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요약: 카테고리를 나눠 정리해두자. 불현듯 도움이 되는 순간이 온다.
'왜 그 돈내고 공부까지 하나? 믿을만한 사람 찾아서 맡겨라'라고 하는 건축 이해관계자가 있다. 그런 분들은 보통 자신이 바로 그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초기에 내가 가장 많은 정보를 얻던 모 유명 건축가도 그렇게 얘기했다. 그리고 수차례 사기 고발 건의 당사자가 되었다. 이 판에 '유독' 나쁜놈이 많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거절하기엔 너무 큰돈이, 규제의 틀 밖에서 오고 갈 뿐이다. 게다가 그 돈을 내는 사람이 제일 아마추어네? 구조 자체가 건축주에게 불리하다. 몇십년 잔뼈 굵은 프로들을 상대하려면, 뭐 어떻게든 보고 듣고 공부하는 수밖에 방법없다.
게다가 내 집을 스스로 짓고 산다는 것은,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데로 살고 싶다'는 이야기아닌가? 근데 대부분의 초보 건축주들은 (나도 그랬지만)내가 뭘 원하는지 그것도 잘 모른다. 그저 막연하게 tv에서 본거, 잡지에서 본거, 구름위를 떠다니는거다. 내가 바라는 삶이 뭐고 어떤 땅과 집을 지어야하는지 판단하고 전달하려해도,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건축주를 꿈꾼다면 마땅히 공부가 필요하다. 그게 집짓고 10년 늙지 않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고, 나만의 집을 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내가 집을 짓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공부 방법을 정리해둔다. 추가 되는 내용이 있을 때마다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
0. 먼저 집짓기 공부 방법
건축학과는 일반학과와 달리 5년제로 운영된다. 의식주에 하나인 '집'을 짓는다는 행위는 알아야할 것도 고려해야할 것도 많다. 초보 건축주 입장에서 꽤나 막막할거다. 이때 3가지를 기억하자.
어떻게든 도움이 되더라
일단 무조건 보고 읽고 느끼고 다녀두자. 처음엔 뭘 봐도 잘 모를거다. 근데 그렇게 쌓아둔 지식들이 어떤식으로든 도움이 된다. 수많은 결정의 과정에서 언제든 퍼뜩 떠오르는 순간이 온다. 그러니까 일단은 마음이 가는 것부터 마구잡이라도 시작하자. 맞딱드리면 그게 다 도움이 될거다.
정리해두자
나는 집짓기의 과정을 '집짓기공부' - '땅/집사기' - '설계' - '시공/인테리어' - '완공/사용승인' 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모든 공부와 습득한 정보들을 이 카테고리에 나누어 기록해두는거다. 이렇게 리스트업해 둔 것은 간혹 중복되기도 했지만, 그게 쌓여가면서 자연스레 정리가되고 내 지식이 되었다. 나름의 방법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하나하나 정리해보자. 그냥 두면 반드시 까먹는다.
전문가를 리스트업해두자
결국 건축주의 입장에서 집을 짓는 과정은 전문가들을 잘 고용해 마침내 결과물을 얻는 과정에 다름아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 정보의 출처를 잘 알아두고 과정 과정에서 도움을 얻고 일을 맡길 이들을 선별하자. 그런 사람이 내 건축가가 되고 시공사가 될 것이다. 결국은 내가 얻은 정보도 어떤 전문가에 의해서 나온 것일 테니까.
1. 책
인터넷만 켜도 최신 정보가 넘쳐나는데, 출판된 서적을 왜 참고해야할까? 첫째로 글쓴이의 생각을 한권의 분량에 연속성 있게 담아두었기 때문. 하나의 시각을 잘 정리해 살펴보는 것은 초보의 입장에서 중요하다. 둘째로 어느정도 신뢰성을 담보하기 때문. 출판되는 저자의 책임감과 출판사의 필터링을 거친 책은 인터넷의 가벼움보다 어느정도 믿을만하다. 특히 갖가지 이해관계자가 충돌하는 이 시장에서 책은 중요한 정보의 소스가 될 수 있다.
집 한채 짓고 10년 늙지않는 비밀: 건축가와 변호사가 쓴 책. 오래되었지만 각종 분쟁에 법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를 상세히 제시해두었다.
건축주가 시공업체에게 휘둘리지 않고 집짓는 법: 시공 단계에서 참고하기에 좋은 책. 다양한 시공 사례와 그에 따른 문제점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실전팁을 제시한다.
맘고생 않는 집짓기 사용설명서(바로가기): 집짓기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와 위기 상황을 예시로 어떻게 집을 지어야할지 건축주 입장에서 리얼하게 이야기한다.
집을 순례하다(바로가기):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세계 유명 건축물 탐방기. 유명 건축물이 '컨셉'을 이해하고, 실제 건축가는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건축가 혼마 이타루의 주택 설계를 위한 101가지 디자인 비법(바로가기): 설계, 인테리어 단계에서 참고할만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정, 동, 연결, 흐름의 측면에서 상세하게 제시한다.
작은 땅 내 집 짓기, 단독주택에 도전하는 건축주를 위한 집짓기 A TO Z(바로가기), 예산에 맞춘집(바로가기): 일본의 주로 목조주택을 예시로 다양한 건축사례와 그에 따른 아이디어를 총망라했다. 일본은 단독주택 등의 건축과 관련한 세계에서 앞서나가는 선진국이다. 그 사례들을 참고하는 것은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건축주만이 알려줄 수 있는 집짓기 진실(바로가기): 건축 지식을 장기간 쌓아온 한 건축주가 쓴 책. 건축주의 시각에서 바라본 건축의 단면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
2. TV 방송
집짓기가 인기를 끌면서 세상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를 예능적인 측면에서 다루거나, 자극적인 보여주기식 인테리어로만 다루는 사례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집짓기는 내가 직접 살아가는 생활이다. 이를 '예쁜집', '멋진 인테리어' 측면에서 소비하는게 건축주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만 본다.
