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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태엽 Nov 01. 2024

아픈 몸 수선하기 017

9월 11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매일 밤 너무 괴로운데 맥은 나아졌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느낌대로 뿌리가 좀 단단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한의사 선생님 생각보다 피부로 가는 힘은 약하지만, 뿌리가 좀 단단해졌으니 이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했다.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나는 장기적인 이득이 아니라 즉각적인 고통 완화를 원한다. 매일 새벽을 겁내는 짓은 그만두고 싶다. 밤이 되면 두려움에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심호흡을 하지만 시계를 보면 아침이 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서 떠는 것 이외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금도 새벽이 되면… 또 팔을 찢고 싶고 다리를 자르고 싶도록 따갑고 가렵겠지,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들지 않는다…. 잠들기 위해 눈을 감으면 여기저기 따갑고 가려운 느낌들이 너무 선명해진다. 의식이 있으면 그래도 조금 참는데 선잠에 들면 나도 모르게 벅벅 긁다가 깬다.


차라리 나을 때까지 잠들고 싶다. 안 깨고 몇 달이고 자다가 괜찮아지면 깨고 싶다. 피곤하다. 지친다.

사실 다 그만두고 싶다. 그럴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알아도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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