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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Feb 13. 2024

바르셀로나를 그리며

바르셀로나 어반스케치

바르셀로나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이 년이 다 되어간다. 2022년 봄만 해도 코로나로 규제가 심해서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별 탈 없이 잘 다녀왔다. 8박 9일 동안 동생들과 함께 한 여행은 처음이라서 특별 마음을 눌 수 있어서  뜻깊었다.


바르셀로나 여행 중 찍은 사진들을 가끔씩 들여다보는데 이번에는 서울에 사는 동생이 보내준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파란 하늘과 골목길을 가운데 두고 옆으로 선 건물들, 로변에 서 있는 빨간 자동차가 색감을 더하는 사진이었다.

바르셀로나 거리 어반스케치

사진을 보면서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떠올랐고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람블라스 거리에서 고딕 지구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으로 가는 중에 담은 거리 풍경이다.


피카소 미술관으로 가는 골목길에는 사람도 많았고 가게도 많았다. 중년의 나이인 우리는 체력을 고려해 여행 일정을 느슨하게 잡았다. 그래서 고풍스럽거나 장식이 화려한 건물들도 여유롭게 구경하 가게 들어가 물건도 구경하고 그러다가 바르셀로나 로고와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도 기념으로 사면서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다.


빨간 자동차가 서 있는 바르셀로나의 거리 스케치를 시작하면서 따듯한 봄 일요일의 안온한 공기, 관광지의 적당한 시끌벅적함이 떠올랐다. 처음 걸었던 바르셀로나의 골목길, 처음으로 동생들과 낯선 여행지를 산책했던 기분들이 떠올랐다.


약간의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 약간의 신선함과 아쉬움... 동생 중 한 명이 배앓이를 하느라 먼저 숙소로 돌아가 마지막날 함께 다니지 못한 아쉬움 있었다. 래서 림으로나마 함께 하려고 빨간 자동차 뒤쪽으로 바르셀로나 거리를 걷는 우리 넷을 그려 넣었다. 내가 그그림 속동생들과 함께 했던 바르셀로나에서의 시간들이 억으로 쌓인다.

카사 바트요(2022년)

바르셀로나가 여행지로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가우디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내가 동생들과의 첫 여행지로 바르셀로나를 택한 것도 가우디의 건축물을 만나보고 싶어서였다.


에어비앤비를 예약해 바르셀로나에 9일 동안 머물면서 우리는 카탈루냐 지방의 성지 몬세라트와 지중해의 발코니라 불리는 로마시대 유적이 남아있는 타라고나와 같은 소도시를 방문했. 바르셀로나에서는 고딕 구와 람블라스 거리, 바닷가 산책했다.


그리고 여행의 반 이상 가우디가 만든 건축물들을 보러 돌아다녔다.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 구엘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외부도 독창적이지만 내부 역시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꼭 둘러봐야 할 세계문화유산이다.

색감이 아름다운 카사 바트요에서는 내부를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건물 사진이 있는 수첩을 샀다. 남편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어느새 수첩은 남편 떠오른 생각들을 적은 메모로 가득  있다.


수첩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산 조르디의 날을 기념해 장미꽃으로 장식한 카사 바트요를 그려 추억을 되새기고 싶었다. 스케치북 연필로 스케치색연필로 색을 입혔다.

카사 바트요 색연필 그림

빨강부터 푸른색으로 그러데이션 된 지붕, 앞면 파사드를 장식한 다양한 색들의 향연, 곡선으로 장식된 발코니들... 나는 카사 바트요를 그리기 위해 더 오래 더 자세히 관찰했는데 어떤 부분도 같지 않았고 대충 만지 않았다는 것이 보였다.


카사 바트요를 스케치하면서 가우디가 생각한 디자인을 보았고 색을 하면서 가우디가 구현해 낸 조화로운 색의 향연을 느꼈다. 가우디 건축물은 하나의 주제로 통일성을 가졌지만 이곳과 저곳이 같지 않게 개별성을 두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을 그의 고집스러운 열정이 껴졌다.

카사 밀라(2022년)

카사 바트요 근처에는 가우디의 또 다른 건축물  카사 밀라가 있다. 곡선의 돌들이 파도처럼 일렁이거나 산의 능선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건물이다. 카사 밀라의 내부 역시 독창적인 디자인들로 가득했다. 중정에서 보는 파란 하늘타원형의  건물 디자인은 신과 인간의 조화로움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특히 카사 밀라의 옥상에 독특한 조형물들이 있는데 환기탑과 굴뚝을 각각 다르게 디자인해 창의적이면서도 독특한 가우디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지붕의 굴곡진 디자인도 예사롭지 않았다.

카사 밀라 옥상 어반스케치

가우디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건축물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카사 밀라는 옥상의 조형물과 지붕을 중심으로 그. 자연을 닮은 지붕의 곡선이 아름답고 지붕에 낸 창문도 햇빛의 각도를 계산해 차양막 만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가우디는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만들면서 실용성과 자연친화성을 염두에 두을 거 같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은 모두 훌륭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2022년)

가우디가 말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서 몰두했던 성가족 성당... 그가 일하던 작업복 차림 그대로 다니다가 전차에 치여 노숙자 취급을 받고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성당에 들어가 내부를 구경하면서는 공사 중이라는 걸 실감하지 못했는데 2년 전에 찍은 외부 사진을 보니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보인다. 가우디는 죽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하에 묻 신이 온 힘을 다해 지었던 성당이 완성되어 가는 것을 지켜 것이다.


가우디의 마지막 걸작품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나는 아직 그려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성당이 완성되고 언젠가 다시 바르셀로나에 가게 된다면  그때쯤이면 그려볼 수 있을까...  완성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대한 여운을 그렇게나마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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