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괴테 편, 순간이여! 멈추어라

우리는 정말, 완벽한 순간을 붙잡을 수 있을까?

by 바나나 슈즈

찰나를 붙잡고 싶은 마음


햇살이 부드러웠다. 창밖을 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을 그대로 붙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친구들과 배를 잡고 웃던 어느 여름밤, 혼자 산책하며 바람 냄새를 맡던 순간, 혹은 여행지에서 노을을 바라보던 때.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언제나 너무 빨리 지나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다시 붙잡으려 애쓴다. 마치 괴테의 『파우스트』 속 주인공처럼.




‘영혼을 판 지식인’ , 파우스트 이야기


파우스트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신학, 의학, 법학, 철학까지 배우지 않은 것이 없었고, 그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싶었지만, 아무리 연구해도 삶의 본질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책장을 넘기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는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삶의 갈증을 해소할 길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그때, 낯선 존재가 나타났다.



"자네에게 부족한 것이 뭔지 아나?"


어둠 속에서 걸어나온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메피스토펠레스라고 소개했다. 그는 악마였다. 그리고 파우스트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내가 자네에게 이 세상의 모든 쾌락을 주지. 지식이든, 사랑이든, 젊음이든 원하는 것은 뭐든 가질 수 있어. 대신, 자네 영혼을 내게 넘기게."


파우스트는 처음에는 망설였다. 그러나 자신이 갈망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면, 그 대가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좋다. 하지만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말해보시게."


"내가 완전한 만족을 느껴 ‘이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는 순간, 내 영혼을 가져가라."


메피스토펠레스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인간은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존재이며, 파우스트 또한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자신에게 무릎 꿇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파우스트의 위험한 여정이 시작됐다.




방황과 쾌락, 그리고 욕망


악마와 계약을 맺은 순간, 파우스트는 젊음을 되찾았다. 몸도 가벼워지고, 세상이 다시 눈부시게 보였다.

그는 곧 사랑을 찾았다. 아름다운 여인, 그레첸과 사랑에 빠졌고, 그녀도 파우스트에게 마음을 주었다. 하지만 이 사랑은 비극으로 끝났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이끌려 쾌락의 세계로 빠져드는 동안, 그레첸은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절망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멈추지 않았다. 황제의 조언자가 되어 권력을 누리고, 고대 그리스를 여행하며 절세의 여인 헬레네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경험을 탐닉했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인생의 마지막에 도달했다.


파우스트는 한 가지 꿈을 이루기로 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이곳에서만큼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고, 노동하며,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도시가 완성되는 순간, 그는 생애 처음으로 깊은 충만함을 느꼈다.


그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만족을 선언하는 순간, 끝이 온다


이 말을 듣자마자, 메피스토펠레스는 기뻐하며 손을 뻗었다. 약속대로, 파우스트의 영혼을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천사들이 나타나 파우스트의 영혼을 하늘로 데려간 것이다. 그는 결코 완벽한 쾌락이나 허영에 빠진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상 속에서 이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결국 『파우스트』는 단순한 욕망과 쾌락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끝없는 갈망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떻게 써먹을까?


이제 이 문장을 일상에서 활용해 보자.

1. 로맨틱한 순간

"와, 진짜 좋다. 지금이 파우스트가 말했던 그 순간 같아."


2. 여행 중 감동적인 풍경

"와 대박, 진짜 예쁘다. 괴테였으면 '순간이여! 멈추어라'고 했겠지?"


3. 예술 감상

"진짜 감동이다. 파우스트처럼 이 순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4. 인생의 특별한 순간

"내가 해냈다! 괴테라면 지금 이 순간 멈추라고 할 거야."



순간은 붙잡으려 하기보다, 그냥 온전히 누리는 것


파우스트가 말한 "순간이여, 멈추어라"는 사실 불가능한 바람이다. 시간이 멈추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순간을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그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 사진을 찍어 남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으로, 마음으로 기억하는 것이 더 소중할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정말 해야 할 말은 이것일지도.

"순간이여, 스쳐가도 괜찮다. 나는 충분히 누렸으니까."


이제, 당신도 ‘순간이여, 멈추어라’라는 문장을 제대로 써먹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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