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후나 Apr 25. 2024

4월의 밑줄(2/3)

인생의 모든 답을 책에서

04월 08일 월요일


나는 내가 읽어야 할 한 권의 책

_ 달리책방


서점 하는 친구가 소개해준 서점, 제주도 서쪽 한림읍에 있는 달리책방입니다. (소설가 최진영 작가님이 하시는 카페 <무한의 서>에서 걸어서 3분) 책 추천도 다양한 주제로 돼있고, 그림책도 많고, 제주도 특화된 책들도 많았어요. 북카페처럼 미숫가루 한 잔 사서 구비된 책을 마음껏 읽을 수도 있는 공간입니다. 다음에는 오래 앉아서 책을 읽어야지 바라며 나왔습니다.


근데 여기 슬로건?처럼 적어 놓으신 것이 ‘나는 내가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이네요. 이 책은 재미없는데,라고 생각하다가 <에디토리얼 씽킹>에서 배운 사고를 적용해 보았어요. 당연한 전제를 찾은 후에 “정말 그럴까?”라고 묻는 것이요.


잠시만 생각해 봐도 아닌 것 같아요. 일단 제 일기 재밌고요, 이 책은 무엇보다 변화하니까 그게 또 재미져요. 좀 답답한 구석이 있는 책이긴 한데(전개 속도가 느림), 등장인물들도 꽤 흥미롭고요. 나라는 책,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읽어야겠어요.


04월 09일 화요일


곡 하나가 거의 다 익은 것 같다. 오늘 밤에 똑, 떨어질까?

_ 루시드폴, <모두가 듣는다>, 녹음수첩 중에서* (*녹음수첩 꼭지에는 페이지가 없어요)


1. 농부이면서 음악가인 그의 언어가 이렇게 합쳐져 있는 게 신기했어요.


2. 작가의 농장이 서귀포 어디겠죠? 지척에 있는 그곳의 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으니 그가 더 가깝게 느껴져요. 어떤 작가의 글은 그가 사는/살았던 곳에 가면 더 잘 읽어지는 걸까요?


3. 하고 있는 일이 영글어서 곧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느낌. 참 귀한 느낌인데, 음악을 경작하고 귤밭을 연주하는 그는 다 익어서 곧 떨어질 것 같은 이 느낌을 자주 느끼겠네요. 오...부러워요.


04월 10일 수요일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들이 누구에게나 있고 그런 게 모여 생활이 된다. 생활의 총합은 인생이 되고 말이다.

_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98쪽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 내게는 무엇이 있을까? 이유식 만들기, 집 청소, 설거지, 옷장 정리. 이게 모여서 생활이 되고 인생이 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이 일들을 조금 더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04월 11일 목요일


친구라는 게 용건이 없어도 불러볼 수 있어서 좋은 건데.

_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101쪽


이 문장을 보고 카톡을 열고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3명에게 보내고 나니 더 보낼 곳이 없었다. 갑자기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우울해졌다. 그러다, 그 3명과 더 깊은 우정을 만들고 싶어졌다. 3명이면 충분해.



04월 12일 금요일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지만 역사화의 단계로 조속히 유입되어야 하는 시기의 한국 미술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_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 소개글 중


<에디토리얼 씽킹>을 읽고 난 후 변화가 있습니다. 미술관에 가고 싶어진 것입니다. 작가님이 말한 동시대 작가들은 편집의 대가라는 말에 설득당했습니다. 그들에게 배우자, 그들의 아이디어를 훔치자는 마음으로 어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다른 전시를 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인생은 이상하게 흐르는 법이고,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꿀이 흐르는 법이라 보고 난 후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전시가 공짜라 그랬나;) 90년대에 작가적 정체성을 구축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소장품 특별전이었는데요. 해당 작가의 작가적 뿌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왜 이런 작가가 되었나/시대적인 영향이 무엇이었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 소개글에서도 흥미로운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지만 역사화의 단계로 조속히 유입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삶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장을 보고는 저와 친구는 2018년에 있었던 일을 서로에게 이야기하며, 얼마 안 된 일이지만, 너무나 내 인생에서 역사화의 단계로 유입되어야 하는 것이구나. 그때와 지금은 참 다르구나, 이런 말을 하기도 했어요. 여러분의 2018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그때의 일들 이제는 역사화의 단계로 조속히 유입되야하는 시기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4월의 밑줄(1/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