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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즈음에

- 까칠한 아들의 카톡방 방문

평소와 같이 두 내외 밥과 반찬 몇가지를 대충 준비해서 먹으려고 하는 참에 남편의 카톡이 '카톡 카톡' 울린다. 보통 실 없는 친구가 혼자 심심하다고 보내는 카톡이거나 요즈음 핫한 야구경기 점수에 대한 의견 분분 등. 으로 오는 카톡 정도이다.


남편은 약간 짜증 섞인 말투로 밥 좀 먹자! 그런데  아니다.  가족방 카톡에서 나는 소리란다. 까칠한 작은아들이 방문을 했다고 하며, "아버지 저는 육사시미에 혼술이네요. ㅎ ㅎ ㅎ"   큰 아들도 언제 들어왔는지 큰 아들 "내일 일하는데 왠일로 평일에 혼술하노" 작은아들 "ㅋㅋ ㅋ 글게"  큰 아들 "이른 시간이니 가볍게 먹고 자면 괜찮을 듯 ㅎ ㅎ " 작은아들 " 혼술도 기분 좋게 해야 하는데 요즘 영 마음이 불편하네 ㅋ ㅋ, 우울한갑다 ㅋ , 마음 나눌 사람이 없어서 긍가"  


밥을 먹으려고 했든 입맛은 싹 달아나 버린다.  입 안이 까칠해진다.  도저히 삼켜지지 않는다. 참 우리 작은 아들 나이가 29살 이구나. 대학 졸업 후 혼자 객지생활을 하고 있구나,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을 하고 있다.  얼마전 아이를 만나 1박2일로 월출산을 다녀 오기는 했다. 그 때도 아이는 왠지 외로워 하고 있었다. "나 직장 관 둘까?" " 아님 부산은 아니라도 경남이나 경북이라도 올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당장 힘들것 같고,  일도 힘들지만 너무 외롭네. 이럴때 말이라도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 아이에게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심히 한 마디 던진게 지금까지 참았는데 조금 참아 보면 안 될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내 속마음은 "야 그것도 못 참아 지금 다른 사람은 얼마나 힘든데 . . . . . 목구멍으로 삼켜본다."

아이 입장의 마음인들 편안할까? 그 마음 오죽하랴,  아이는 슬프거나 힘들면 오히려 웃어 버린다. 

" 저 아이의 마음이 편치 않구나! 그래도 걱정할 까봐 웃어 주구나, 아들 밥 잘먹고 다음에 또 보자."

그렇게 빠이 빠이를 하며  헤어진지  2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가족단톡방에 안 들어오는 아이가 먼저 방문을 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늘어 놓는다.  난 오늘도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아들에게 신문에 난 기사 하나를 찍어서 보냈다.  

아들은 " 엄마는 아들 맘 이렇게 못 헤아려서 어떻게 아들들 이렇게 잘 자랐을까 ㅋ ㅋ " "엄마 덕에 우리 가정이 살았죠 ㅎㅎ" " 엄마도 마음 맞는 친구 찾아서 활동 반경을 넓혀 나가야 해요 ㅎㅎ" 라고 카톡을 보낸다.

난 오늘도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다.  아이는 엄마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난 또 내 생각에만 머물고 말았다.  30살 즈음은 누구에게나 온다.  늘 올챙이적 시절을 난 모르는걸까,  참 미안하다. 아이는 애쓰 웃어주며 엄마를 칭찬해준다.  난 아직도 30살 즈음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닐까?  다시 변명이라도 늘어 놓으며 "엄마도 30살 즈음은 힘들었어" 아서라, 때로는 침묵이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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