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은 밥 걱정은 없겠네
그 곳은 밥 걱정은 없겠네.
고기를 밥 보다 좋아하는 그녀는 오늘도 우유빛 속살같이 푹 고은 맑은 곰탕을 먹고 있을까?
나도 서서히 닮아 가는 것 같다. 며칠 전 일이다. 난 오전 예배를 드리고 급히 집으로 오는 길에 전화로 메뉴를 정하기로 했다. 늘 상 하는 대로 추어탕, 그 순간에는 좋아요. 라고 말을 했는데 막상 가고 싶지는 않았다. 노파심인지는 모르겠으나 식당 할머니가 "저 여자는 밥도 안 하나 일요일마다 오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정주부의 경력도 경력인데 집에서 밥을 안 하고 이렇게 밖에서 해결하는 나 자신이 한심 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번에는 섞어 돼지국밥이 먹고 싶었다. 돼지국밥은 그녀가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이다. 밥 맛 없고 반찬이 없을 경우는 동네에 있는 단골 돼지국밥 집을 한번씩 갔다. 나는 국물이 있는 음식을 별로로 생각하여 친정식구들과 밥을 먹을 때마다 서로 눈살을 지푸리기도 했다. 함께 살면 닮아 갈수 밖에 없는가? 작은 오빠는 엄마의 식성과 똑 같아 지글 지글 얼큰 기름진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음식을 즐긴다.
어쩌나 친정에 들릴 일이 있어 친정집 대문 앞에 서면 벌써 냄새가 진동을 한다. 돼지 갈비, 돼지고기 김치찌개, 돼지 베이컨 김치볶음밥. 코를 콕 쏘는 매운 자극적인 냄새와 기름의 냄새가 진동한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만 맡을 수 있는 냄새이다. 1층인데도 집 대문은 항상 열려 있다. "지금 무슨 음식 만들어요." 하기도 전에 이미 후라이팬 가득 지글지글 볶은 돼지고기 김치볶음밥이 내 눈에 대령이다.
오빠는 숟가락을 챙긴다. " 지금 밥 시간이다, 한 숟가락 뜨고 가, 집에 가는 동안 배가 고파 집에도 못 갈라" 오빠 " 내가 맛있는 돼지고기 김치볶음밥 다 먹으면 어쩌려고, 배가 고플텐데" 그럼 또 만들면 된단다.
여기서 배 부르게 먹고 나면 집에 가서 일을 하기가 싫어 진다. 내 배가 부르면 남편의 배도 부르다. 생각하는 내 생각의 착각이 꼬리를 문다. 집에 올라갑니다. 얼른 집에 가서 남아 있는 찬밥에 김치 넣고 볶다가 참치 캔 넣고 다시 볶아야 겠다. 이렇게 식성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김치 볶음반에 고기가 들어가는 집과 김치 볶음밥에 고기가 아닌 참치 캔을 넣는 집의 차이다 그래서 난 이 유혹을 벗어나야 한다. 결혼과 가사일을 병행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반찬 투정 없이 잘 먹어 주는 것도 감사한 노릇이다. 유일하게 반찬투정을 하는 부분은 고기를 넣지 말아야 하는 음식에 고기가 들어가면 반찬투정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반찬은 어미도 모르는 주워온 아이 대하듯 젓가락 한번 가는 법이 없다.
기름진 음식을 섞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김치찌개 만큼은 돼지고기 넣은 것을 먹고 싶다. 결혼 생활 35년 동안 한 두번 넣어서 먹어 보았다. 참치는 미용에 좋고 다이어트에 좋고 머리도 좋아진다. 일거양득으로 보양식 하는 샘 치고 먹자. . . . . .
나이를 먹어 감에 얼굴이 닮아가고, 기운이 없고 매사에 지칠 때 음식이 닮아가고, 말을 하다가 깜박깜박 잊어감을 닮아가고, 가족 사랑함이 닮아간다.
참 이상하다. 피는 못 속인다. 씨 도둑 없다. 콩 심은데 콩 난다. 팥 심은데 팥 난다. 그녀를 닮기 싫다고 악을 쓰거나 난 그렇게 못 살아 난 구질 구질하게 안 살거야, 난 이런거 안 배우고 우아하게 살거야 하는 건방진 마음도 어느 날 찾아 보니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 이래 저래 닮았다. 혼자서 뭐하나 자신을 탐색했다.
문맥과 상관 없이 글을 맹글고 있고 손을 들들 거리며 그림을 그리고 빈 공간에 색칠을 하고 있다. 남는 시간은 가물 가물 거리는 눈으로 책을 보고 있다. 좋은 문구는 필사까지 하고 누군가에게 읽어 준다. 똑 같다.
난 닮았구나. 5월은 참 바쁜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나에게 5월이란 다른 달과 별반 다르지 않다. 친정과 시댁 부모님들은 고인이 되었다. 하늘 천국에 가 계신다. 그 곳에는 밥 걱정은 없지요.
오늘 메뉴는 " 입안에서 살살 녹는 한우 곰탕, 돼지 국밥, 갈비찜인가요." 그럼 "아버지의 식성도 달라졌나 모르겠네." 그럼 "시아버지와 엄마가 편 묵고 친정아버지와 시어머니가 편 묵으면 되겠네 ."
그 곳에는 먹어도 먹어도 부족함이 없이 줄 테니 편안하게 밥 걱정하지 말고 먹어요.
나도 하루 하루 살아보니 삼시새끼 밥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알아간다. 밥은 보약이 아니라 인생의 희노애락이다 짠밥 수가 얼마인데. 그래 밥 그릇 숫자는 위대하다.
그 곳은 안녕하신지요. 그리고 잘 살아, 나도 보고 싶으면 또 소환 할게. 5월은 카네이션이다.
난 스스로 행복할 거다. 그래서 내일은 꽃시장을 간다. 나를 위한 꽃바구니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