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건은 왜 더 비싸 보일까?

by 바나나 슈즈

당근마켓에 태블릿을 올렸다. 거의 새 거였다.

유명 브랜드는 아닐지라도 가성비로 꽤 소문난 제품이었다.


게다가 내껀, 사용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고, 화면에 기스 하나 없었으며, 정품 펜슬과 케이스까지 포함된 구성. 나는 적당한 가격을 책정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거래 요청이 오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검색해 보니 비슷한 사양의 태블릿이 더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내 것은 확실히 상태가 좋았다. “이건 말도 안 돼.” 나는 가격을 만 원만 내려 다시 게시했다.

이상하게도, 그 후에도 구매 문의는 오지 않았다.




내 새끼는 유독 빛나 보인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다 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몇 번 쓰지도 않았어요”, “거의 새 거예요”, “제가 정말 아끼던 거라 상태 좋아요” 같은 문장들이 넘쳐난다. 마치 각자의 물건이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듯이.


그리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부른다. 인간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 객관적인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물건이라도 “내 것”이 되는 순간, 그 가치는 높아진다.


예를 들어, 당신이 먼 여행지에서 사 온 5만 원짜리 머그컵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누군가 그 컵을 5만 원에 사겠다고 물으면, 선뜻 팔기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당신이 그 컵을 사야 한다면, “머그컵 주제에 5만 원은 너무 비싸”라고 생각하게 된다.


내 물건은 익숙하고, 친숙하고, 한때 소중했던 것이니까. 남들은 그냥 ‘중고 태블릿’이라 보지만, 나는 ‘한때 내 작업을 함께했던 태블릿’이라 본다. 그러니 조금 더 비싸게 불러도 괜찮을 것 같고, 정가보다 저렴하게 팔려는 게 왠지 손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남에게는 그냥 중고일 뿐


이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나는 몇 번이고 가격을 조정하다가, 결국 현실을 받아들였다. 내가 아무리 ‘이건 진짜 좋은 제품이에요’라고 설명해도, 구매자는 오직 ‘이 가격에 합리적인가’만을 따진다.


당근마켓을 보면 가끔 “애착이 가는 제품이라 급하게 안 팔아요”, "안 팔리면 그냥 제가 씁니다"라고 적어놓은 판매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문장을 본다고 해서 구매자가 “그렇다면 더 비싸게 사야겠군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나는 가격을 원래보다 2만 원 낮추었고, 그제야 채팅이 오기 시작했다.


나의 중고 태블릿

사실은, 물건뿐만이 아닐지도


이 경험을 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는 종종 자신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렇게 노력했는데”, “나는 이런 경험이 있는데”, “나는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같은 이유로. 하지만 세상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애정을 가졌든, 어떤 기억이 있든, 중요한 건 객관적인 가치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가끔은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내 것이었기 때문에” 가치 있어 보이는 것인지.




결국, 팔렸다


그 태블릿은 결국 팔렸다.

내 예상보다 3만 원 낮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거래를 마친 후, 이상하게도 후련했다.


어쩌면, 내려놓아야 할 건 태블릿이 아니라, 그 물건에 대한 나의 집착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물건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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