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라 네 번째 시간에 다녀와서
1. 함께 책 읽고 글 쓰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거였어요?
몸으로 읽은 <빌러비드>
4일 만에 460페이지를 읽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게다가 토니 모리슨이었고, 게다가 <빌러비드>였다. 책이 나를 놔주지도 않아서 안 읽을 수도 없었다. <빌러비드>에게 머리채를 제대로 잡혀서 하루에 100페이지 넘게 읽었더니 결국 몸살이 나버렸다. 태어나 처음으로 책을 몸으로 읽었다는 느낌이었다.
읽는 내내 내가 얼마나 노예 제도, 미국에서 흑인의 역사에 대해 몰랐는지, 개념으로만, 숫자로만 알았는지에 놀랐다. 이렇게 안다고 생각했지만 모르는 세계는 또 얼마나 많은 걸까?
어려운 책을 함께 읽는 것은 방탈출 같아.
인상적이던 부분을 함께 읽으며 궁금했던 것, 보이지 않았던 것이 자꾸 보였다.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색'에 대한 허기도 그랬고, 자연에 대한 묘사('형제' 나무, 플라타너스 등)는 그냥 분위기를 잡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난맘 님이 덴버에 대한 부분을 읽어 주실 때, 덴버가 미래로 보였다. 덴버의 얼굴을 환하게 밝힌 사람과 덴버도 딸을 낳게 될까? 그 아이는 세서의 엄마, 세서, 덴버와는 어떤 다른 삶을 살게 될까? 이런 질문이 솟았다.
<빌러비드>로 한 시간밖에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한 분이 이야기할 때마다 이 책의 새로운 점이 보였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출구를 찾아가는 느낌. 딱 방탈출할 때 기분이었다.
기억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 법입니다. 그것과 정면으로 부딪쳐 돌파해 나가기 전까지는.
_ 토니 모리슨이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 464쪽
<빌러비드>를 읽는 내내 유산한 아이를 생각했다. 아기는 빌러비드처럼 어느 날부터 꿈에 나오기 시작했다. 유산하고 2년 후 태어난 딸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던 출산 후 50일, 100일 될 때쯤이었다. 꿈에서 나는 자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그 아기의 눈빛을 느끼기도 하고, 딸의 침대 맡에서 그 아이가 딸(동생)을 구경하는 뒷모습을 보기도 했다. 염색체 이상 확진을 받고 선택 유산한 아기라 죄책감이 컸고, 낳는 방법으로 헤어진 터라 과정도 잊기 어려웠던 것 같다. 세서처럼 나도 그 아기가 나에게 단단히 화가 나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꿈에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몰랐다가 지난 수업시간에 은유 샘이 이 문장을 읽어 주실 때 알았다. 그 유산의 경험에 대해 그즈음 글로 썼는데 그 때문이구나.
2. 기억하고 싶은 은유샘 말들
"우리는 말하고 싶지 않으면서 말하고 싶어요. 참 이중적이죠."
"혐오하는 마음이 있지만 표현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떳떳하게 하는 말과 숨어서 하는 말은 다르죠."
"작가는 당연한 것에 질문하는 자죠."
"노예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
"약자들의 역사는 어쩔 수 없이 겹쳐요."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 사는 비참함."
"사람은 변할 수 있다. 그것만이 희망이다."
"포트폴리오에 넣을 글 다섯 편 정도는 만들겠다는 각오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글의 마무리도 나로 끝내는 게 좋아요. 갑자기 교훈적이거나 하는 것보다요."
"일하는 사람은 노동이 온 게 아니죠. 사람이 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