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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Mar 15. 2022

다산의 공감 연습(36장)

36장 공감인문학/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

대부분 《논어》 해설서들은 <학이>편 1장의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에 대해 인정 욕구와 연관 지어 해석한다. 공자가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투영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비춰 보면 이 문장을 새로이 읽을 수 있다. 


보통 “인부지人不知”를 ‘사람들이 나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거나 나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라고 해석하는데, 지知를 ‘이해’로 번역하면 ‘공감’이라는 의미로 확장시킬 수 있다. 즉 “인부지”를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또는 ‘사람들이 나에게 공감해 주지 못하더라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이 문장에 대해 정약용이 이렇게 해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맞게 읽어야 고전의 의미가 살아난다. 공자의 원래 의미와 정약용의 해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제에 비추어 《논어》라는 고전을 읽고 현대의 언어로 해석하는 것이다. 정약용도 《논어》를 공감[恕]에 대한 해설서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약용의 주장을 확장하면,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한 ‘공감’을 주제로 《논어》의 새로 읽기를 할 수 있다. 


“부루퉁하지 않는다면不慍”이라는 우리말 표현은 친근하게 느껴진다. ‘불온’이라는 것은 보통 ‘성내지 않는다’라고 번역하는데, 정약용은 “마음에 답답하게 맺힌 바가 있는 것이다心有所蘊結也”라고 해석했다. 이는 우리 시대의 화두인 ‘혐오’와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사회는 이해되지 않으면 다짜고짜 혐오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혐오를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다. 이는 고리타분한 인간상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요구되는 참된 인간의 모습이다. 공감을 통해 참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정약용의 《논어》는 혐오라는 큰 물줄기에 흠뻑 빠져 흘러가듯 사는 우리가 ‘공감’에 대해 연구하고[學] 실천함으로[習]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인문학人文學’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사람의 무늬를 연구하는 것이다. 사람이 본래 어떤 무늬를 가졌는지 탐구하는 것이 오늘날 왜 중요한 목표가 되었는지를 생각하며, 우리는 다시금 인문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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