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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Nov 09. 2023

SUMMER OF CANADA

캐나다에서의 여름 : 스테이크와 미스터리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동생을 깨우고 분유를 타두고 잠을 자러 갔다. 7 시즌 눈을 뜨니 제부는 출근 준비, 땅콩이는 눈물 시동을 걸고 있었다. 동생과 돌아가며 땅콩이를 보는 하루. 마지막 월급이 들어와 부모님 용돈을 보내드렸다. 쓰지 못했던 연차 덕분에 생각보다 넉넉한 자금 상황이 되어 비밀리에 EMS를 계획했다.


사실, 들고 온 물품들은 많았는데 정작 풀고 보니 별로 없고 땅콩이 옷이나 50일 소품 등 부족한 것만 눈에 들어오던 참이었다. 때마침 들어온 마지막 월급의 일부는 그렇게 한국의 비밀요원 남동생에게로 송금되었다. 재빠르게 쿠팡과 오늘 배송 상품들을 주축으로 하여 동생과 틈틈이 쇼핑을 했다. 


난 막내 동생을 나의 솔메이트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그만큼 잘 맞기 때문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다른 형제들에 비해 더 깊고 넓기 때문인데, 그중 쇼핑 스타일 역시 잘 맞기에 우리의 이 짧고 강렬한 비밀 쇼핑은 아주 매우 즐거웠다. 비밀스러웠던 건 비상금을 들키고 싶지 않았고,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차고 넘치게 보냈다고 생각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 이실직고했지만.


점심은 불고기, 파인애플을 한 조각 넣는다는 것이 큰 덩어리를 넣어서 인지 잘게 부스러져 이건 다진 쇠고기 간장조림이 되어버렸다. 덮밥이라 우기며 모두 한 그릇을 뚝딱해 치웠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제부가 저녁에는 스테이크니 기대하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여기서 고기를 원 없이 드시게 해 드릴게요


제부는 고기에 진심이다. 저녁이 되었고 자욱한 연기와 스케이크 향기. 그리고 그 덩어리 고기의 크기에 놀라야 했다. 썰고 씹고 먹고 썰고 먹고 맛있게 먹던 난 줄지 않는 양에 좌절했고 그 모습을 들킬 수 없었다. 제부는 남기셔도 된다 했지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들켰을지언정 남길 수는 없어 더 열심히 먹었다. 한국에서 가족들과 아웃백을 갔을 때 그 고기 한 덩어리가 20만 원이 넘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더욱더 이 가성비 넘치는 고기를 남기는 것은 죄악이었다.


중요한 건 애석하게도 다 먹자마자 배가 아파왔다. 태연한 척 화장실로 갔다. 이미 기록했던가. 이곳은 수압이 약하다. 우리 집 수압이 쎄서 그런지 이 약한 수압을 견딜 수 없던 나였다. 동생과 장난처럼 여기서 말버릇이 생겼다며 그중 하나가 수압이 약하다는 말이었다. 특히 생리현상과 관련한 수압은 가슴을 졸이게 했는데 그래서 웬만하면 제부가 없을 때 큰일을 치르기로 결심했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


아직 식사 중인 두 사람의 귀에 나의 슬픈 상황이 전해지지 않길 바라며 물을 틀고 내리고 내리고 내렸다. 뚜껑을 열어 확인하고 다시 내리고. 다행히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소화를 시켜야 해서 걷기 위해 나갔다. 서머타임의 일몰이 고맙게 느껴졌다. 


이번엔 다른 길로 걸었다. 그곳에서 희한한 그림을 목격했다. 어느 집 앞 인도였고 다른 집들과 비교될 정도로 긴 나무들이 울타리를 대신하고 있는 집. 영화에서 볼법한 부두교라고 할까. 그런 해골과 같은 듯 아닌 희한한 그림. 무서워서 찍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그 집 앞 인도를 걷는데 인도와 현관을 연결하는 통로가 보였다.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계단이 있었고 대문에는 허름하고 낡은 캐나다 국기가 힘없이 걸려있었다.


그 순간, 전기톱 소리가 들려왔다. 호기심에 나무 틈을 향해 다가갔다. 누군가 서있었다. 누군가 전기톱을 들고 나무를 다듬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 공포영화가 떠올라 집으로 헐레벌떡 돌아왔다. 동생과 제부가 분유를 누가 탔는지 분유가 진하다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범인은 나였다. 그 대화가 끝날 때 즘 들어가서 무서웠던 집에 대해 말했다. 제부가 되물었다,


혹시 거울 많은 집 아니었어요?


거울은 못 봤는데 내일 다시 확인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혹시 나뭇가지 사이로 살펴보던 날 보지는 않았을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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