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가 없기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재일이 아니지만 3년 전에 썼던 글을 부칩니다.
가족들은 종교가 없으나
비누에겐 불명이 있습니다.
재미로 하게 되었던 일이었지만 해가 지날수록 비누란 이름 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불명이라 생각이 됩니다.
비누가 점점 쇄약해지며 어찌할 수 없음이 안타까워질 때..
작은 생명에게 부처님의 자애로운 보살핌의 힘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아이가 회사동료로부터 정보를 얻어 길상사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하여 비누의 불명이 지어졌다.
신청 후 한참 후에 불명이 지어져 사진이 첨부된 귀여운 수계증이 메일로 도착했다.
단어의 뜻을 몰라서 찾아보았다.
그 뜻을 알고 나니 큰 의지의 힘을 얻었으며 뭔지 모를 안심이 되었다.
<무루 : 번뇌에서 벗어나거나 번뇌가 없음>
<무루지 : 번뇌를 해탈한 성자의 지혜. 진리를 깨쳐 일체의 번뇌 망상을 다 끊어버린 크고 밝은 지혜. 부처님의 지혜. 무루복이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는 것처럼, 무루지를 얻으면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는다>
때때로...
'강아지인데 그 작은 머리로 무슨 생각을 그리할까?'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걱정하고 우울해하고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
비누가 슬프거나 외로움이란 감정을 몰랐으면 좋겠다.
어떤 뜻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을 하는 나는 비누의 반려자이기 때문일까?
동물보다 인간이 되면 좋은 거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생명체라면 번뇌가 없기를..
나는 후생이란 것을 믿지도 않으며 기대를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 비누에겐 현생과 후생에서 번뇌 없이 언제나 평안하기를 기도한다.
아이는 마치 응팔에서 덕선이를 수현이라고 부르던 장면이 생각난다고 했다.
"정도야~"
하고 부르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본다.
“정도야~”
귀엽다. 우리 정도..
지금도 때때로 부른다.
정도야~ 아프지 마~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