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여름_긴장의 연속, 캐나다 입국기
계속해서 나는 18일에 갇혀있다.
18일 오전 11시경에 떠났는데 12시간 가까운 비행을 하고 도착한 샌프란시스코는 18일 오전 7시였다.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난 블로그에서 숙지한 대로 사람들을 따라 걸었다. 먼저 짐을 찾아야 했다. 경유 시간이 긴 난, 아주 여유롭게 걸었다. 두리번거리면서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을 관찰했다. 커넥티드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짐을 찾아 나가는 방향은 두 갈래였다. 커넥티드는 왼편이었고 바로 나가는 곳은 오른편이었다. 그리고 그 양갈래 길 앞에는 두 사람이 서있었다. 먼저 짐을 찾은 사람들 중 랜덤으로 불러 세워 이것저것 물어보는 모습에 겁이 나기 시작했고 슬금슬금 그들과 떨어진 곳에 서서 짐을 기다렸다.
짐이 바뀔 수 있으니 형광끈으로 손잡이를 동여매라고 했던 엄마 덕분에 짐은 잘 찾을 수 있었다. 찾는 것보다 레일에서 꺼내는 게 일이었다. 하나를 찾고 하나를 기다리는 사이 누군가의 짐이 탐지견에게 선택되었다. 그 사람은 당황한 듯 짐을 풀어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아직 레일로 나오지 않은 작은 캐리어 속 건어물들이 떠올랐다.
탐지견이 건어물을 좋아하면 어떡하지? 건어물을 버리라고 하면 어떡하지? 멸치가 영어로 뭐였지?
속이 타들어갔다. 건어물은 동생부부의 정착을 도와주신 제부 큰아버지댁 선물이었기에 빼앗겨서는 안 됐다. 그래서 더 초조해졌다. 서있는 앞으로는 탐지견이 있고 뒤로는 랜덤으로 겁을 주는 직원들이 있다. 수상해 보여서는 안 된다. 속으로 진정하라고 외치기를 수분 후 캐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날렵하게 캐리어를 레일에서 꺼냈고 시선은 커넥티드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걸었다. 첫 번째 관문은 통과했다.
두 번째 관문, 떨리는 입국 심사대가 보였다. 환승이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여권과 비행기 티켓 두장을 함께 심사관에게 주었다. 환승 관련 영어를 머리로 되뇌고, 출산, 조카 등 만들었던 문장들을 떠올렸다. 질문은 간단했다.
캐나다 가니? 가족이 있니? 얼마나 있니? 비자는 받았니?
응, 여동생, 육십일, 응 받았어 보여줄게.
걱정한 것과 달리 순조로웠다. 끝이었다.
이제 짐을 다시 부치는 곳으로 향해야 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승객들이 짐을 다시 부치고 있는 곳은 쉽게 발견했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다음 항공기는 에어캐나다라는 점이었다. 에어 캐나다는 좀 더 가야 있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적어둔 노트를 꺼낼 수도 없고, 사진 캡처라도 해둘걸 후회하며 모르는 척 승객들이 줄 서있는 곳으로 갔다. 티켓을 확인하고 아니라면 알려주겠지 하는 생각에서 취한 행동이었다.
예상 적중 다른 터미널로 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쭉 나가다 보면 사인이 있을 거라고 했다. 계속해서 걸었다. 블로그에서 본 거의 끝쪽에 있다는 말을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짐을 다시 부치기 전 백팩에 있던 짐 중 책과 노트를 꺼내 캐리어에 넣었다. 에드먼턴 까지는 세 시간 정도의 비행인 데다가 앞선 비행에서 터득한 바, 책은 읽지 못할 거라 판단했다. 거기다 긴 경유시간, 백팩의 무게를 줄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에어캐나다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다시 했다. D구역으로 들어가라고 말해주었다. 두 손이 자유로워진 난 공항 밖으로 나갔다. 아침 시간이라 한산한 느낌의 공항, 그래서일까, 여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늘했다. 동생에게 카톡을 했다.
거기도 여기 날씨랑 비슷할까? 다 여름옷인데..?
