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옥란 책읽는 너구리
Jan 29. 2023
연분홍,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시간이 있다
분홍은 촌스럽지
연분홍은 더 촌스럽지
유치해 , 아기 색깔
말의 시간은 짧다
분홍도 좋소
초록도 좋소
연분홍은 더 좋소
색깔을 삼킨 나그네는
무지개 걸린 하늘을 바라본다
넉넉해진 마음을
햇빛에 넌다
소크라테스가 손을 흔든다
판도라의 상자가 작게 열리고
희망 귀가
쫑긋거리는 오후
그림자는 집 울타리를 지나
밤나무 밑에서
짐을 꾸린다
김억의 연분홍
지나고 난 가슴에 사뿐히
내려앉는 살구꽃잎
연분홍꽃이 떨어지자
나비가 울고 간다
나비야
노랑나비야
내 꽃으로 오라
비탈진 어깨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자
붉은 꽃이 핀다
색깔이 숨바꼭질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