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원 Jan 09. 2022

제13화 - 농업이야기3

지금은 쌀이 남아도 수입해야 한다

  농업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1970∼80년대와는 달리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농업은 새로운 시련에 직면하게 된다.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쌀시장이 개방되고, 농업 부문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진 것이다.

     

곡물소비량 감소에도 자급률은 급감했다      

  1970년대부터 도시화가 급진전되고 타 산업으로의 농촌인구 유출이 늘어남에 따라 농가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농가인구의 비중은 1970년 44.7%에서 1980년 28.4%, 1990년 15.5%로 크게 낮아졌고, 2000년에는 8.7%로서 10% 미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0년 현재 농가인구는 총 인구의 4.5%인 232만명이다.

  농촌의 노령화도 심화되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00년의 21.7%에서 2017년에는 44.7%로 높아졌다. 경지면적 역시 1970년대 중반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농에 따른 자작농 체제의 붕괴와 함께 영농조합, 농업회사 등 영농법인의 설립이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에 부응한 친환경농업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식생활 패턴이 변화됨에 따라 1인당 연간 곡물소비량은 1970년의 219.4kg에서 2019년에는 절반 이하인 109.5kg으로 감소했고, 쌀 소비량(밥쌀용 기준)은 60kg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곡물소비가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자급률은 1980년 56%에서 2019년에는 21%로 급락했다. 사료용을 제외한 곡물자급률도 45.8%에 그쳤다. 급기야 정부는 쌀에 대한 인식 제고와 소비 촉진을 위해 2015년 ‘쌀의 날’을 제정했다. ‘쌀의 날’은 쌀 미(米)자를 파자하면 八十八이 되기에 8월 18일로 정했다. 쌀을 얻기까지 여든여덟 번의 손이 가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인당 곡물소비량 추이         

  자료 : 농림축산식품통계연보      

곡물자급률 추이              

  자료 : 농림축산식품통계연보

 

사료용이 곡물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에 육류와 원예작물 소비량은 크게 증가했다. 1980∼2019년의 40년 동안 1인당 소비량이 소고기는 4.8배, 돼지고기 4.3배, 우유 6.6배, 계란 1.8배, 채소류 1.2배, 과실류 2.5배 늘어났다. 1990년대 이후 축산 전업농이 급증했고, 사료용 곡물 수입도 크게 늘어났다. 2019년의 양곡수입량은 1,737만톤에 달했고, 수입액은 44억8천만달러였다. 양곡 수입량과 수입액의 절반 이상은 대부분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옥수수가 차지했다.     

양곡수입 추이                 

  자료 : 농림축산식품통계연보      

  농산물 수입도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후반에 우리나라 국제수지가 흑자로 전환되자 1990년부터 GATT 18조 B항에서 규정한 국제수지방어를 위한 수입규제조치 허용조항(balance of payment article)의 적용대상에서 졸업하게 됐다. 이로써 농산물 수입 개방도 확대되어 1990년에는 수입자유화율이 88.5%에 달하게 됐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쌀시장이 제한적으로 개방됐다. 우리나라가 최소시장접근법(MMA)을 선택함에 따라 의무수입량이 1995년 5만1,300톤에서 매년 늘어나게 되어 2014년에는 40만8,700톤에 달했다. 2015년부터는 매년 5%의 관세율로 40만8,700톤을 의무 수입하고, 추가분에 대해서는 513%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아직까지 의무수입량 외 추가수입은 없었다. 2010년부터는 밥쌀용 쌀의 수입 비중을 10%에서 시작하여 30%까지 확대해야 한다. UR 협상에 따른 쌀시장 개방의 구체적 내용은 ‘제3화 - 막걸리이야기 : 귀한 쌀 막걸리가 한때 푸대접 받았다’를 참조하기 바란다.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우리가 만든 용어다     

  농산물 수입이 늘어나면서 우리 농산물이 우수하다는 ‘신토불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사전적으로는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으로 제 땅에서 산출된 것이라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의미다. 즉, 수입산보다는 우리나라 농산물이 한국인의 체질에 적합하다는 다소 국수주의적인 개념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용어는 사자성어 형태로서 언뜻 보아서는 중국에서 유래된 것 같으나 정작 중국에서는 한국산 조어(造語)라고 한다. 1907년 일본에서 ‘식사를 통해 건강을 지키자’는 슬로건 하에 식양회(食養會)란 단체가 조직되면서 ‘자기 고장의 식품은 몸에 좋고 다른 고장의 것은 나쁘다’라는 의미의 ‘신토불이’를 모토로 삼은 데서 유래한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한호선 당시 농협중앙회장이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응하여 ‘우리농산물 애용운동’을 전개하면서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한 것이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1993년에는 대중가수 배일호가 부른 ‘신토불이’라는 제목의 가요가 크게 히트한 것도 이 용어의 확산에 기여했다고 하겠다.

