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해야지...
운동 해야지...
이젠 정말 운동해야지...
핑계가 많았다
마음만 먹고 막상 실천하지 못하고 지속하지 못한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일을 할 때는 시간이 없어서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일을 쉬고 있는 지금은 운동 못할 핑계도 딱히 없다. (실은, 주변을 보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시간 쪼개서 운동까지 열심히 하고 있었다.)
2024년을 맞으며 한, 새해 다짐 중 하나는, 운동하며 몸 관리 좀 하자! 였다. 2년 전 쯤에, 한약을 먹으며 무려 7kg을 감량했었다. 하지만, 1년 정도만 유지하다가, 남편이 귀임하고 나서부터 같이 저녁을 먹기 시작하니, 다시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던 예전의 몸뚱아리로 돌아간 것이다.
나 스스로를 이렇게 제어 못한다고?! 싶을 만큼, 입터짐은 끝이 없었고, 아이들 주려고 쟁여놓은 간식 창고들은 내 간식 창고가 되어버리고 있었다.
다시 다이어트 한약을 먹을까도 고민해봤지만, 그건 또 그때 뿐일거고, 한약이 식욕을 줄여줌과 동시에 내 기운도 줄여주고, 두통과 가슴두근거림과 어지러움증을 가져다준 게 생각나, 선뜻 다시 한약에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한약은, 몸무게만 줄여줄 뿐,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줬는지는 물음표다. 살은 둘째치고, 건강을 함께 챙기려면, 정직하게 운동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핑계가 많았다.
새해의 결심은 1월에 했지만, 1,2월은 아이의 방학이 있었기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리하야, 운동할 결심을 2개월 더 미뤘다. 어쨌든 개학하는 3월이 오면, 요이땅 헬스장을 등록하러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대망의 개학 날!! 3월 4일 월요일.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놓고, '모처럼의 나홀로 자유 시간인데, 운동은 내일부터 등록하지 뭐...' 라고 생각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일은 또 다른 핑계가 생각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곧바로 집앞의 헬스장을 찾았다. 아무 준비없이 무작정.
그리곤 곧바로 등록, 그런데 또 한 번의 유혹이 왔다.
"언제부터 운동 시작하실 거에요?"라는 질문을 받은 것이다.
'내일부터? 다음주부터?"라고 답할까 살짝 고민하다가,
"오늘부터요!"라고 답했다.
당장 운동을 시작하려면, 실내용 개인 운동화가 필요했다. 집이 바로 앞이었기에, 등록하고 집에 들러서 운동화를 챙겨 나갔다. 의지가 약한 나는, 나를 알기에, 집안일을 핑계로 또 집에 주저앉으면 또 못나갈 것 같아서, 바로 나갔다.
헬스장을 등록한 내 목표는 단순했다.
하루에 만보 걷기.
걷기는 사실,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해도 되고, 집 근처 산을 타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나는 그저, 내 운동할 의지를 헬스장 등록비로 산 것이다. 말그대로, 의지를 돈주고 산 것이다. 등록을 해놔야, 의무감으로 의지를 갖고 만보 걷기를 실천할 것 같아서였다.
애초에 근육을 만드는 운동, 기구를 이용해서 하는 운동은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난 그저 규칙적으로 꾸준히 내 몸뚱아리를 움직여줄 시스템이 필요할 뿐이었다.
헬스장에서는 처음 등록한 회원에게 1회 pt무료권을 제공해주었다. 헬스장에 등록한 회원을 PT 회원으로 영입하기 위한 수단임을 알지만, 낯설기만 한 기구 사용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나는 등록한 그 주 목요일에 무료 PT를 신청했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일단 인바디부터 체크해주셨다. 당연히, 지방은 필요 이상으로 많고, 근육량은 필요한 만큼도 없었다. 몸무게 자체만으로는 과체중은 아니나, 지방은 과체중인 상황. 이 지방을 근육으로 싹 바꾸면 건강한 몸이 되는 그런 상황?!
인바디를 체크한 트레이너 선생님은, 그리고 어깨 목 등을 마사지해주며 근육 상태를 체크하셨다. 어깨, 목, 등을 꾹꾹 눌러주시면서 '아프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시원해요'라는 답만 계속했다.
보통의 경우, 이렇게 누르면 아프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목과 어깨가 뭉쳐있는 정도를 보고 놀라셨다. 나는 늘 어깨가 그 정도 뭉쳐있는 상태였던지라, "심한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안그래요? 일생을 이런 상태로 살았어서 익숙해요..."라고 답했다. 선생님은, 목과 어깨와 등근육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러면서 등의 근육을 키워주는 운동을 알려주셨다.
1회 무료권 수업이 끝나고, PT를 더 해볼 생각은 없냐는,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셨다.
나는, 하고는 싶지만, 비용이 부담돼서 머뭇거려진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럼 1회를 더 무료로 해줄테니, 받아보고 결정하시라 했다.
이미, 걸려들었다.
이틀 후로, 무료 PT1회를 더 잡아놓고, 매일 만보 걷기 목표는 실천하고 있었다.