출발 전, 샌프란시스코 경유 여행에 대해 폭풍 검색을 했었다. 바트를 타고 3-40분 가서 내리면 버거를 먹고 피츠커피를 한잔하고 금문교, 부둣가 등에 대한 정보. 지금 도전해 볼까 하다 캐나다로 가는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갈 때 도전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때 미국은 노트북을 다 꺼내야 하고 신발도 벗어야 한다고 했기에 미리미리 준비를 했다. 오전 시간이라 줄은 길지 않았고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짐을 레일에 올리는데 스몰토크의 귀재 같은 다른 직원이 노트북은 꺼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인천공행에서 필통을 한번 확인하자고 했어서 미리 캐리어에 담았는데 다행히 무사통과였다. 그렇게 들어온 면세구역, 아담했고 인천 공항의 면세와 달리 기념품샵과 서점만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여기서 7시간을 버티지?
다행인 건 원서 구경을 하느라 두 시간을 보냈다. 왜 똑같은 서점이 마치 하나 걸러 있는 스타벅스처럼 있는 건지 의문이었지만 책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땅콩이에게 선물할 A, B, C 책도 사고 아몬드 해외 표지도 구경하고 뭔가 익숙한 노멀피플 원서도 구매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피츠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글을 봐서 공항 내 있는 피츠커피로 가 커피도 한잔하고 점심시간이 되어 샌드위치도 하나 구매했다. 미국 달러는 엄마가 해외에 나갈 때 팁용으로 모아두었던 1달러짜리들을 들고 갔는데 커피와 샌드위치에 다 써야 했다. 직원은 한숨을 쉬며 다 1달러라며 한 장 한 장 돈을 세었다. 멋쩍은 순간이었다.
중간중간 잠을 청하거나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떻게든 이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지만 몸이 근질거리고 실내여서 그런지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렇게 뱅글뱅글 작은 출국장을 돌아다니는데 누군가 EXIT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갈 수 있는 건가? 나가면 다시 들어오면 그만 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몸이 움직였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면세구역 출국장에 들어와도 나가는 건 자유라는 점을 처음 알았다. 내가 있는 터미널은 인터내셔널 터미널은 아니어서 딱히 구경할 거리는 없었지만 밖으로 나가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들, 배웅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비행 1시간 전 다시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사람이 꽤 많아져 있었다.
오후 2:35분 보딩 시작, 3시 5분 에드먼턴으로 출발.
작은 곳을 쉬지도 않고 돌아다닌 탓에 비행기가 이륙하는 동안 잠에 빠진 난, 도착해서야 눈을 떴다. 물론, 중간중간 깜짝 놀라 깨긴 했지만 이내 다시 잠이 들었고 비행기가 착륙했을 땐 앞자리의 커플과 옆자리의 아저씨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코를 곤 듯하다.
에드먼턴에 도착 전 얼라이브 캔이라는 어플을 통해 미리 입국 질문지를 작성했었고 사람들을 따라 걸어 기계 앞에 서서 여권을 스캔하고 프린트물을 뽑았다. 그걸 들고 직원에게 가 건네주니 몇 가지 질문을 했고 긴장될 만한 심사는 없었다.
캐나다에 가족 있니? 누가 데리러 왔니?
끝이었다. 꼬박 하루가 걸려 드디어 캐나다 에드먼턴에 도착했다. 작은 입국장이었다. 김포공항 리모델링 전이 생각났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서있었다. 붐비지는 않았다.
18일 오후 6시 50분, 서머타임의 캐나다는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상태였고, 굉장히 밝고 쾌청한 하늘이었다. 제부가 급히 올까 봐 조금 천천히 도착했다는 톡을 했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멀리서 걸어오는 제부를 보았고 먼저 다가갔다. 반말과 존댓말이 섞인 어색한 인사. 어쩔 줄 모르겠는 내 표정을 감추려고 담담한 척.
안녕, 만나서 반가워요.
이제 차로 두 시간 정도 더 들어가면 막내를 만날 수 있다. 꽤 긴 여정이었다. 새로운 여정이 시작 되려 한다.
근데, 가는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