EBS 건축탐구 집
이것저것 다보다가 '그 집에서 사는 사람'에 집중하는 이 프로그램이 가장 공감이 가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집은 결국 살아가는 것이다. 거기서 사는 사람이 어떻게 집을 만들어나가는지를 자극적이지 않게 보여준다. 그런면에서 타 프로그램에서 집중하는 집 자체의 모습은 그다지 나오지 않는다.
3. 잡지
건축 카테고리 구독자의 상대적인 나이대도 그러하지만, 건축 & 인테리어가 갖는 이미지적인 특성상, 건축 분야에서 잡지가 갖는 위상은 아직 건재한거같다. 내가 참고한 잡지 중에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2개의 잡지가 있다.
월간 전원속의내집(바로가기), 전원주택 라이프(바로가기)
어느 것이 낫다고 얘기하기는 힘들거같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 살펴보고 마음에 맞는 것을 선택하자. 다만, 전원속의내집은 좀 더 트렌디하고 연계된 책들도 함께 출판한다. 전원주택 라이프는 심층 정보를 길게 특집으로 정리하는데 능하다.
4. 오디오 팟캐스트
개인적으로 팟캐스트와 같은 듣는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팟캐스트, 팟빵 등을 통해 거의 현존하는 모든 건축 관련 방송을 들어봤다. 괜찮은 것들이 많이 없는 것이 아쉽긴하지만, 아래의 것들을 참고해보자.
별별건 - 별거 없는 건축쟁이들의 별거 다 있는 건축수다
상대적으로 젊은 건축가들의 팟캐스트.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최근들어 좀 더 심화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니 참고해보자.
이집소의 집, 꿈, 땅
이현욱 소장의 건축 팟캐스트. 땅콩집 등을 우리나라에 히트시킨 유명 건축가이다. 여러가지 사안의 이야기를 명쾌하게 이야기해준다. 다만, 다양한 정보를 공부하면서 비교해 참고하길 권유한다.
5. 유튜브
유튜브가 뜨면서, 정보의 양은 그래도 어느정도 있는 편이다. 다만, 알고리즘을 노린 자극적인 소재와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의 이야기가 뒤섞여있다. 이를 구분하기 힘든 초반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어느정도 사전 공부를 하고 심화된 내용을 취사선택해 활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에이플래폼_세상의 모든 건축이야기: 건축플랫폼에서 만든 유튜브.
가온파의 힐링라이프: 전원주택에 사는 건축주가 본격적으로 건축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난다.
황금망치: 목조주택 시공자의 유튜브 채널
선례의 건축이야기: 건축주를 꿈꾸는 선례의 건축공부
안협소: 협소 주택 건축주의 다양한 실전팁
6. 온라인 사이트
건축이라는 것이 인문학부터 디자인, 공학, 인테리어 혹은 생업이나 진학의 영역, 그리고 부동산, 재테크, 건축주의 입장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세상 많은 정보들이 있는데... 건축주의 입장에서 딱! 참고할만한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즐겨찾기 해두고 매일 찾는 곳은 아래와 같다.
에이플랫폼(바로가기): 가장 활성화된 건축 플랫폼 중 하나. 건축사무소 프로필부터 다양한 프로젝트, 시공사 정보까지 건축과 관련한 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다. 여러 건축가의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건축의 눈을 키우며 자신과 맞는 건축가를 탐색하는데도 유용하다.
브리크매거진(바로가기): 비교적 새로나온 매거진 중 하나. 마찬가지로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들을 갈무리해 소개하고 있다. 연도나 지역, 건축형태 등을 설정해 여러가지 레퍼런스를 살펴보기에도 좋다.
스페이스(바로가기): 국내에서 가장 전통있는 매거진이자 건축 관련 전문가들이 참고하는 페이지. 건축과 관련한 다양한 담론은 물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시 집수리닷컴(바로가기): 구옥 리모델링 등을 염두해둔다면 반드시 참고해야할 페이지. 최근 시장에 이어 대통령이 바뀌면서, 이러한 방향성이 계속 유지될지는 현재 미지수다.
7. 건축박람회
일정 나이대 이상의 분들에게 매우 인기인게 이 건축박람회인거 같다. 다양한 건축박람회를 돌면서 자재를 살피고 시공사와 상담을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다양한 세미나나 수업을 듣고, 건축대학이라는 곳에 돈을 들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적어도 건축박람회가 예비 건축주에게 큰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십여차례 다녀보긴했지만 대충의 시장을 파악하는 것 외에는 그닥 도움을 얻지 못했다. 다 모여있는데 시간내서 다녀왔으니 뭔가 자기만족은 되긴 하더라. 팜플렛만 잔뜩 쌓이고;
건축박람회를 검색해 사전 신청해두자. 한두곳만 해두면 세상 모든 박람회에서 연락이 올거다. 미리미리 등록해두면 입장료 공짜로 갈 수 있다. 어차피 전국을 돌면서 하는거라 비슷비슷한데, 코엑스와 킨텍스에서 할 때가 규모나 시설 면에서 충실한 편이다.
여기까지!! 다음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부동산 계약 시 참고해야할 점을 집어보려고 한다. 그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집 짓는 이야기를 시작하겠음. 댓글은 모두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이나 추가로 알고 싶은 부분을 알려주세요. 구독해두시면 새글 편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