단순, 만보 걷기가 목표인지라, 헬스장오면 러닝머신만 걷던 나였는데, 안하던 운동을 갑자기 해서 그런지 무릎도 좀 아팠었다. 무료 pt2회차 때, 선생님의 "몸 상태는 좀 어떠냐"는 질문에 "갑자기 걷기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무릎이 조금 아파요"라고 답했다. 그건 다리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릎이 아파요'라는 말에 그날의 PT는 다리 운동을 집중적으로 했다. 다리가 후달달 거릴 정도로...!! 이렇게 무료 PT 2회차가 끝났다.
PT는 부담돼요
2회를 마치고, 다시 본격 영업의 시간이 시작됐다. 근육이 부족하니, PT를 좀 더 해보자는 제안...
나는, 1회에 6만원이 훌쩍 넘는 운동 사치를 맘편히 부릴 그릇이 아니었기에, "못해요... 그냥 러닝 뛰고, GX하려고요"라고 답했다. 선생님은.. 걷기와 GX만 하기엔, 근육량이 너무 부족하다고 하셨다. 근육을 좀 키워놓고 유산소를 하라고 하셨다. 결국 선생님은, 내가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걸 눈치채고, 거절 못할 제안을 주셨다. 비밀리에 가격을 좀 깎아주신 것이다. 깎아주셨지만 그래도 고가는 고가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데, 눈 딱 감고 10회만 해볼까....!! 그리하여, 생각지도 않았던, 무이자 3개월, 운동 사치를, 시작했다.
무릎 강화를 위해 필요한 다리 운동을 빡세게 시켜주셔서, 그주 주말엔 온몸에 삭신이 쑤셔서 혼났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마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났다. 허벅지는 뭉쳐서 아무리 주물러 대도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3-4일 지나고 다시 PT 시간이 돌아왔다. 주말 내내 근육이 뭉쳐서 아팠다고...이제야 시간이 좀 흘러 근육통이 좀 풀렸는데, 오늘 운동해서 또 아프게 생겼다고 징징댔다.
"운동 하면서 근육이 생기면, 아픔도 줄어들 거예요"
라고 선생님은 말씀해주셨다.
아픔을 겪을수록, 근육이 생기고, 근육이 생기면, 아픔이 덜해질거라고...아픔을 과정으로 즐기고, 마침내 운동할 수 있는 몸이 생겼을 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도 그렇다. 아픔을 잘 겪고 이겨내면, 마음에도 근육이 생겨서, 다시 아픔과 고난이 찾아왔을 때, 이겨낼 힘이 생길거라 믿는다.
3월 초, 우리 2호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속상한 일을 얘기한 적이 있다.
"한 친구가 나를 베개로 누르고, 한 친구가 못빠져나가게 막았고, 한 친구는 보고 있었어"
마음이 내려앉았다. 충격이었다. 이 일을 당한 아이는 얼마나 슬프고 억울했을까. 놀다가 장난치면서 그런 걸까... 그날의 분위기는 대체 어땠는지, 아이가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한 건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이 유치원 등원을 시키며 선생님께 여쭤봤다.
"혹시, 유치원 교실에 CCTV가 있다면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선생님은, 교실에 CCTV가 없다고 하시면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보셨다. 어제 아이가 전해준 상황을 말씀드리니, 그 아이들 이름을 여쭤보셨고, 나는 그 친구들 이름을 말씀드렸다.
"아... OO이...."
말썽을 자주 피워서, 자주 이야기가 나오는 아이인 모양이었다. 선생님은 죄송하다시면서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날, 아이는 해당 아이들에게 사과를 받고 왔다. 사과를 받고 온 아이의 기분은 괜찮아보였다. 금방 화해하고, 또 재밌게 잘 놀다 온 모양이다.
그 당시 교실에 계셨지만, 그 상황을 보지 못하셨던 선생님께서도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히 잘보겠다고 말씀해주셨다.
아이가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음 하는 게,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겪지 않았음 제일 좋았을 일이지만, 이번 사건을 토대로 아이가 괴롭히는 친구가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좀 더 단단하고 힘있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덧.
2호가 유치원에서 당하고 온 일을, 1호에게 이야기해줬더니,
1호는, "넌 가만히 있었어? 너도 똑같이 해줬어야지!!" 라고 말했다.
"걔가 너를 이렇게 눌렀어? 그럼 너는 이렇게 눌러!"
왠지 형아처럼, 몸소 시범을 보이며 동생 편 들어주는 누나가 괜히 멋있어보였다.
"그런 일이 생기면, 곧바로 선생님한테 말하고 도움을 청해"
라는 말 밖에 해줄 수 없었던 나는, 괜히 속이 후련해서,
"1호야, 너 멋있다!!" 라고 했더니,
"엄마가 그러면 안된다고 혼낼 줄 알았는데..."라며 머쓱해했다.
이론으로는 그러면 안될것 같지만,
실전에서는 왠지 그렇게 대처해야할 거 같고...
참,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