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가리는 내가 찬양팀 리더를?
우연히 음성녹음을 보다가 대학생 때 CCC 찬양팀 첫 연습 때 했던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낯가리고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는 내가 기독교동아리 CCC에서 찬양팀 리더를 했다는 건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 아닐 수가 없다.
찬양팀 첫 시작이 생각난다. 친구들이랑 동아리방에서 찬양을 들으면서 놀다가 신이 나서 다들 악기를 하나씩 잡았다. 피아노, 드럼, 마이크...
<내 모든 삶의 행동 주안에>, <승리하였네> 이 찬양을 불렀는데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찬양팀하자! 이야기가 나오게 됐고 우리는 각각 피아노, 드럼, 싱어, 리더 역할을 나누게 됐던 거다.
피아노를 맡은 P언니는 원래 피아노를 잘 쳤지만 지금은 안 친지 좀 된 상태였고, 드럼을 맡은 L동생은 드럼을 혼자 둥당 둥당 두드리는 취미를 갖고 있지만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는 실력이었고, 동생 C는 노래에도 악기에도 취미 없지만 싱어로 자리는 채우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자리에는 없었지만 노래도 잘하고 기타도 잘 치고 피아노도 잘 치고 드럼도 잘 치는 동생 K한테 배우면서 하고 그 친구는 싱어를 시키자며 키득키득 작전을 짰다. 그렇게 악기 할 줄 모르는 나는 자연스레... 리더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교회 수련회 때 찬양팀 싱어를 해본 경험은 있어도 찬양팀 리더는 처음이었다. '찬양팀 리더'라는 자리는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도 두루두루 필요하고 인도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여러 가지 필요한 역량이 많았기 때문에 노래도 잘 못하는 나는 정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에 우리 학교 ccc가 여러 사정으로 열악했어서 찬양팀이 없이 그냥 간사님이나 대표순장이 찬양하고 채플을 시작했기 때문에 찬양팀이 필요한 상황이긴 했다. 다른 것보다 리더인 내가 너무너무 부담되고 걱정됐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사정과 상황이 있어서 찬양팀을 할 수 없는 여건이긴 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어떤 마음과 메시지를 주셨는지 우리 모두 자신의 상황과 한계를 넘어서서 찬양팀을 해보겠다고 결단했고 간사님께도 허락받고 대표단에게도 말해서 찬양팀을 하게 됐다. 그리고 다재다능한 실력의 K를 설득해서 그 친구는 기타 치는 싱어이자, L동생의 드럼 선생님이 되어줬다.
매주마다 L동생이 열심히 배워서 드럼을 쳤고, P언니는 오랜 휴식기를 깨고 피아노를 연주했고, 노래 부르는 걸 안 좋아하는 동생 C는 소리는 잘 안 들렸지만 싱어로 자리를 채워줬고, 나는 어설프지만 찬양 인도를 했다. 물론 K도 우리 연습에도 늘 함께했다.
그때 찬양팀 연습은 정말 즐거웠고, 찬양팀 멤버들이랑 함께하는 시간도 너무 행복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끼리 자주 어울리게 되어 사람들이 소외되는? 우리가 소외되는? 오해로 인한 난감한 상황도 있었지만 그만큼 정말 가깝게 지냈다.
찬양팀 연습이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우리들 관계도 친밀한 사이였고, 다들 즐거워했고 잘 맞았고 열심히 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영적인 방해로 다들 힘들어졌다. 몇 번은 연습할 때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꾸역꾸역 끌고 가다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는데 P언니랑 K동생이 각각 밖으로 나가버려서 내가 쫓아가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도 있다.
나 또한 모든 게 팀원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내 탓인 것 같아서 울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흩어지고 마음 속상한 채로 억지로 그 시간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영적인 싸움임을 인지하고, 영적싸움을 이겨내기 위해 다시 모여 같이 기도제목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사실 그때 P언니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게 참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힘든 가운데도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에 순종하며 찬양팀 반주자로 섬겼고, 노래에 대해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어서 노래 부르는 걸 싫어하게 됐던 C동생도 주신 마음에 순종하며 싱어로 자리를 채워줬던 거였고, 나 또한 노래 실력에 자신도 없었고 인도하는 것도 서툴러서 매주 캠퍼스 채플하는 날이 오는 게 싫을 만큼 리더로 서는 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우리가 찬양팀으로 섬길 수 있었을까? 어디에 홀린 것처럼... 성령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이끌어주신 게 틀림없다. 각자의 상황과 아픔이 있는데도 찬양팀하겠다고 결단했던 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분명 L동생도, K동생도 각자 마음에 힘든 부분이 있었을 거다. 우리는 모두 잘나지 않은 사람이었다. 아픔이 있었고 가진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CCC에 찬양팀이 필요했고, 우리는 하나님과 이 공동체를 사랑했고 그런 우리에게 찬양할 때 기쁨과 감동을 주셔서 마음을 움직이시고 우릴 사용하셨던 거다.
그리고 우리에게 능력과 용기를 주셨고 기쁜 마음으로 이 사역을 이겨나가게 하셨다. 정말 감사한 하나님, 능력의 하나님.
대학 졸업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때 그 시간이, 그 추억이 우리의 마음에 남아 평생 떠오를 거다. 성령에 취한 우리의 모습 그리고 여전히 보고 싶고 그리운 내 동역자들!
그리고 그때 그 짧은 경험이 나한테 또 다른 도전을 부어주고 있다. 예배에 있어서 찬양은 너무너무 중요하다. 그리고 군교회에는 일꾼이 필요하고, 나는 내가 필요한 그곳에서 하나님을 섬기고 싶다.
나의 연약함, 나의 부족함 모두 아시는 주님께서 나에게 지혜와 능력을 주시길 소망한다. 여전히 부족하고 작은 나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신다면 기꺼이 "네! 하나님! 부르셨어요? 저 여기 있어요!" 손 번쩍 들고 달려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