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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Dec 04. 2023

나누지 못해 안달 난 둘째의 이야기

따스한 마음을 표현하고 기꺼이 나눌 줄 아는 귀여운 아이

어제 저희 가족이 다니는 교회 유치부에서는 달란트 잔치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모은 달란트로 선물을 이것저것 사다 보니 17 달란트 정도가 남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무얼마저 살지 고민하다가 결국 1개를 1 달란트에 파는 막대사탕 17개를 구입했어요.


이 많은 사탕을 왜 샀냐고요? 아이가 한 말 때문이었어요.


엄마, 유치원에  우리 반 친구들한테 이 사탕 사서 나누어주고 싶어요.


집에 와서 아이는 사탕 13개를 몇 번이고 세서 지퍼백에 고이 담았어요. 자신을 포함한 총 12명의 반 친구들 것, 그리고 사랑이 많으신 담임선생님 것까지 야무지게 챙겨 넣었답니다.


그러고는 달란트 시장에서 사 온 색칠 북에 들어있는 엽서카드를 한 장 한 장 자르기 시작했어요. 11명의 친구와 담임선생님에게 편지도 써서 같이 전달해 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헉!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루에 엽서 한 장 쓰기도 벅찬 저인데 아이는 한 번에 12장의 엽서를 쓰겠다고 말하니까요! 남편, 저, 첫째, 셋째 모두 안방에서 책을 읽으며 뒹굴뒹굴하는 저녁 시간에 둘째는 홀로 거실 책상에 앉아 뚝심 있게 편지를 써 내려갔답니다.


한글을 쓸 줄은 알지만 아직 모든 글자를 다 쓰지는 못해서 중간중간 제가 조금씩 도와주었어요. 선생님에게 쓰는 편지는 아이가 말하고 제가 먼저 한글로 적어줬고요. 그걸 다시 아이가 엽서에 옮겨 적었답니다.


자신의 달란트를 본인을 위해, 가족을 위해서만 쓰지 않고 유치원 친구들에게도 쓸 줄 아는 아이의 마음, 그리고 편지도 함께 전달하고픈 아이의 순수하고 넉넉한 마음이 참 귀하게 느껴졌어요.


그러고 보면 어릴 때의 저는 제 것을 누구에게 잘 나누어줄 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둘째를 바라보면서 유년시절의 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저는 제 것이 먼저였고 저 스스로가 풍족함을 누리지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결핍을 원동력 삼아 살아가던 아이였거든요. 언제나 내가 우선이었고 나눔이라는 건 그저 일회성이거나 어른인 부모님의 영역일 뿐이었어요.


그런데 이 6살 아이는 제가 먹고 언니와 남동생에게 그리고 엄마인 저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사탕을 사 오더니 친구와 선생님에게까지 나누어 드린다고 하다니요. 그 작은 마음을 바라보니 저 스스로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잠잘 시간이 다 되어서 이제는 씻어야 한다고 하니 얼른 씻고 편지 한 장만 더 적으면 안 되냐고 묻는 아이의 질문을 마주했습니다. 이런 아이에게 어찌 안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가족들은 다 씻고 잠자리 독서를 하는 와중에도 아이는 12장의 엽서 쓰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거실에 홀로 머물렀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지퍼백에 다 쓴 엽서 13장을 스스로 담는 아이가 기특해서 곁에 머무르며 사진도 한 장 찍어주었습니다.


밤에 불을 끄고 온 가족 '감사 말하기'를 한 뒤 아이에게 질문을 했어요.


"00아 그런데 왜 친구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싶은 거야?
편지도 12장이나 쓰는 거 힘든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엄마는 이유가 정말 궁금해."


아이의 대답이 감동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해 보니까 달란트가 너무 많아서 친구들 주려고 샀어요.
편지는 12장 썼는데 그거는 친구들 마음을 생각하면서 쓰면 안 힘들어요.



"어떤 마음??"


친구들이 좋아하는 마음요.
친구들이 (내가 편지 들고 가면 이걸) 보고 싶어 해요.
그때 기분이 좋아요.
사탕이 나한테 많은 거니까 친구들한테 나눠줄래요.


사실 아이는 지난주에도 색종이 11장에 친구들 이름을 한 자 한 자 눌러쓰고 마음을 표현한 긴 문장을 함께 적어서 들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번에는 사탕과 함께 편지를 또 써서 준비한 거죠.


이런 귀한 아이의 마음을 어찌 존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자신의 것을 타인에게 기꺼이 나눠주는 마음은 돈을 주고도 가르치기가 쉽지 않잖아요.


오늘 아침, 유치원 현관문 앞에서 "친구들에게 잘 나눠주고  와!" 응원의 한마디를 건네고 헤어졌습니다. 마음이 참 벅찬 순간이었어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간식, 그리고 마음을 기꺼이 나누는 예쁜 마음을 가진 아이의 순수함을 잘 지켜주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오후에 아이를 만나면 다시 한번 더 안아주고 칭찬의 한마디를 건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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