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 같은 당신이 그립습니다.
곰국 같은 당신이 그립습니다.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네. 지난해 어버이 날은 참 서운 했다. 두 녀석들 꽃 바구니 하나 안 겨주지 않았다. 나쁜 놈들 그 흔한 돈 1만원이면 끝날 것을 . .. 나도 늙었나. 그녀가 떠오른다. 그녀라면 당당히 자신의 생일조차 모두에게 공표를 한다. 스피커를 대고 나발을 두는 것 보다 더 큰 소음의 효과를 철저히 보여주는
오 그녀.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숫자만 나타나 있는 커다란 달력에 자신의 생일이며 어버이 날 등 을. 벌건 색연필로 표시를 해 둔다. 그럼 우리는 한 눈에 알고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하나 남매가 모여 의논을 한다.
난 태생이 게으른 편이다. 내가 하는 일에는 메모도 잘 하고 열심히 하는 편이나, 그 외에는 기록을 잘 하지 않는다. 내 생일 조차 기억을 못 하고 넘기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지금으로부터 생각을 해보면 결혼식 기념일 기억는 아리까리 하기만 하다. 여러 해 전만 해도 남편이 먼저 오늘은 뭐해 "왜요, 늘 똑같아요. 수업하고 사무실에서 일 좀 하고, 그럼 안 되겠네. 무슨 일인데 아무일도 아니야! " 난 뒤 북 치기를 좋아하나 보다. 몇 주 지나고 나서 우리 결혼기념일이 지났네. 이 정도 밖에 생각을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기념일을 기억 못한 죄로 늘 변변한 선물 한번 받아 본 적이 없다.
그 때와는 내 마음이 사뭇 달라짐을 느낀다. 왠지 섭섭하다. 장미 바구니 하나라도 받고 싶다. 돈이야 엉감생신이므로 그냥 어버이 날에 얼굴보며 밥이나 한끼 먹어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확실하게 그녀의 생일과 어버이 날 만큼은 칼 같이 지켰다. "메뉴"는, " 늘 고기나 먹자. 요즈음 기운이 없네. 입맛도 없고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날 것 같다."
작은 올케가 몰맨 소리를 한다. "어머니 어제가지 푹 고은 사골 곰탕 드셨는데, 예는 무슨 말을 하니, 그건 뼈를 고은 멀건 국물이잖아" 나는 부드러운 쇠고기를 먹고 싶다. 그런데, 잠깐 그 전에 고기보다 더 큰 것 요구사항을 말한다. " 계절도 그렇고 당장 입을 옷이 없어 식사 하러 가기도 부끄럽다. 가볍고 저렴한 걸로 걸치는 거 하나 사야겠다." 큰 올케, 작은 올케 나를 쳐다 본다. 고모가 형편이 좋으니 사면 되겠다. 그래 내가 사드리면 되지 시간을 맞추어 볼게.
요구는 저렇게 해야 한다. 당당하게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사달라고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지겹도록 뼈사골을 푹 끓인 곰국에 밥 말아 먹어도 영양섭취가 안 된다. 오 그녀에게는 중요한 날은 특별한 무엇을 원한다. 그리고 입맛도 참 특이한 편이다. 국수 나물 같은 것은 아무리 먹어도 맛이 없고 씹기도 싫단다. 신기하다. 나물은 참 부드럽다. 무우 나물은 입에 살살 녹는데 씹기가 불편하다니. 고기는 질기기만 하는데. 어쩌랴 오 그녀의 입은 그렇다는데 . . . . .
며칠전 작은아이가 왔길래 나도 한번 해 보았다. " 아들 김치 국물부터 마실 수 있는데 어버이 날 내려 올 거야, 그럼 미리 오기 전에 말을 해 줘" 난 이렇게 말을 했다. 내가 필요한게 있어 이번에는 그걸 받고 싶어 라고 말을 못하고 이래 저래 둘둘 두루마리 마냥 돌려서 말을 했다.
한번은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일단 말을 적게 하고 입을 꾹 다무는 스타일로 큰 눈만 굴리며 쌀쌀맞아 차갑게 느껴진다. 큰 오빠 가족이 안 온다는 말에 기분이 영 안 좋아 내가 너희에게 밥을 달라고 했니 돈을 달라고 했니 일년에 한 두번 만나는 것도 시간을 못 낸다는 게 여간 섭섭하지 않은가 보다.
전화를 해 봐야 겠다. 바로 전화를 해서 그렇게 바쁘면 둘 다 오지 마라. 앞으로 생일은 안 해도 된다.
역시 당당하다. 그래 엄마가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태어나, 엄마가 우리를 잘 키웠으니 그 나마 밥 벌어 먹고 살지. 엄마는 그렇게 해도 되지, 필요한 거 가지고 싶은 거 사달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은 다 엄마 덕분이야, 엄마의 극성으로 한푼이라도 벌어 우리를 먹이고 입히고 키워서 이 나마 남들 만큼은 인간 구실 하며 살고 있잖아. 그럼 엄마는 대단하다. 매일 마다 좋아하는 맑은 곰국에 고기 마저 듬뿍 넣어서 소금 넣고 송송 썬 파 넣고 밥 한 술 말아서 후후 불며 먹으면 된다.
곰국 같은 당신이 보고 싶다. 나도 한 수 배워서 당당하게 요구 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힘들단다. 조부모의 찬스를 사용하지 못하면 부모 찬스라도 사용해야 출발을 할 수 있단다. 그런 90년생들에게 어버이날은 이런 거 먹고 싶네 이렇게 말을 해 보고 싶다. 와 주기만 해도 고맙지.
예들아 엄마는 곰국은 안 사줘도 괜찮아. 그냥 얼굴이나 한번 보자. 올 때 꽃 한송이는 사가지고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