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기 (2)

비행기에서

by 서초패왕

5시간 이상 비행하는 장기 여행은 근 10년만이었다. 2015년 미국 교환학생으로 미국으로 갈 때 편도 20여 시간 비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아시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6월 7일 쉬게 될 줄 알았으면, 전날인 6월 6일 현충일까지 포함해서 여행을 떠나도 무방했을 텐데. 6월 7일은 부서 간 건물 이동으로 전날 갑작스럽게 연차가 결정 된 바, 아쉬움은 뒤로한 채 6월 6-7일 양일 동안은 먼 여정을 앞두고 심신을 안정시키기로 하였다.


여행 전날인 6월 8일에, 친구들을 만나 삼각지에 위치한 몽탄에서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하지만 물론 잠은 오지 않았고,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채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랐다.


하지만 내 비행기 편의 출발지는 인천공항이 아닌 김포공항이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해당 비행기 편이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갑작스러운 패닉에 빠졌다. 불행 중 다행히도 일찍 출발했기에 시간은 넉넉한 편이었다. 표를 재확인해 김포가 올바른 출발지라는 것을 확인한 후, 김포공항으로 빠르게 이동해 시간에 맞춰 동경 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꼼꼼하게 확인한다고 확인했지만, 1만 km 이상 떨어진 멕시코라는 목적지가, 사람의 눈을 가렸다. 장거리 여행이기에 출발지는 당연히 인천공항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10만 원 이상의 현금을 택시비로 사용했지만, 이정도 돈으로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속쓰림을 달랜다.


출발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21시간 비행시간 자체는 상당히 수월하게 흘러갔다. 중간의 동경-LA 사이 10시간의 기내 생활은 자못 힘들었지만, 중간 기착지에서의 대기시간은 수월했다. 오히려 직항이 있었어도 15시간의 쉼 없는 비행보다 21시간의 중간 중간 경유하는 여행이 낫겠다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멕시코시티. 시차가 워낙 커, 현지 시간은 여전히 출발일의 오후 2시 밖에 되지 않았다. ‘세계의 배꼽’이라고 불리는 멕시코시티의 고도는 2,500m에 육박한다. 날씨는 28도, 높은 고도로 인해 멕시코 타 지역보다 훨씬 선선했다. 같은 기간 칸쿤의 날씨는 40도를 넘어섰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멕시코의 기본 이미지–황량한 날씨의 사막지대-는 기본적으로, 소노라, 코아울리아, 치와와 주 등 멕시코 북부의 건조지대를 바탕으로 생성된 듯하다. 하지만 멕시코는 19세기 미국-멕시코 전쟁의 패배로 영토의 절반을 미국에게 빼앗기고도 영토가 200만 평방km에 육박하는 거대한 국가로, 북쪽의 건조 지대부터 남부의 밀림, 서부의 해안가, 중부의 고지대까지 지리에 따른 기후·식생 차이가 현저하다.


베니토 후아레즈 공항은, 동명의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그는 프랑스군의 멕시코 개입 이후 수립된 멕시코 제2제국을 무너트리고, 자유주의 사상을 담은 헌법을 수립했다는 공적을 인정받아 국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우버를 잡아 숙소인 나초네 민박으로 바로 이동하였다. 도착하니, 멕시코 여행 동행 중 한명인 최열음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중앙대 학부에서 설치 미술을 전공하고, 올해 가을부터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석사과정을 이수할 예정인 재원이다.


민박집에 있던 2명의 다른 한국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같은 방을 쓰게 된 김강훈씨는 한국에서 문예창장과를 졸업하고 희곡작가로 업을 이어가다,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캐나다에서 친척 분이 운영하던 주류 판매점을 승계 받아 자영업을 하고 계신 분이었다. 매장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안온한 일상을 보내는 듯 해 보였다. 멕시코인이 여자 친구를 만나러 멕시코에 왔는데, 하필 출국할 즈음에 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민박집 매니저로 있는 이규창씨는 한국에서 지역 신문 기자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여행을 좋아해서 인도·네팔 등 오지를 수 개월간 여행한 베테랑이었다.


20대 초반 구미 각국을 여행할 때, 호스텔과 한인민박에서 친구·동행을 사귀었던 경험이 유쾌했던 터라, 새로운 분들과 여행지에서 만나게 된 것이 20대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고, 매우 반갑고 즐거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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