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코믹 Oct 02. 2022

패닉의 확산, 뱅크런

중앙은행의 역사 (1)

여러분은 돈을 얼마까지 갚을 수 있는가?

여러분의 순재산이 5억이라고 해보자. 그러면 1억 원을 갚을 수 있나? 물론이다. 가진 재산을 팔고 돈을 갚으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여러분은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 건전한 채무자이다. 하지만 당장 내일 갚아야 한다면?


이제는 문제가 다르다. 당장 내일 돈을 갚아야 한다면 1억 원이 아니라 천만 원이라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재산은 바로 줄 수 있는 돈이 아니라 집이든지 차라든지 당장 돈으로 바꾸기 어려운 자산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돈을 갚아야 한다면 돈을 갚지 못할 것이고 채무 불이행, 즉 파산하게 된다. 


그러면 이런 문제는 어떨 때 발생할까? 주로 문제는 단기간으로 돈을 빌려 장기간 회수하기 어려운 자산의 형태로 이를 가지고 있을 때 발생한다. 앞서 예시에서 빨리 돈으로 바꾸기 어려운 집이나 자동차를 자산으로 가지고 있지만 당장 빠른 시일 내에 돈을 갚아야 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항상 가지고 있는 회사가 은행이다. 이 문제는 은행들만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정책가들의 속을 썩여왔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짧은 기간의 돈을 빌려 장기간 회수가 어려운 대출을 해주는 기관이다. 사람들에게 예금을 받아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를 빌려주는데, 이렇게 빌려주는 돈은 원할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반면 사람들에게 받은 예금은 언제든지 사람들이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돈이다. 


은행은 돈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맡긴 돈을 돌려주기 위해 예금 받은 돈을 모두 빌려주지 않고 일정 부분 남겨둔다 (법적으로도 강제된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너도나도 돈을 찾으러 온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돈을 찾으러 말이다. 그러면 당연히 은행은 돈을 돌려줄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아무리 큰 은행이라도 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뱅크런(bankrun)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맡긴 돈을 찾으러 은행으로 달려간다는 말이다. 물론 은행의 재정이 불안정해져서 맡긴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할 상황에서도 이런 뱅크런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특별한 루머가 돈다든지 혼란에 빠져서 일어나기도 한다. 예금을 맡고 있는 은행이 건전한 은행이라서 충분히 예금을 돌려줄 수 있지만 만약 사람들이 너도나도 맡긴 돈을 찾으러 간다면 이와는 상관없이 나도 빨리 은행에 찾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먼저 도착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줄 수 있지만 그 뒤에 온 사람들에게는 돈을 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은행에서 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개인들에게는 빨리 달려가서 돈을 찾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인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돈을 찾으러 가지 않으면 멀쩡히 돈을 모두 돌려줄 수 있는 은행이지만 어떠한 요인들에 의해서 이런 혼란이 찾아온다면 각 개인들에게는 합리적인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파산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통화정책, 양적완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