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
9일간의 멕시코 여행이 끝났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구아나후아토나 오악사카도 가 보았을 텐데. 멕시코시티 내에서도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들이 있다. 다양한 벽화가 숨겨져 있다는 멕시코자치대학(UNAM)이나 물길이 아름답다는 소치밀코, 통신회사 거물 카를로스 슬림이 지었다는 수마야(Sumaya) 미술관 등이 그 곳이다. 여기에 정치상황의 여파로 대통령궁도 방문하지 못했고, 교육부청사 건물도 수리로 인해 들어가지 못했다.
미식탐방을 많이 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아 시간에 치이다 보니, 식사는 항상 뒷전이었다. 그래서 멕시코에서만 누릴 수 있는 미식을 많이 즐기진 못하였다. 다음에 지인과 멕시코에 함께 온다면, 시간을 들여 유명한 레스토랑을 다니며 미식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기도 말도 못하게 힘든 고된 여정이었다. 비행시간도 편도로 각 24시간에 이르렀고, 숙소에서는 시차로 인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여행 말미에는 장염까지 걸려, 결국 초주검인 상태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모든 여행이 완벽할 수는 없다. 힘들었고, 아쉬움도 남지만 나는 이번 멕시코 여행에서 인문학적 풍요를 경험하고 왔다. 2010년도에 이성형 교수님의 중남미 여행기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와 번역서 ‘멕시코 혁명과 영웅들’을 읽은 후부터 나는 멕시코 혁명과 벽화의 매력에 심취해있었다.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가 삶에 치어 뒷전으로 계속 밀려왔다. 취업 이후 삶이 안정된 이후에는 또 너무나 멀다는 이유로 주저하게 되었다. 더 나이 먹으면 가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결정적이었다. 휴가 일정이 정해지자 주저 없이 멕시코行 비행기 표를 구입하였다.
아쉽고 힘들었던 점을 먼저 언급했지만, 사실 멕시코 여행은 황홀했다. 벽화주의 거장들의 작품을 실컷 감상했다. 거대한 메소 아메리카 피라미드와 유물들은 경탄스러웠고, 멕시코 전통무용 공연은 놀라웠다. 사파타·비야를 비롯한 혁명 영웅들의 이야기는 혁명 박물관과 벽화를 비롯해, 멕시코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서 멕시코시티 어디서든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멕시코 혁명과 벽화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황홀할 수밖에 없던 여행이었다.
사람 운도 좋았다. 막 학부를 마친 학생들인 송님·열음님은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과 소통했고, 강훈 형님 역시 따뜻한 배려심으로 여행을 편하게 해주었다. 신세만 졌던 나는 ‘한국에서 모두에게 밥이라도 한 끼 사줘야지’ 하는 마음을 먹으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