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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누들 수프

Soul food..

by 그사이

치킨누들 수프

(chicken noodle soup)


닭가슴살(모든 부위 사용가능)

양파, 당근, 셀러리,

파스타

소금, 후추

옵션 : 로즈마리, 딜, 월계수 잎을 넣으면 좋다. (안 넣어도 무관)


1, 닭고기와 마늘을 1~2알만 넣고 육수를 낸다. 닭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거나 찢어둔다.

2, 파스타 면을 삶아둔다. (어떤 모양을 넣어도 무방)

3, 양파, 당근, 셀러리를 손톱정도의 크기로 큐브로 썬다.

4, 썬 채소와 닭고기와 육수를 넣고 팔팔 끓여준다.

5, 채소와 고기가 부드럽게 무르면 파스타를 넣고 소금, 후추 간을 하여 잠시 끓여준다. 끝.



오래전 내 미국인 친구 제니가 말한 바로는

"슬로 쿠커에 치킨브로스, 파스타, 마늘, 당근, 양파, 시즈닝.. 셀러리는 꼭 넣어야 해. 다 때려 넣고 자면 아침에 완성이야."

그런 음식이지만 슬로 쿠커가 없는 나의 레시피는 이렇게 완성됐다.




치유의 음식과 쏘울푸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제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책상에서 마주한 앞 산의 색이 좀 다르다. 막 연둣빛 새순이 돋은 나무들 사이로 무언가 희끗하게 보였다. "밤사이 눈이 내렸나 보네.."

갑자기 으슬으슬한 한기가 느껴지며 치킨누들수프 한 그릇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정한 음식이 그리워진다는 건 몸이나 마음에 위로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한국사람에겐 수많은 구수함과 다양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치유의 요리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하나의 요리가 아닌 각각의 사연과 맛을 지닌 음식들이 있다. 그것이 뜨끈한 국물 요리일 수도, 쿰쿰한 발효의 맛이 나는 김치일 수도, 고소한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봄나물일 수도 있다.

우리는 함께 먹는 밥상에 의미를 두고 가족을 식구라는 부르기도 한다. 의미를 두는 집밥에서 집마다 다양한 치유의 요리가 탄생한다.

첫 애를 임신했을 때 나는 엄마의 된장찌개가 먹고 싶었다. 엄마가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모가 된장찌개와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려 나를 불렀다. 정말 감사했으나 초예민한 입맛은 엄마의 된장찌개가 아님을 구별해해 냈다. 같은 이름의 음식맛이 그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경험했다.

많은 일에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집밥은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묶을 수 없다.

어느 집에서든 먹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콩나물 무침도 똑같은 맛을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각 집안에서 책임을 맡은 요리사의 손맛과 마음이 작용하여 다른 맛을 낸다. 엄마, 아버지, 할머니, 아내, 남편 그리고 자녀나 어쩌다 함께 사는 관계일 수도 있다.

어떤 맛, 어떤 모양이어도 내가 만들지 않았는데 내 앞에 밥상이 차려진다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마땅한 반찬이 없어 미안한 마음으로 끓인 파송송 계란탁 라면일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음식엔 만들어 준 이가 함께 떠오른다. 음식 안에는 사랑의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 음식은 쏘울푸드란 말보다는 아주 따끈해서 효과 만점인 치유의 요리라고 하는 편이 잘 어울린다.


쏘울푸드라고 하면 왠지 치킨누들 수프를 상상하게 된다. 내가 만난 미국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것이 반드시 특정인이 만든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제니의 말처럼 다 때려 넣고 자면 완성되는 세상 쉬운 요리가 어쩌다 쏘울푸드가 됐을까?

딱히 특별한 따뜻한 음식이나 전통적인 요리가 없는 미국 사람들에게 어떤 중심이 되어줄 또는 출판사 마케터의 발상이었을 것 같다고 제니는 그런 의심을 했더랬다.

<Chicken soup for the soul>이라는 각종의 미담을 담은 책을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나이대에 따라 다른 책을 만들어 필독서처럼 읽히기도 했다. 아마존 판매 1위를 달성하고, 학교 추천 도서로 책정되기도 했다. 나는 내용도 뭣도 모르고 아이들을 읽게 했는데 그 책을 읽을 때 지루해서 몸을 배배 꼬며 무척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아이들이 말한다. "그 책은 정말 재미없었어."

판매 실적만큼 거라지 세일의 책박스엔 어느 집을 가도 지박령처럼 꽂혀 있었다. 언젠가 읽어보리라 하고 거라지 세일에서 50센트쯤 주고 구입한 페이퍼백 투박한 갱지에 인쇄된 중고책이 아직도 내 책장 속에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다.

Anyway, chicken noodle soup 은 닭백숙 좋아하는 나와 아이들의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어서 종종 만들곤 했다. 내겐 왠지 모르게 생각나는 음식이지만 어쩌면 아이들에게 엄마가 만든 음식이니 치유음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엊그제 닭칼국수를 끓여버린 육수가 아쉽다. 닭백숙 국물에 허브 같은 서양스러운 시즈닝을 넣고 오돌오돌한 식감을 내는 파스타를 넣어 끓이면 칼국수와는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안정감을 주는 치킨누들 수프가 된다. 참, 셀러리는 꼭 넣어야 제 맛이 난다.


하늘의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는 걸 보니 바람이 부는 모양이다.

창밖에 날리는 것은 눈일까, 떨어진 벚꽃잎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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