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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Oct 06. 2023

SUMMER OF CANADA

캐나다에서의 여름_출국, 경유지를 향해

2023년 7월 18일

8시 반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미리 환전해 둔 달러를 찾은 뒤 체크인을 하기 위해 항공사 카운터로 향했다. 짐은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부쳐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미 전날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22킬로, 15킬로 캐리어 두 개가 레일로 넘어갔고 잠시 일정 시간 대기했다. 

시간이 지나고 항공편 관련 알림 문자가 와서 확인을 한 뒤 지체하지 않고 면세 구역으로 들어갔다. 딱히 살 것도 없었고 배가 고파 밥부터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식당가를 돌아다녔다. 보딩시작은 10시 45분, 시간은 넉넉했다. 


동생이 살고 있는 곳은 캐나다의 에드먼턴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나오는 작은 마을이다. 그런 연유로  메뉴는 한식으로 결정했다. 내가 만들 수 없는 음식, 사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음식. 그렇게 육개장을 시켰다.

육개장 하나를 뚝딱 해치우고 면세구역 구경도 잠시하고 게이트 앞에서 대기했다. (사실 인천공항에서 어머니가 부탁한 립스틱을 샀어야 했다.)

한 시간이 조금 넘게 대기했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요즘 비행기에서는 간단한 메시지 정도 전송이 가능한 와이파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급히 와이파이 연결 방법을 찾아보고 딱히 돌아다닐 것도 아니라 해외유심을 신청하지 않았기에 로밍도 자동 로밍 설정이 되어있는지 확인했다. 


제시간에 탑승하여 자리에 앉았다. 오랜 비행에는 복도자리가 좋다 하여 복도 쪽 자리를 미리 선택해 놨었기에 옆좌석 승객들에게" 죄송하지만 들어가겠습니다."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착륙 보는 재미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12시간 가까이 되는 비행동안 다녀온 화장실 횟수를 생각하면 이득이었다. 그런데 창가 측에 앉으신 분은 어떻게 화장실을 한 번도 안 가실 수 있지? 


캐나다에 있는 동안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야 한다는 각오와 일상 인스타 툰을 그릴 마음을 먹었던 난 전자기기가 많았다. 미리 백팩에서 노트북 가방을 꺼내 놓았었는데 비행기 모드는 잊고 있던 통에 방송을 듣고 부랴부랴 하느라 꽤나 성가셨다. 그렇게 성가신 비행기 모드 작업을 마친 뒤 아무 문제 없이 비행기는 출발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제공하는 영화들 중 신작이라고 할 법한 작품들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무탈하게 흘러가는 줄 알았던 시간, 영화 구경 후 신중하게 한편을 골라 십분 정도 지났을까? 터치가 먹히지 않았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기내식 시간이 되었다. 말하기를 포기하고 잠자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 난 맥주를 요청했다. 해당 비행기에는 한국인 승무원들이 두세 분 계셨지만 식사를 전달해 주신 분은 다른 분들이었다. 영어로 비어를 달라고 하니 나이가 있으신 승무원께서 비-루하고 웃으시며 과일맛 맥주를 건네주셨다. 조금 당황했지만 비-루하고 따라 하며 맥주를 건네받았다. 

'기내식을 먹고 바로 자야지'라는 마음으로 맥주를 한 모금했고 싹싹 비운 기내식과 달리 맥주는 그대로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수상한 맛의 맥주였다. 그래도 덕분에 잠이 들었으니 한 모금이라도 마시길 잘한 것 같다.


5시간이 지났을 때 눈을 떴다. 꼼지락 거리며 일기장을 펼쳤다.


비행이 시작된 지 5시간 정도 지났다. 비행 시작 얼마 후부터 터치가 되지 않는 모니터, 시간을 잠으로 때워 보려 했지만 아직 5시간이 남았다. 책을 읽는 것은 무리다. 전체 소등상태다.


그랬다. 추천받았던 모순이란 책 한 권을 소중히 가방에 넣어왔는데 펼치지를 못 했다. 어두운 기내, 의미 없이 눌러보는 모니터와 여전히 인식 안 되는 터치. 도무지 견딜 수 없을 무렵 음료 서비스 중인 승무원 분이 한국분이신 듯하여 터치가 안된다 얘기할 수 있었다. 다시 와서 고쳐주겠다 했고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그분은 다시 오지 않았고 내릴 때까지 볼 수 없었다. 영화도 돌아오겠다던 그분도. 그렇게 좌석 틈사이 영상들을 보며 경유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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