  필자는 1970년대 후반 일부 농축산물의 수입을 개방한 시점에서 ‘신토불이’란 개념과 용어가 유포되기 시작했다고 기억한다. 가격안정을 위해 소고기 수입이 일시적으로 허용됐는데 일부 수입상은 오랜 기간 동안 냉동 보관된 소고기를 저가에 수입해서 판매했다. 냉동고에 장기간 보관된 소고기는 질기고 맛이 현저하게 떨어지기에 소비자들에게 ‘먹거리는 역시 우리 것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았나 추측된다.

  또한 이 시기에 과자 수입도 허용됐으나 오래된 재고품이 일부 수입됨으로써 ‘신토불이’ 개념의 토착화에 기여했다고 사료된다. 결과적으로 볼 때 당시 장기 보관된 재고 농축산물과 식품을 수입했던 수입상들이 역설적이기는 하나 ‘애국자’였다고 할 수도 있겠다.

     

농업 생산은 정체되고 농산물 수입은 급증 추세다     

  지난 30년 동안 농림업 생산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2019년 농림업 총생산액이 경상가격 기준으로 52조1,950억원이었으나 2005년 불변가격으로는 38조7천억원으로 1990년의 36조7천억원, 2000년의 38조2천억원, 2010년의 37조8천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경제가 성장했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농림어업의 비중은 1980년의 15.9%에서 2000년 4.4%, 그리고 2019년에는 1.9%로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농축산물 수입액은 1990년 53억8,200만달러에서 2000년 84억3,300만달러, 2010년 223억3,000만달러, 2019년에는 343억500만달러로 급증했다. 정부는 농가소득 보전과 농업기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갖가지 지원 대책을 시행해 왔다. 그 중 하나가 쌀 경작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쌀소득보전직불제’다.

     

'쌀소득보전직불제'는 '공익직불제'로 확대 시행됐다     

  ‘쌀소득보전직불제’는 2005년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면서 도입된 제도다. 논 면적 ha당 70만원씩 고정직불금을 지급한 후 연평균 시장쌀값이 목표가격보다 낮고 그 차액의 85%가 고정직불금을 초과할 경우 초과액만큼 추가적으로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으로 구성된다. 이후 고정직불금은 ha당 100만원으로 인상됐다.

  2019년의 경우 목표가격이 80kg 가마당 21만4,000원이었는데 시장가격은 18만9,995원으로 목표가격과의 차액이 2만4,005원이었다. 가마당 차액의 85%는 2만404원(=2만4,005원✕0.85)으로 계산된다. 쌀소득보전직불금 총액은 ha당 67가마의 생산량을 적용하여 136만7,093원(=2만404원✕67가마)으로 산출되고, 이 중 100만원 고정직불금으로, 나머지 36만7,093원은 변동직불금으로 지급됐다.

  이렇게 지급된 쌀소득보전직불금 총액이 2019년에 1조1,382억원이었고, 이 해에 양곡관리비 1조4,182억원 등을 포함한 쌀 관련 전체 정책비용은 3조1,883억원에 달했다. 목표가격이 높을수록 쌀소득보전직불금이 많이 지급되는 구조여서 목표가격 설정 시 농민과 정부 간 마찰이 항상 발생했다. 쌀소득보전직불금 제도는 쌀 이외의 작물을 경작하는 농민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에 따라 2020년 5월부터는 전체 농지를 대상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공익직불금’으로 변경하여 시행하고 있다. 논과 밭을 구분하고, 농지 면적에 따라 역진적으로 직불금을 책정하여 ha당 100만원(진흥지역 외의 6ha 이상의 밭의 경우)부터 최고 205만원(진흥지역 내의 2ha 이하의 논과 밭의 경우)을 지급하는 구조다. 지원 금액은 쌀소득보전직불금보다 훨씬 많아지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12화 - 농업이야기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