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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태엽 Nov 03. 2024

아픈 몸 수선하기 021

10월 2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오늘은 1초도 잠을 자지 못했다. 눈을 감고만 있었다. 잠을 못 자면 뭐든 흐려져야 마련인데 고통만 선명하다. 신경이 날카롭게 서서 뭐든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힘겹게 옷을 갈아입고 병원을 가는 길, 다 죽은 듯 흐린데 감각만이 살아있었다. 힘겹게 침대에 누워서 진료를 기다렸다. 위장 관리는 여전히 잘 되고 있는데 열이 빠져나가기 위해 기다리던 생리는 아직도 소식이 없었다. 맥을 짚던 의사 선생님은 이대로 무월경으로 지나갈지도 모르겠다고 하셨다. 또 그건 그거대로 좋은 상황이라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또 귀신같이 터져버리는 게 이제는 일종의 법칙 같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내일이 돼야 알겠지….


침을 꽝꽝 맞고 조금 잤다. 원체 피곤하고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자고 일어났는데 오히려 몸이 축축 처지고 따가웠다. 몸에 열이 차 있어서 약한 피부가 자꾸 말라버려 건조한 피부의 표피가 가뭄이라도 닥친 것처럼 갈라졌다. 팔을 껴안고 기어 오듯 집에 와서 다시 잤지만 몸이 딱히 회복된 것 같진 않았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온몸이 따가운데, 짧게 끊어치듯 자는 걸 반복하니 깨어나는 횟수가 너무 많아서 극심한 고통에 자주 시달리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남들처럼 잠드는 것이다. 보통의 회복력이 필요하다.

지난주보다 고통은 수치로 따졌을 때 완화되긴 했지만 수면 부족으로 달궈진 신경은 200% 확대해서 고통을 감각한다.


자고 싶다. 쉬고 싶고, 수면으로 도망가고 싶다. 치료를 중단할 수 없으니 유일한 대피처가 잠이고 꿈인데 그것조차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 병의 마지막 발악이겠거니 생각한다. 온 힘을 모아 나에게 나가떨어지라며 속된 말로 지랄하는 거다. 이게 병의 마지막 몸부림이 아니라면 나는 또 절망하려나….


그래도 절망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거였다. 어떤 감정이든 다 겪고도 버티면 된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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