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스테로이드를 반으로 줄인 탓에 밤과 새벽에 통증이 심해졌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잠들어도 1시간이면 깨기를 반복하지만, 예전처럼 눈물이 날 만큼 아프지는 않다. 그 점을 되새기면서 괜찮다고 몇 번이고 스스로를 달랜다.
위의 기능이 며칠 전보다 나아졌다고 했다. 확 치고 나가면 좋은데 소화장애가 생긴 지 너무 오래되어서 회복이 더디다는 말을 들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게워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겪은 위장장애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쳐서 음식을 먹어도 좋은 영양분을 온몸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은 영양부족이 원인이었다.
뭔가 더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착잡해서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유독 약침이 아파서 한번 놓을 때마다 속에서 뭔가 치밀었다. 뱉어내는 거라곤 숨밖에 없다. 그 이산화탄소 한 줌이 내 몸에서 나가는 김에 소화하기 어려운 잡념이라도 가지고 나가기를 빌었던 것 같다.
집에서 영 잠을 못 자서 침을 꽂은 채로 잠들었다. 한의원에서는 그나마 잠드는 건 내가 또 자다가 고통에 몸부림치면 바로 어떠한 조치를 취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몸을 추스르고 한의원을 나왔다. 이제 한낮인데도 바람이 제법 찼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오히려 불안했다. 그곳은 의사 없는 병실 같다. 아파도 그저 견뎌야 하고 쉴 수 없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괴로운 곳. 밤이면 도망치고 싶다. 내 방이 나를 아프게 하는 게 아닌데도, 그곳에서 아프기만 했기 때문에 나가고 싶다. 점점 밤이 다가온다. 다시 잠들지 못하고 울기만 하던 때로 돌아갈까 봐 두렵다. 날이 갈수록 겁쟁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