

이웃집은...?

아 모르겠다....





그냥, 그때 당시 상처받은 내가 너무 가엽고 불쌍해서 울었다.

하고 싶었던 말도 입 밖으로 내뱉어봤다. 가서 따져 묻고 싶은데, 내가 묻는다고 기억이나 할까?

좌절감도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혼잣말도 하고 울고 나니 1시간이나 흘러있었다.

정말 애처럼 질질 울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약간의 개운함이 느껴졌지만, 언젠가 또 터져 나오겠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지금은 2024년 5월.. 그 사건이 일어나고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염려와 달리 다시 똑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작가의 서랍을 뒤적이다 다시 발견하고, 그때의 기억이 났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그때 그 사건이 해소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글을 다시 읽어보니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때에 비해 내 몸과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것?

이 일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까?

이렇게 평생 억울하게 사느니,

그 에너지를 나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나!

나에게 사랑을 주며 살기에도 부족한 삶이다.




<단단살림 | 단단한 나 > 를 통해 나를 돌보는 일이 이렇게나 도움이 되고 있을 줄이야.

다시 생각해도 진짜 잘했다.

고마워, 나 자신아 ♥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작가의 이전글 자꾸만 손이 가지만 살은 빠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