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기 (1)

Intro

by 서초패왕

엔리케 크라우세의 <멕시코 혁명과 영웅들>에 이어, 존 리드의 <Insurgent Mexico>를 읽고 있다. 한국 복귀 후 벌써 3주가 지났지만, 멕시코 혁명의 잔향을 여전히 내 손에 남겨두려는 듯 관련 책들을 뒤적이는 나날이다.


멕시코를 방문해야하는 이유는 차고 넘쳤다. 고대 아즈텍문명에서 시작해, 누에보에스파냐 식민시대, 멕시코혁명, 이후의 벽화운동, 독특한 음식문화까지. 장구하고 특수한 멕시코만의 역사와 문화는 멕시코를 방문하고 싶게 만들기 충분했다. 2015년 미국 교환학생 기간 <History of Mexico> 수업을 들은 이후 나는 항상 멕시코 여행을 열망했다.


멕시코 방문을 주저하게 하는 유일한 요인은 거리였다. 멕시코는 확실히 한국에서 먼 나라였다. 몇 년을 고민하다 올해 멕시코 여행을 결정하였다. ‘갈 수 있을 때 가지 않으면 못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거리에 대한 압박감을 압도했다.


러시아의 경우, 10년 전인 2014년 한·러 양국이 무비자 협정을 맺은 후 언제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국가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러는 무비자 협정이 무색하게 직항 라인이 무기한 중단된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란 및 쿠바도 마찬가지다. 2015년 이전만 해도 이란과 쿠바는 비자 취득 등 방문이 쉽진 않았지만, 여행에 제약 사항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5년 미국의 제재조치 이후 이란·쿠바 등 미국의 적대국에 방문한 여행객은 미국 무비자 방문(ESTA)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미국 방문 제약을 감안하고 이란 또는 쿠바를 방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경우, 한국인은 원칙적으로 방문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2003-2006년 노무현 정부 집권기에 잠시 동안 금강산 방문 뿐 아니라, 관련 사업권을 보유했던 ㈜평화여행사를 통해 평양방문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 평양방문은 내가 서방 국가의 시민권을 얻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듯 미묘한 국제정세의 변동이 일반 관광객의 방문지 선택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나자, 멕시코 방문 역시 언제 불가능해져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5월 말 멕시코는 대선기간이었고, 선거와 관련하여 수십여 명의 정치인이 카르텔조직에 의해 피살되고 있었다.


결국, 멕시코 대선이 지나고 어수선한 정세가 어느 정도 정돈된 6월 중순을 여행시점으로 잡고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일본항공 동경 / LA 경유 왕복 비행은 각 21시간·26시간의 소요시간이 들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숙소는 동행 학생들이 묵는 멕시코시티 유일의 한인민박으로 잡았다. 어느덧 준비가 얼추 끝났고, 여행일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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