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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ru Jun 11. 2024

소심하지만 명랑한 그녀들의 여행기 1.

#인간발제_with 동네아줌마들

이 모임은 어디서 어떡해 시작되었나.

복잡하다.

복잡하지만 막상 별것 없는 이들의 관계가 급 돈독해지는 계기. 여행이었다.



꼬박 2년 동안 돈을 모았다.

그리고 여행을 질러버렸다.

늘 그렇듯  일을 키우는 것은 나다.

이번에도 그랬다.

가끔씩 만나는 모임에서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고  매월 자동이체를 하게 했다.

_난 다단계를 했어야 하나?_



우린 4명.

사기꾼기질의 해외여행 다수경험인  나.

가슴 가득짱꾸기질 표현 못하는 극 I여사 1인.

남편 없음 아무것도 못해 공주 +아티스트여사 1인.

유쾌 상쾌 + 여권 첨이요 여사 1인.


아주 평범한 동네아줌마들의 조합이다.




2024.05. 한국


2박 3일 일본 후쿠오카 +히타.

제일 만만하고 뻔한 여행일정.


그런데 후쿠오카 공항 도착과 동시에  사건발생이다.

여권 첨이요 여사의 캐리어가 완전히 박살 난 것.

나 해외여행 20여 년 만에  첨 겪는 일이었다.

캐리어가 박살 난 것도,

여행자 보험을 청구하는 이  상황도.


항공사직원을 불러 상황설명을 하고 보험사에 제출할 페이퍼를 받고, 깨진 캐리어는 만능테이프로 임시 수리.

2024.05 후쿠오카 공항 인&아웃



그나저나 항공사 남자직원 피부가 얼마나 뽀~얗고  또 얼마나 잘생겼는지  여전히 므흣하다.

너무 죄송하다는 표정과 일본억양이 섞인 한국어가 그리 살살 녹을 일인가..   

아웅..  베스트친절사원 드려야는데...  사진찍을걸.. 힝..



그래,  

그렇게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했다. 



신나는 발걸음과 두둑한 카드를 가슴에 품고는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돈키호테에서 봉다리를 채웠더랬다.

사실  쇼핑에 진심인 그녀들은 만능백팩과 요술 장바구니를  야무지게 챙겨 왔는데  스스로의 준비성에  아주 흡족한 날이었다.


2024.05.  나카스강 다리위.


20대 초반 해외 여행지에 이런 아줌마들을 보면

제발 한국사람이 아니기를 바랐건만,

새초롬  새침데기도 40 중후반이 되니 극효율주의자가 되어있더라.



2024.05. 눈이번쩍뜨이는 생맥의 부드러움.



여행 중  발바닥이 찢어질 듯 한 고통에는  머다?

바로 맥주!!!!

우리에겐 맛집리스트 따윈 없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젤로 가까우면 장땡!!



숙소 근처 이자카야에서 천상의 맥주맛을 경험한  우리 동네아줌마 넷은...

.그래 .....

눈떠보니 숙소.

그랬다.

.........





새벽녘 더듬더듬 화장실에 다녀오다

그야말로 널부러진 그녀들을 발견했다.

얼굴에는 마스크 팩이, 발에는 덕지덕지 파스로 도배한 여사님들.

그 와중에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는 그녀들.

역시 K아줌마들이다.



낯설고도 어여쁜 이 그림체는 무엇인가?

자는 모습은 내 새끼들만 이쁜줄 았았다.

그런데 우리 동네아줌마들도 그리 예뻤다.



내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여행에는 쉽게 넘지못하는 불편한 간격이 있기마련이다.

그 간격이 유연해지는 사람들과의 여행이라면

함께 할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동네아줌마들과는 이제 하루치의 유연함이 생성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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